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권 보장, 홈리스 사망자에 대한 가장 온전한 추모

홈리스행동 2022. 12. 18.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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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홈리스추모제 4] 홈리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해 꼭 해결해야 할 과제들

2001년도부터 매해 동짓날(12.22.), 서울역 광장에는 “홈리스추모제”가 열립니다. 밤이 가장 긴 동지가 거리, 시설, 쪽방과 고시원 등지에서 살아가는 홈리스의 삶과 닮았다 여겼기 때문입니다. 여러 사회 단체들로 구성되는 ‘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이하, 기획단)은 그해에 돌아가신 홈리스분들을 추모하고, 사망으로 드러나는 홈리스 인권, 복지의 현실을 점검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활동들을 진행해 왔습니다. 올해 역시 기획단 내 <여성팀>, <인권팀>, <주거팀>, <추모팀>을 꾸려 각 의제별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를 통해 각 팀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기사로 전합니다. <기자말>

[이동현]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과제 점검회의'를 진행했다. 생중계된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주의자로서의 면목과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가차 없이 드러냈다.

그는 "공공임대주택을 굉장히 선으로 알고 있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마는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지어서 공급을 하다 보면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상당한 재정 부담을 안게"된다며 공공임대주택 정책을 노골적으로 비하했다. 또한 "임대 물량을 공급하는 문제는 공공임대주택을 지어서 값싸게 분양하는 것과 또 민간 임대 시장에서 임대 물량 가격이 잘 관리돼서 합리적이고 싼 가격으로 임차를 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라는 말을 하기도 하였다.

공공임대주택은 짓거나 사서 '임대'를 하는 것이지 곧바로 '분양'(건축물의 전부나 일부를 2인 이상에게 판매하는 것, 건축물분양법 제2조)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 말은 당일 대통령의 발언들 속에서 볼 때 단순한 '실언'은 아닌 듯하다. 공공임대주택은 주택 구입과 분양, 민간 공급을 중시하는 시장주의자의 눈에 분양 전환을 위한 예비단계(재고)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비정상적인, 비정상거처 가구에 대한 이주지원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호우 피해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통령은 지난 여름, 신림동 폭우 참사 현장을 방문하였다. 대통령실은 이후 브리핑을통해 "지하주택을 비롯한 주거 안전 문제를 종합적으로 점검하여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할 것을 당부하였다 한다. 그러나 당부의 대상은 행정안전부, 환경부, 지자체였을 뿐, 주택 공급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는 없었다.

언급된 대책들 역시 침수 예방에 국한되었다. '물길보다 낮은 곳에서 살았기에 사람이 죽었다', 딱 그만큼만 보고, 보인 것이다. 왜 사람들이 지하 주거를 택하는지, 물에 잠기지 않더라도 지하 주거, 고시원과 쪽방 같은 집 답지 못한 집에서의 삶은 얼마나 재난적인지 내려다보며 사는 그는 알지 못한다.

그보다 한 달 앞선 7월, 정부는 120대 국정과제의 10번째로 '촘촘하고 든든한 주거복지 지원'을 제시하며 "쪽방 등 비정상거처 가구에 대한 이주지원 강화"를 약속하였다. 그러나 이들을 위한 대표 정책인 '주거취약계층 매입임대주택'의 내년도 공급계획은 2000호로 올해 대비 단 한 호도 늘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올해 대비 무려 5조 7천억 원이나 깎였다.

주거사다리 지원사업 등으로 활용되는 매입임대주택 예산 삭감액만도 약 3조 원에 이른다. 그러면서 비적정 주거에서 적정 주거로 이동하도록 안내하거나 이사비를 지원하는 예산을 늘리거나 새로 편성했다 자랑한다. 이사 갈 공공임대주택이 없는 마당에 이사비 지원은 무슨 소용인가.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주거사다리 지원사업)은 만성적인 물량 부족, 기존 생활권을 이탈하게 하는 입지와 열악한 주택의 품질과 같은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이 부실한 주거사다리를 고쳐야 한다는 온갖 적신호가 켜졌다. 그럼에도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에 낙인을 더하고,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비정상적인" 국정운영으로 위험을 도리어 키우려 한다. 
 
▲ 동자동 쪽방 지역 내 게시판 동자동사랑방과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가 함께 쓰는 게시판에 한 주민이 붙여 놓은 바람 글
ⓒ 홈리스행동
  
선언에 머무는 동자동 쪽방 공공주택 사업
 
지금 제 방에는 창문이 크게 있어요. 그런데 건물이 가리고 있어서 햇빛은 잠깐 들렀다 나가요. 작년에는 조금만 보일러를 틀어도 따뜻했는데 올해는 똑같이 틀어도 좀 약하네요. 난방비는 한 달에 5만원 좀 넘게 나왔는데 올 겨울에는 연료비가 오른다니까 또 걱정이지요.
- 이난순(여성, 71세), 동자동 쪽방 주민

도심 취약주거밀집 지역인 쪽방촌은 주거환경이 매우 열악하고 재해·재난에 취약해 위험에 상시 노출되어 있다. 서울시 차원의 일부 개선 시도가 있었으나, 소유권을 민간이 갖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정책들은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런 배경에서 국토교통부는 지자체, LH공사, 지방공사와 협력해 쪽방 주민들에 대한 임시이주 및 재정착 대책을 수립하는 '선(先)이주 선(善)순환' 방식의 공공주택사업을 계획하였다. 2020년 1월 20일, 영등포를 시작으로 부산·대전 쪽방촌에 이어, 2021년 2월 5일, 전국 최대규모 쪽방촌인 서울 동자동에도 사업 추진계획이 발표되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아무 진척이 없다. 당초 2021년 12월까지 지구지정을 완료하고 2022년 한 해 동안 '보상기본조사 및 보상계획 수립'을 한 후, 2023년 1월부터 임시이주와 공공주택 착공을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개발 이윤에 동기화된 소유주들의 반대를 면피 삼아 소유주들에게 민간개발 계획을 제출하도록 하며 지구지정을 미루고 있다.

