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석vs78석 여야 똑같은데, 예산안 무사통과…경기도의회 비결
경기도의회가 33조원 규모의 내년도 경기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처리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국회와 다른 양상이다. 그동안 경기도의회는 78대 78로 여야 동수를 이루고 있어서 개원은 물론 의장 선거 등 각종 사안을 놓고 맞붙었다. 이번 예산안 의결도 난항이 예상됐지만, 김동연 경기지사의 공약사업 예산 대부분이 원안대로 처리되는 등 예전과 달라진 모습이다. 경기도는 “여·야·정 협의체 출범 후 예산안 처리를 위해 의회와 지속해서 소통한 것이 이번 예산안 처리 성공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김동연 공약 사업’ 대부분 원안 통과
18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경기도의회는 지난 17일 제365회 정례회 7차 본회의를 열어 33조8104억원 규모의 내년도 경기도 본예산안을 의결했다. 경기도가 제출한 33조7790억원보다 314억원 증액된 금액이고, 올해 본예산(33조6036억원)보다는 268억원(0.6%) 늘어난 규모다.
예술인 기본소득(66억원)이나 국회 상황과 맞물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지역화폐 발행 예산(904억원) 등 김 지사의 공약 사업은 대부분 원안대로 처리됐다.
경기도교육청이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22조3345억원도 원안대로 의결됐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의 공약사업인 미래인재 육성을 위한 국제바칼로레아(IB) 교육 운영 예산(32억원)과 ‘카페테리아식 급식’ 사업비(75억원)등이 반영됐다.
‘여·야·정 협의회’ 구성해 협치 추진
경기도의회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 수가 각 78명으로 동일하다. 그래서 각종 현안마다 갈등했다.
실제로 경기도의회는 의장 선출 방식 등을 놓고 대립하다가 40일만에 지각 개원했다. 득표수가 같을 경우 ‘연장자 우선’의 원칙에 따라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 상황이었으나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나오면서 겨우 원구성을 할 수 있었다.
이후에도 여야는 조직개편 문제 등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했다. 2차 추경안은 여야의 갈등으로 2개월만에 처리됐다. 추경안이 지각 처리되면서 학교급식 지원, 지역 화폐 확대 발행, 난임 부부 시술 지원, 고금리 대출을 사용하는 저신용·저소득자의 대환대출 지원 등 민생사업의 차질이 우려되며 비난 여론이 일었다.
경기도는 ‘여·야·정 협의체’ 출범을 서둘렀다. 여·야·정 협의체는 지난달 25일 출범한 경기도와 경기도의회의 소통·협치 기구다. 도지사, 경제부지사 등 집행부 측 6명과 의장, 양당 대표 등 13명이 위원으로 참여해 도정 관련 주요 정책과 주요 조례안·예산안, 도의회 정책·전략사업 등을 합의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지난 7월 김 지사가 경기지사 취임 ‘1호 지시’ 중 하나로 추진했지만, 여야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지연됐다. 그러다 경기도와 의회가 지난달 대타협을 하면서 논의 4개월 만인 지난달 25일 정식 출범했다. 이후 경기도와 도의회는 여러 차례 회동하며 의견을 조율했다. 경기도교육청도 뒤이어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했다.
예산안 심의 앞두고 의견 조율
여·야·정 협의체는 내년 예산안 심의를 앞두고 지난 1일부터 회의에 나섰다고 한다. ‘본회의에서 법정기일 내 예산안을 처리할 것’과 ‘예산에 양 당의 정책 사업을 반영한다’는 두 가지 사안을 합의하고 안건마다 예산 편성 여부를 논의해 상임위원회에 의견을 전달했다.
경기도의회는 여·야·정 협의체의 의견을 반영해 다시 심사했다. 내년도 예산안 관련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계수조정 과정에서 진통을 겪으며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인 지난 16일에서 회기를 하루 더 연장되긴 했지만, 본회의 차수를 변경하는 등 밤샘 회의 끝에 지난 17일 오후 본예산안을 최종 의결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의회와 집행부 모두 ‘법정기일 내 예산안을 처리하자는 약속을 지키자’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에 차수 변경을 통해 새벽까지 최종 협의했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여·야·정 협의체가 큰 역할을 했다”며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걱정이다. 법인세 최고세율 문제는 충분히 더 시간을 갖고 논의하더라도, 우선 여ˑ야가 민생과 경제를 위해 예산안 처리에 힘을 모아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글을 올렸다. 여야 의원 및 집행부와 소통을 거듭하며 직접 조율에 나선 염종현 경기도의회 의장은 “여야를 떠나 156명의 의원 모두가 갈등과 대립을 넘어 협치의 힘을 발휘한 결과”라며 “국회는 못 했지만, 경기도는 해냈다”고 했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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