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다이어리] 코로나19 각자도생이 의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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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고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고, 확진자와 밀접접촉자의 동선이 엄격하게 통제되는 중국의 혹독한 '제로코로나'를 겪으면서 들었던 의문이 있다.
어째서 중국인들은 이 무모하고, 불편하고, 과학적이지도 않은 조치를 저항 없이 수용하고 따르는가.
갑작스러운 방역 완화로 확진자가 폭증하며 중국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지만, 이것이 미래의 무비판적 신뢰를 막을 백신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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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하루가 멀다고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고, 확진자와 밀접접촉자의 동선이 엄격하게 통제되는 중국의 혹독한 '제로코로나'를 겪으면서 들었던 의문이 있다. 어째서 중국인들은 이 무모하고, 불편하고, 과학적이지도 않은 조치를 저항 없이 수용하고 따르는가.
사실상 '위드코로나'로 돌아선 뒤 모두가 각자도생의 길을 찾아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보며 내린 답은 '신뢰'다. 인민들은 정부를, 보건당국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향해 무한에 가까운 신뢰를 보냈다. 그것이 사회주의라는 이데올로기의 기본값이기도 하거니와, 가장 손쉬우면서 마음 편한 대응이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3년이 지난 오늘, 나아지지 않는 삶의 모습에 인민들은 금과옥조 같던 신뢰를 내려놓고 각자 살길을 찾기 시작했다. 일부는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고 자유를 위해 시위했고, 일부는 당국의 경고에도 의약품과 자가진단 키트를 쓸어 담았다. 소금물 가글 민간요법을 맹신하는가 하면, 황도 통조림과 전해질 음료를 사재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여전히 바이러스를 두려워하며 페이스 가드와 방호복으로 중무장을 하고서야 외출하는 이들도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정부 발표치를 대체할 코로나19 관련 데이터의 등장이다. 매일 오전 습관처럼 찾아보던 국가위생건강위원회의 확진자 수 발표에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다. 지난 14일부터 무증상 감염자 수치를 공표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이전부터 신뢰도를 의심받던 정부의 집계치는 더욱 쓸모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포털업체 바이두는 코로나19 관련 검색량을 기반으로 한 '국가전염병지수'를 내놨다. 확진자의 증상과 관련된 검색량 중심의 '건강 상담지수'는 18일 기준 2807만6472로 전날보다 9.19% 증가했고, 코로나19 방역 검색량 중심의 '전염병 검색지수'는 2491만3029로 전날보다 6.95% 뛰었다. 정부 공표 기준 확진자 수가 4만52명으로 정점이었던 지난 11월 27일의 이들 지수는 각각 149만8393, 2378만5656으로 이날보다 적었다.
대기업뿐 아니라 시민 그룹의 자발적 데이터 분석도 잇따랐다. 도시데이터단(城市數據團)을 자처한 한 민간단체는 그간 확진자 수와 궤를 같이했다고 자체 판단한 '발열(發燒)' 관련 검색량에 주목했다. 이들은 이를 토대로 12월 초 관련 검색량이 베이징, 스자좡, 바오딩 등 도시에서 평균치의 4배 안팎으로 치솟았다면서 감염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추측했다. 흥미로운 점은 관련 분석에서 지난 4월 상하이 봉쇄 당시의 검색량은 평균치의 1.57배에 그쳤다는 점과, 검색량은 정부가 과학적 방역을 외치며 20가지 조치를 발표한 11월에는 이미 검색량이 걷잡을 수 없이 치솟고 있었다는 점이다. 데이터의 함의는 누가 봐도 정부의 '정책 실기'다.
중국 사회와 인민들은 이제 또 다른 의미에서 변곡점에 서 있다. 신뢰할 만한 것을 신뢰하고, 문제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각자가 해결 방법을 판단하는 것. 비합리적인 방향으로 정책과 강제가 흘러간다면 일갈하며 저항하는 것. 갑작스러운 방역 완화로 확진자가 폭증하며 중국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지만, 이것이 미래의 무비판적 신뢰를 막을 백신이 되길 희망한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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