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이렇게 따뜻했구나'... 함께 하며 배웠다"
[장진숙 기자]
2022년 지방선거에서 유일한 진보정당 구청장을 배출한 울산 동구에서는 1명의 진보의원도 함께 당선되었다. "집권 여당이라서 더 할일이 많다"고 말하는 박문옥 울산 동구 의원이다.
서른 살부터 의원활동을 시작해 진보정치의 희로애락을 겪었고 이제는 3선의원이 되어 울산 동구를 '새로운 진보정치의 메카'로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박문옥 의원을 지난 11일 동구 의회에서 만났다.
▲ 진보구청장의 든든한 파트너가 되겠다는 박문옥 의원 |
ⓒ 이하나 |
"2006년 초선의원이 막 되었을 때였어요. 저희 아이가 4살이었는데, 아파트 놀이터에 낙서가 너무 많고 청소는 안 되고. 또 어디는 미끄럼틀도 크고 좋고, 어디는 작은 것만 있고 이상하잖아요? 그래서 초선의원답게 공무원들한테 공식 질의를 했더니 당연하다는 듯 '예산에 따라 다릅니다'고 하더라고요. 아니 작은 공원하나 짓는 데도 20억씩 들이는데, 이렇게 대충해왔나? 싶었죠."
바로 놀이터 개선사업에 나섰다. 동네 엄마들 설문조사를 시작으로 행정 사무 감사에서도 놀이터 예산의 쓰임새를 지적했다. 어린이 안전수칙도 만들고, 연령대별 기구도 도입했다.
2010년 비례의원으로 재선에 성공한 박문옥 의원은 놀이터에 대한 관심을 거두지 않았다. 성남시에서 만들었던 '놀이터 물놀이장' 소식을 듣고 울산에도 이를 만들어야겠다 마음 먹었다. 다른 의원들과 현장 탐방을 수차례하며, 김종훈 구청장을 적극 설득해 추경(추가경정예산)까지 해가며 도입을 서둘렀다.
▲ 울산동구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어린이 놀이터 물놀이장 |
ⓒ 진보당 |
"요즘은 만나는 청년들은 '저 그때 놀이터에서 잘 놀았어요'라고 인사해주시고는 해요. 제 아이도 실컷 놀았죠. 이렇게 주민들에게 행복을 안겨줄 수 있는 것이 정치인으로서의 큰 보람이죠. 결국 정치가 아이들과 엄마들을 어떤 존재로 바라보느냐, 예산을 무엇을 기준으로 편성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울산 동구에서는 이제 놀이터 설계 단계부터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한다. 어떤 기구가 필요한지, 어린이 안전을 위해 무슨 수칙이 필요한지, 구청장이 직접 놀이터에 나와 주민들 의견을 듣고 그를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정치가 행정으로 안착된 것이다. 올해 여름에는 물놀이장을 하루 연장해 지역 장애인 부모회와 아동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자리도 만들었다.
놀이터 설계에 주민들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작은 시작이었다면 이제는 울산 동구 돌봄과 교육 전체를 주민들 힘으로 바꾸는 것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여성, 엄마들의 직접 정치 행보가 두드러진다. 2021년 '교육 돌봄 반상회'가 그 시작이었다. 박문옥 의원은 1년 동안 매달 주민들을 모아 반상회를 열었다.
"엄마들 이야기를 듣는 것부터 시작하려고 했어요. 코로나 때문에 모일 수 있을까? 우려도 컸지만 한명의 이야기라도 꼭 듣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정말 한명이라도, 신청하면 달려갔죠. 독박 육아로 힘들어하던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울고 웃는 자체가 힐링이 됐죠. 그 때 이런 말이 나왔어요. '엄마는 영웅이다'."
박문옥 의원과 진보당은 이 위로를 주민들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그래서 '엄마는 영웅'이라는 현수막을 거리에 내걸고 반상회를 더 적극적으로 개최했다.
