158명 청년의 허망한 죽음... 엄마는 자책했다
[김광철 기자]
▲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라는 손팻말과 함께 10. 29 참사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작은 피켓이 희생자와 참석자들의 마음을 이어주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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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49일이 되는 날인 16일 오후 6시부터 이태원역 앞 도로에서 49재 시민추모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참사 이후 추모 행사들이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직접 참석해 보지는 못했다.
오늘은 참석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이태원역으로 향했다. 도착해 보니 여러 사람이 단상에 올라가 추모사를 하거나 노래를 불렀다. 울려 퍼지는 추모 음악은 추모제에 참석한 유가족과 시민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짓눌러 왔다.
▲ 10. 29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영상 유채화씨의 살아생전 모습. 바닷가에서 찍은 사진과 유가족들이 보낸 메시지가 참가자들의 눈시울을 적신다. 이날 추모 생사에서는 유가족들이 공개를 허락한 희생자들 한 명 한 명이 거명되며 '잊지 않겠다'는 추모의 마음을 모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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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행사가 진행이 되면서 희생자들 한 사람, 한 사람 거명되었다. "OOO님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문장과 살아있을 때의 모습, 유가족들이 추모하는 메시지가 뜰 때 나도 모르게 눈가가 촉촉해졌다.
영상 속의 주인공들은 한 명 한 명 모두 예쁘고 착하게 생긴 젊은이들이었다. 제3자인 내가 보아도 이렇게 안타까운데 희생자 부모님, 형제, 자매 등 유가족들의 마음은 오죽하겠는가?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오스트리아 국적의 희생자 김인홍 엄마입니다. 나의 아들이 떠난 지 45일이 지났습니다. 날마다 아들과 산책하던 곳에 아들을 묻었습니다. 아들의 마지막 모습에 무너집니다.
오스트리아에서 시민권을 습득하여 살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외국인이기에 받는 차별, 불이익을 받으면서도 한국인으로 자부심과 주체성을 심어주며 애들을 키웠습니다.
그런 아들이 길가에서 죽었습니다. 억울하고 화가 납니다. 전 세계에 계신 유가족 여러분 나와 주세요.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우리 아이들을 대하는지 철저히 규명되어야 합니다.
한국에서 아들 장례를 하루 만에 끝내고 그 다음 날부터 이태원에 갔습니다. 녹사평 빈소에 갔는데 이름도 사진도 없는 곳에 추모하는 국민들을 보며 슬프고 화가 났습니다.
이 대한민국이 내가 자란 가까운 나의 조국이라는 것이 죽은 아들에게 더욱 부끄럽습니다. 엄마의 자긍심 때문에 아들을 죽인 것은 아닌지 날마다 미안하고 죄스럽습니다.
길거리에서 죽은 내 아들의 억울함을 대한민국 정부는 답하십시오. 긴급 전화는 왜 무시되었습니까? 오후 6시 34분 첫 전화 이후 대응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정부는 왜 대응하지 않았습니까? 정부가 대응했다면 우리 아이들은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무도 이태원 참사에 책임을 지지 않고 사과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진정한 사과를 하고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밝혀내야 합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에 정말로 공감할 수 있는 유가족을 연결해 달라는 것은 무리일까요? 우리는 서로 대화하고 위로할 수 있도록 의사소통을 주선할 것을 요구합니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 포기하지 맙시다. 여러분 힘냅시다. 우리의 억울한 아이들을 위해서. 븨엔나에서 김인홍 엄마."
다른 희생자 유가족의 영상 메시지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추모제에 참석했던 모든 사람도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추모 공간 하나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는데 10. 29 참사와 관련해 시원한 소식은 없고 답답한 얘기들만 들려왔다. 세월호 때처럼 이상한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 사람들을 보며 분노가 치밀었다.
▲ 이날 추모행사에 참석한 세월호 유가족들 동병상련의 정을 함께 하고 있는 세울호 유가족들이 시민 추모행사에 참석하여 끈끈한 추모의 마음을 전하며, 굳게 연대할 섯을 약속하며 합창곡으로 유가족과 참석자들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울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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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무대에 올라 10. 29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전했다. 연대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추모의 노래를 합창했다. 시민추모제에 참석한 사람들은 "아직도 세월호가 끝나지 않았는데 이태원 참사라니"하며 안타까워했다.
49재 추모제가 열리는 그 시간에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윈터 페스티벌' 행사에 참여했다. 이 행사에서 윤 대통령 부부는 크리스마스트리를 점등하고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상품을 판매하는 부스를 둘러봤다. 특히 윤 대통령은 행사장을 돌다 방짜유기 둥근 술잔을 사면서 "술 좋아해서 술잔 샀다고 그러겠네"라고 웃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야권 인사들이 추모제에 참여한 것과 달리 국정을 책임진 집권 여당의 책임 있는 사람들 누구도 이날 보이지 않았다. 이래도 되는 것인가?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건 나 같은 사람이 보기에도 지극히 당연한 요구로 보인다. 정부가 성의만 있으면 다 들어줄 수 있는 내용이다. 총리나 집권 여당 대표 등이 나서서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
검찰과 경찰은 수사를 제대로 진행해 책임 규명을 하고, 국회는 국정조사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 책임져야 할 사람은 문책하고, 유족들이 요구하는 제대로 된 추모 방식에 대해서도 논의해 나가야 한다. 그런 후에 시간을 갖고 후속적인 문제들을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 10. 29 이태원 참사 49재 잘 열린 시민 추모제 약 8천 명의 시민과 유가족 등이 모여 10. 29 이태원 참사에 희생당한 158명의 젊은이들의 명복을 빌며 '그들을 기억하겠다'고 약속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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