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보다 장관 '빅2'가 핵심...野 반대한 한동훈·이상민 예산은
새해 예산안 협상이 이른바 ‘빅2’ 장관(행안·법무)이 있는 부처 예산을 둘러싼 이견으로 법정 처리시한을 16일째 넘겼다.
18일 예산안 협상을 벌였던 여야 원내대표는 19일 오전에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회동을 갖고 대화를 이어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시간여에 걸친 회동 끝에 기자들과 만나 “법인세 인하 문제와 경찰국, 인사정보관리단 예산만 여전히 의견을 좁히지 못한 상태”라며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서로 계속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김진표 국회의장은 ▶국민의힘이 3%포인트 인하를 주장해 온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4%로 1%포인트 인하하고 ▶행정안전부 경찰국,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을 예비비로 쓸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중재안을 여야에 제시했다. 경찰국과 인사정보관리단의 경우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령으로 각각 행정안전부와 법무부에 신설한 조직인데, 민주당은 조직 자체가 위헌이라며 예산 편성에 반대해왔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의장 중재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국민의힘은 중재안 수용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먼저 법인세에 대해 정부ㆍ여당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기업의 활력을 살리려면 1%포인트 인하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도 이날 여야 회동 직후 “정부가 원래 요구했던 3%포인트에 준하는 정도의 인하가 있어야 된다는 입장을 계속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론 ‘빅2 장관표’ 예산으로 꼽히는 경찰국과 인사정보관리단 예산 문제가 핵심 쟁점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 통화에서 “경찰국과 인사정보관리단 두 개가 안 풀린다. (예산을 안 준다는 건) 정부 조직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건데 그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도 “법적 문제가 없는 조직을 마치 문제가 있는 것처럼 끌고들어오니 협상 진전이 안 된다”며 “민주당이 그 부분에서 강경하다”고 전했다.
경찰국은 야당이 해임건의안을 단독 처리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인사정보관리단은 야당과 연일 설전 중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관리하는 신설 조직이다. 예산안 협상이 난항을 겪는 게 ‘실세장관’을 둘러싼 여야의 힘겨루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제는 정부ㆍ여당이 의장 중재안을 좀 받아들여달라고 (야당이) 요청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야당이 19일부터 단독으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히면서 예산안 협상이 더 복잡해졌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예산안을 먼저 처리한 후에 국정조사를 실시한다’는 것이 합의 내용인데, 국정조사부터 시작하면 예산안 협의는 세월없이 마냥 흘러갈 것”이라며 “예산 처리가 여전히 가장 시급하다. 국정조사 특위 단독 강행은 민주당이 스스로 모든 문을 닫아버리는 무모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당정, 노동개혁 입법안 조속 마련=이날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ㆍ정협의회에서 당·정은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노동개혁과 관련해 임금ㆍ근로시간 제도 개선을 위해 빠른 시일 내 입법안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당·정협의엔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회의 뒤 브리핑에서 “임금ㆍ근로시간제도 개선 과제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입법안을 마련하고, 5인 미만 근로기준법 적용, 파견제도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과제들도 사회적 논의를 바로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특히 일부 노조의 파업 중 불법행위에 대해 “그간의 노조 활동에 대해 햇빛을 제대로 비춰서 국민들이 알 수 있게 해야한다”는 한 총리의 발언을 소개하며 “그간 노조의 재정운영 투명성 등 국민들이 알아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도 과단성 있게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당ㆍ정은 2025년부터 초등학생들이 오후 8시까지 맞춤형 교육ㆍ돌봄 서비스를 함께 받을 수 있는 ‘초등 늘봄학교’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영ㆍ유아 단계에서 유아교육과 영ㆍ유아보육을 통합하는 유보통합을 위해 관계부처ㆍ전문가ㆍ이해당사자와 협의를 거쳐 추진방향을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정부가 대학 재정지원 기준으로 활용했던 ‘대학기본역량진단’을 폐지하고, 2025학년도부터 사학진흥재단과 대한교육협의회 등에서 실시하는 진단ㆍ인증 결과를 활용하여 재정지원을 하는 데도 당·정이 의견을 모았다.
또 여당은 정부에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를 조속한 시일 내에 해제해줄 것을 강력 요청했다고 박 대변인이 말했다. 또 최근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한 문재인 정부 통계청의 통계 조작 의혹에 대해 정진석 위원장이 “심각한 국기문란”이라며 정부의 강력 대응을 주문했고, 정부도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한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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