"현수막을 보고 위로가 되었다는 엄마들이 많으셨어요. 정치가 이렇게 따뜻하고 절실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 박문옥 의원이 울산 동구 주민들과 개최한 보육 반상회의 한 모습 |
ⓒ 박문옥 |
▲ 울산 동구에서 진행한 교육 돌봄 원탁회의 |
ⓒ 진보당 |
직접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교육돌봄 조직위원회를 제안해 온 박문옥 의원은 "보육의 공공성을 확대하자는 데에 모두가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앞으로 일상적으로 교육 돌봄 운동을 하는 조직위원회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 울산 동구 엄마들의 정치는 시작됐다. 시의회의 교육예산 삭감에 맞서 하루만에 1000인 선언을 조직하고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 진보당 |
얼마전 울산시의회는 진보교육정책으로 대표되는 고 노옥희 교육감의 마지막 예산까지 삭감했다. 엄마들의 정치가 계속되어야 할 이유도 커진 셈이다.
서민 삶을 위한 정치... 집권 여당의 의원으로, 구청장의 파트너로
박문옥 의원은 서른살 민주노동당 초선 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했을 때부터, 2022년 3선의원으로 복귀한 지금. 진보정치에 대한 주민들의 믿음과 기대를 한결같이 느껴왔다고 전한다.
초선의원이던 2006년 부도임대아파트를 국가가 책임지는 특별법을 만드는데 함께 했던 경험 역시 그 중의 하나다. 정부가 방관해 난립했던 민간임대아파트가 부도나면서, 서민들의 보증금이 떼일 처지에 놓였던 때다.
박문옥 의원은 울산 동구의 부도아파트, 우진임대아파트를 집집마다 찾아다녔다. 아파트 문을 여는 순간 그 집의 살림살이가 한눈에 보이는 서민들의 아파트였다. 이런 현장조사와 설명회가 전국적으로는 200여곳에서 열렸다. 2007년,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이 발의한 특별법이 제정되고, 우진임대아파트는 국민임대로 전환됐다. 진보정치는 서민들의 보증금을 지켜냈다.
"그 아파트에 요즘도 종종 가는데, 그 때 부터 지금까지 살고 계신 분들이 많아요. 경로당에 계신 어머님들이, '박문옥 의원 왔나, 이영순 의원은 뭐하노' 이렇게 다정히 안부를 물으시죠."
집을 지켜준 정치인을 기억하는 주민들을 보며 실제 도움이 되는 정치, '밥이 되는 정치'를 해야겠다는 확신도 생겼다.
구청장과 함께 하는 '집권여당'이지만 나 홀로 진보정당을 대표해야 하는 박문옥 의원의 어깨는 무겁다. 최근에도 예산을 책임지는 예결위원장으로 양당 의원들과 씨름을 해야 했다. 박문옥 의원은 "다행히 주요한 예산을 지킬 수 있었다"며 안도했다.
박문옥 의원은 울산 동구의 유일한 진보의원으로서 주민들의 기대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 울산 진보정치를 책임지겠다는 자신감을 밝힌 박문옥 의원 |
ⓒ 이하나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진보당은 지방자치위원회(위원장 장진숙)를 두고, 지역정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지방의원> 연재기획은 지방자치위원회 편집팀에서 공동 취재해 기고한 글입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노동교육 삭제? 윤 정부 '독재교육' 하겠다는 것"
- 어느 유명 시인의 놀라운 변신
- 칼 뽑은 우상호 "이태원 국정조사 진행... 무한정 못 기다려"
- 사춘기 아이와 언쟁으로 마음까지 추울 때 읽은 책
- 여성의 완경 평균 연령 49.7세, 이게 의미하는 것
- 역세권? 산세권? 이곳은 암(癌)세권입니다
- [영상] "시민여러분! 도와주세요" - "미신고 행진, 해산하라"
- 주거권 보장, 홈리스 사망자에 대한 가장 온전한 추모
- '노동유연화'에 뜻 모은 당정... "52시간제, 귀족노조 덩치 키워"
- 북한 '미사일 도발'에 윤석열 정부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