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 분석하니 전조가 있었다…고혈압·혈당 그리고 '이것' [건강한 가족]
중년 고혈압, 노년 인지 기능 저하
술·담배 줄이고 운동하면 발병 감소
급증하는 치매 막으려면
치매가 공포로 다가오는 이유는 누구나 언젠가 치매 환자가 될 수 있는 데다, 비가역적인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즉 특정 사람의 문제가 아닌 내 부모님 혹은 내 이야기가 될 수 있고, 현재로서는 치매라는 질환이 한번 시작되면 그 병세를 되돌릴 수 없다. WHO는 65세 미만의 초로기 치매 발병률이 약 9%에 달하는 점을 들어 치매가 더는 노인만의 질환이 아니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혈압 10/4㎜Hg 낮추면 치매 위험 13% 감소
다행인 것은 치매라는 병마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치매는 20여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다. 따라서 치매 유발 요인을 철저히 관리하면 치매 발병 시기를 늦추거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WHO는 치매 예방을 위한 지침으로 ^신체 활동 ^금연 ^알코올 남용 금지 ^체중 관리 ^영양 관리 ^인지 훈련 ^사회 활동 ^고혈압 관리 ^당뇨 관리 ^이상지질혈증 관리 ^우울증 관리 ^청력 관리 등 12가지를 제시한 바 있다. 즉 술·담배를 줄이고 충분히 잘 챙겨 먹으면서 운동하면 인지 기능 저하나 치매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근데 여기서 특히 중요한 것이 있다. 혈압, 콜레스테롤, 혈당 관리다. 미국 심장협회(AHA)는 성명을 통해 “고혈압은 알츠하이머와 혈관성 치매 모두의 위험 인자이며, 중년의 고혈압은 노년기 인지 기능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고혈압이 뇌혈관의 구조와 기능을 붕괴시키고 인지 기능을 관장하는 백질 영역을 손상해 알츠하이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혈압 관리와 고혈압 치료는 혈관 건강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뇌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길이다.
혈압을 잘 조절하면 정말 치매 위험이 줄어들까. 이는 최근 발표된 연구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UNSW) 연구팀은 5개의 임상시험에 참가한 2만8008명의 고혈압 환자 데이터에 대한 다중회귀분석 결과를 토대로 수축기 혈압 10㎜Hg, 이완기 혈압 4㎜Hg를 낮추면 치매 발병 위험이 13% 낮아진다고 밝혔다. 평균 4.3년간 고혈압 치료를 받아온 환자들과 위약그룹의 치매 발병 위험을 비교했을 때, 수축기 혈압 167㎜Hg 이상 그룹의 치매 발병 위험률은 7% 낮아졌고, 147~167㎜Hg인 그룹과 147㎜Hg 이하의 그룹은 각각 18%와 23% 낮아졌다. 특히 치매 위험을 낮추는 고혈압 치료 효과는 환자의 나이가 젊을수록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일찍 관리를 시작하는 만큼 위험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치매 환자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 27% 높아
콜레스테롤도 치매와 밀접하다. LDL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치매 위험이 커지고,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반대로 치매 위험이 줄어든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는 다양하다. 중국 톈진대 후이 천 교수팀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인 치매 환자 117명과 건강한 중국인 117명을 대상으로 콜레스테롤 수치와 치매 발병률의 상관관계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치매 환자들의 평균 콜레스테롤 수치는 214㎎/dL로 건강한 사람들의 평균치인 192㎎/dL보다 약 10% 높았다. 특히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치매 환자 131㎎/dL, 건강한 사람 95㎎/dL였다. 즉 치매 환자의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27% 더 높았다.
반대로 ‘좋은 콜레스테롤’이라고 불리는 HDL 콜레스테롤의 경우 치매 환자들의 평균치는 54㎎/dL에 그쳤고 정상인의 평균치는 60㎎/dL였다. 또한 HDL 콜레스테롤 수치에 따라 ^47.18㎎/dL 이하 ^47.19~59.55㎎/dL ^59.56~65.74㎎/dL ^65.75㎎/dL 이상 등 4개의 그룹으로 나누고 치매 발병 위험률을 계산했을 때,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가장 높은 그룹은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위험이 가장 낮은 그룹에 비해 81%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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