국토부는 쪽방주민들과의 면담을 통해, 소유주들이 제출한 민간개발 계획은 세입자 주거대책이 미흡해 공공주택사업을 대체할 수 없었다 하나, 여전히 소유주에게 수정 계획 제출 기회를 제공하며 지구지정을 미루고 있다.

담당자에 따르면, 국토부는 소유주 측에 이달 말을 기한으로 수정 개발계획을 제출하도록 또 말미를 주었다. 지금까지 국토부는 이렇게 시간을 허비해왔다. 만약, 이달까지 소유주 측이 공공주택사업에 준하는 세입자 대책을 제출하지 못해도 국토부는 다시 이들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 동자동 쪽방에 살지 않는 국토부 관료와 소유주 모두 급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 공공주도 개발 요구 피켓 주민의 주거권 보장을 위해 공공이 주도하여 쪽방 개발을 시행할 것을 요구하는 피켓
ⓒ 홈리스행동
 
개발 지역 쪽방 주민 사전퇴거 대책 마련해야

서울 영등포와 동자동, 대전, 부산과 같이 공공주도 쪽방 개발이 예정된 곳 외 쪽방 지역들 대부분은 민간 주도 재개발에 노출돼 있다. 대구지역 쪽방은 2001년 145채에서 2022년 66채로 79채가 줄어들고, 2018년부터 2021년까지만 해도 51채가 재개발·재건축으로 폐쇄되었다(관련 기사).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쪽방지역은 도시정비형 재개발, 주택재개발사업으로 구역이 지정돼 있으나 쪽방 주민을 위한 주거 대책은 마련돼 있지 않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동(양동 재개발구역)과 종로구 창신동 역시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다행히 남대문로5가동 쪽방은 애초 주민에 대한 임대주택 공급계획이 없었으나 선(先)이주 선(善)순환 공공주택사업 여론과 주민들과 주거권 단체들의 대응으로 재개발지구 내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하기로 하였다.

2022년 9월, 임대주택 건설을 위한 사업실시계획인가가 이뤄지고 현재 터를 닦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창신동 쪽방 역시 쪽방 주민을 위한 임대주택 및 사회복지시설을 확보하도록 종로구가 '창신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 쪽방 정비 가이드라인'을 세웠다.

그러나 남대문로5가동, 창신동 쪽방 등 민간 개발구역에서 발생하는 사전퇴거조치는 이와 같은 세입자 대책을 무력화하는 꼼수로 활용되고 있다. 2019년 400명이었던 남대문로5가동 쪽방 주민은 2021년 230명으로 줄어들었다. 2020년 388명이던 창신동 쪽방 주민도 2021년 235명으로 줄었다. 개발이 착수되기 전 소유주들이 쪽방을 폐쇄하고 아무런 이주나 보상 대책없이 주민들을 내보냈기 때문이다.

소유주들은 쪽방 주민 수가 적을수록 임대주택공급, 주거이전비 보상 같은 이윤 잠식 계기가 줄어드니 세부 정비계획 수립에 앞서 영업을 중단하고 건물을 폐쇄해 주민들을 퇴거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자치구나 서울시는 이와 같은 문제를 사인 간의 계약에 따른 것으로 간주할 뿐 어떠한 개입도 하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개발지역 쪽방 주민들은 홈리스들의 마지막 거처인 쪽방에서조차 쫓겨나고 있다. 하지만 개발지역 쪽방 주민들에 대한 가장 시급한 대책은 소유주들에 의한 사전퇴거 조치를 예방하는 것이다. 서울시와 자치구는 이와 같은 사전퇴거 조치를 중단시키고, 쪽방 건물 폐쇄 및 운영 중단이 부득이할 경우 구역 내 대체 주거지를 마련할 수 있도록 행정적 수단을 간구해야 한다.

열악한 주거는 건강과 재생산을 보장하기는커녕 오히려 위협할 수 있음을 올해, 여느 해보다 처참하게 확인하였다. 그러하기에 거리, 쪽방, 고시원, 반지하 등 집이 없어, 집답지 못한 곳에 살아 돌아간 이들에 대한 가장 온전한 추모는 모두에게 적절한 주거를 보장하는 것이어야 한다. 모두의 주거권을 부동산 시장의 매대에서 구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공공임대주택 정책이, 홈리스 정책이 주거권 보장에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으자.
 
▲ 2022 홈리스추모제 포스터  2022년 12월 22일, 서울역 광장에서 '2022홈리스추모제'가 열린다.
ⓒ 홈리스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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