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화유니 이어 YMTC도 휘청…흔들리는 中 ‘반도체 굴기’

이희권 2022. 12. 1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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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4월 중국 우한에 있는 YMTC 공장에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 주석이 자오웨이궈(가운데) 칭화유니그룹 회장 등과 함께 반도체 생산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신화통신


매년 성장을 거듭하던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배제하고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다. 중국 업체의 추격에는 일단 제동이 걸렸지만 한국 반도체 업체들 역시 ‘반도체 자립’을 내세우며 총력전에 나선 미국·중국·유럽·일본 등에 맞서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18일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이르면 2024년 3D 낸드플래시 시장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YMTC는 중국 최대의 3D 낸드 제조업체로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메모리 반도체를 만든다. 세계 시장 점유율이 2020년 0.8%에 그쳤으나 올해 2분기 3.4%까지 늘려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만나 첫 대면 정상회담에 앞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특히 200단 이상 적층 기술을 적용한 3D 낸드 반도체 양산을 선언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기존 시장의 강자들과 경쟁을 예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사실상 블랙리스트인 ‘수출통제 명단(entity list)’에 YMTC를 넣으면서 사업을 접어야 할 위기에 몰렸다.

블랙리스트 기업들은 미국 기업과 거래할 때 상무부로부터 특별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를 받지 못하면 미국 공급업체로부터 부품·장비를 구매할 수 없다. YMTC는 중국 반도체 굴기의 핵심 기업이지만 서방의 장비와 소재, 소프트웨어 없이는 첨단 반도체 생산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앞서 애플은 지난 10월 YMTC가 만든 128단 낸드를 아이폰에 탑재하려다 미국 의회의 반발 등으로 관련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트렌드포스는 “(현재와 같은 제재가 이어진다면) YMTC는 기술 정체로 경쟁력과 시장 점유율을 모두 잃고 중국 내수용 기업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최대 전자 제품 하청 업체 '폭스콘' 중국 헝양 공장.


애플의 최대 협력업체인 대만 폭스콘 역시 중국의 반도체 기업 칭화유니에 대한 투자를 전면 백지화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폭스콘은 지난 16일 중국 자회사 싱웨이가 최소 53억8000만 위안(약 1조98억원)에 해당하는 칭화유니 지분을 매각하는 데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폭스콘은 대만 증권 당국에 “더는 칭화유니의 지분을 간접적으로도 보유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시했다.

칭화유니그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교인 칭화대가 설립에 관여한 칭화유니는 한때 중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업체로 부상했지만 과도한 부채로 사실상 부도를 내며 주저앉았다. 중국 당국은 그간 ‘칭화유니 살리기’에 직접 나섰고, 중국 본토를 주요한 사업 기반으로 성장한 폭스콘도 여기에 동참했다. 하지만 대만 정부와 미국 측이 벌금 부과 등을 내세우며 강하게 압박하자 결국 백기를 든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도 영향이 불가피해진 상태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이 떨어져 나간다면 중국 시장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는 국내 기업 역시 그간 이어왔던 막대한 중국 투자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쑤저우에 반도체 후공정 공장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우시에서 D램, 다롄에서 낸드플래시, 충칭에서 후공정 공장을 가동 중이다.

내년까지는 국내 업체들이 첨단 반도체 장비를 건별 허가 없이 중국 공장에 들여올 수 있지만 이후에도 해당 조치가 연장될지는 미지수다. 이창한 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중국은 결국 서방과는 다른 자신들만의 반도체 생태계를 만들어보려 시도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국내 기업이 중국 공장에서 현 수준을 넘는 첨단 반도체 장비를 사용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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