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상의 세상만사] 영화 ‘올빼미’, 소현세자, 인조

2022. 12. 18. 19:2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영화 '올빼미'는 소현세자의 독살을 다루고 있다.

야사에 따르면, 인조는 청나라와 친한 소현세자를 매우 경계했다.

그래서 인조는 소현세자를 아들이 아닌 왕권을 위협하는 존재로 인식했다.

그래서였을까, 인조는 소현세자의 석연치 않은 죽음에 대한 사인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7일 만에 장례를 서둘러 끝내버렸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화 ‘올빼미’는 소현세자의 독살을 다루고 있다. 역사적 사실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흥미진진한 전개에 시사성까지 갖추고 있는 영화로 보인다.

소현세자는 삼전도의 굴욕 이후 동생인 봉림대군과 함께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가서 온갖 고생을 하다 8년 만에 돌아왔는데, 갑자기 2달 만에 죽었다. 공식 사망 기록은 학질이다. 머리에 있는 7개의 구멍에서 피가 흘러나왔다고 한다. 이 때문에 사망 원인을 둘러싸고 두고두고 논란거리가 되었고 지금도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야사에 따르면, 인조는 청나라와 친한 소현세자를 매우 경계했다. 청나라가 소현세자를 앞세워 불편한 관계에 있던 자신을 폐위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조는 소현세자를 아들이 아닌 왕권을 위협하는 존재로 인식했다.

그래서였을까, 인조는 소현세자의 석연치 않은 죽음에 대한 사인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7일 만에 장례를 서둘러 끝내버렸다. 세자를 치료했던 의원은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죄를 물어야 한다는 신하들이 주청이 있었지만, 오히려 두둔하기까지 했다. 모든 상황이 비상식적이다.

게다가 세자빈이었던 강빈은 전복을 진상해 인조를 독살하려 했다는 누명을 씌워 사약을 내렸다. 강빈의 친정 식구들도 역모에 동참했다고 몰아서 죽여버렸다. 소현세자 자식들도 화를 입었다. 아들 셋이 있었는데 장자였던 원손과 차남은 제주도로 유배를 당했고 거기서 죽었고, 셋째는 간신히 유배를 면했지만 스무 해 정도 살다가 요절했다.

소현세자는 그 당시 깨어있는 지식인이었다. ‘재조지은’이라는 구닥다리 명분에만 집착했던 인조와 달리 청나라처럼 신문물을 받아들여 조선을 개혁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다.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소현세자가 왕위를 계승했더라면 조선은 실학정신을 바탕으로 한 좀 더 강한 나라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명나라가 망하고 청나라가 중원의 주인이 된 현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던 인조는 선진적인 개혁 의식이 강했던 소현세자를 극히 싫어했다. 아니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삼궤구고두례(三跪九叩頭禮)’의 치욕을 씻고 싶었을 뿐.

관례에 따르면 세자가 죽었으니 마땅히 원손을 세자로 삼아야 했다. 그런데, 인조는 차남인 봉림대군을 후계자로 지정하고 뒤탈을 두려워해서인지 소현세자 가족들을 몰살시켜 버렸다. 참으로 비정하고 못난 아버지요, 아둔한 왕이었다. 소현세자가 죽고 나서 4년 후 인조도 소현세자와 같은 학질로 죽었으니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공교롭다.

두 번의 호란으로 온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수많은 백성이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가서 치욕스러운 삶을 살게 만들었으며, 자신의 아들과 아들 가족마저 모조리 죽음으로 내몰았던 인조.

영화 ‘올빼미’는 주인공의 눈을 통해 국제정세에 어둡고, 괴팍하며, 편협한 인간이 리더가 되었을 때 어떤 비극적 현실이 펄쳐지는지를 적나라하게 확인시켜 준다. 이 땅에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장차 이런 리더를 만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