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의 단비가 될 것인가

윤민섭 2022. 12. 18.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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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레드포스 ‘실비’ 이승복 인터뷰
농심에서 3군→1군 성장 코스 밟아온 순혈 정글러
지난달 육성군 동료들과 함께 1군 콜업

농심 레드포스는 지난달 말 1군 선수단 전원과 계약을 종료했다. 대신 올해 2군에서 활약했던 ‘든든’ 박근우, ‘실비’ 이승복, ‘피에스타’ 안현서, ‘바이탈’ 하인성, ‘피터’ 정윤수를 전원 콜업했다. LCK CL 서머 시즌 우승을 차지한 5인을 그대로 내년에 1군으로 기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냉정하게, 농심이 내년에 상위권에 오를 거로 보는 이는 많지 않다. 대부분 T1, 젠지, 담원 기아, DRX, KT 롤스터, 한화생명e스포츠 등 6개 팀의 우승 경쟁을 점친다. 이 팀들은 오프시즌에 많은 금액을 투자해 스타급 선수들을 영입하거나 재계약했다. 반면 유망주 위주로 로스터를 꾸린 농심과 다른 3개 팀에 대한 기대치는 적다.

그러나 농심의 새로운 길잡이, 2020년부터 이 팀에서 프로게이머로서의 성장 코스를 차근차근 밟아온 순혈 정글러는 그런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의 팀 연습실에서 만난 이승복은 세간의 시선보다 훨씬 낙관적으로 내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팀원 간 소통 능력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하지만 최근 문제점을 고치고 보완했다. 아직 최상위권 팀들과는 스크림을 해보지 않았지만, 중하위권 팀들 상대로는 60% 이상의 승률을 꾸준히 내고 있다. 애초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도 좋은 성적과 경기력이다.”

“상위권 팀들과도 붙어봐야 견적을 정확하게 낼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플레이오프 진출도 불가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족했던 라인전 체급도 제법 많이 올라왔다. 한타와 운영 능력도 전보다 개선이 돼 LCK 팀들 상대로 ‘비빌’ 만하다.”

LCK 제공


이승복이 말하는 농심의 강점은 두터운 팀원 간 신뢰다. 이승복과 박근우, 안현서는 3년째 한솥밥을 먹는다. 세 명은 2020년 농심의 육성군 시스템인 한국 e스포츠 아카데미에서 처음 호흡을 맞췄다. 바텀 듀오 하인성과 정윤수 역시 올해 LCK CL 서머 시즌 우승까지의 여정을 함께하며 서로 믿음을 쌓았다.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간 맞춰온 팀워크와 신뢰가 농심의 강점이다. 정윤수가 특정 플레이를 제안하면 그냥 믿고 바로 실행으로 옮긴다. 우리에겐 올해 LCK CL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으며 얻은 것들이 있다. 결과적으로는 ‘틀린 오더’가 될지언정 일단 함께 시도한다.”

LCK CL은 LCK와 달리 매일 단판제로 운영된다. 3판2선승제로 정규 리그를 치르는 LCK의 진행 방식이 이들에게 어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승복은 올해 LCK CL 무대에서 5판3선승제 경험을 충분히 쌓았다며, LCK 아레나는 오히려 자신들에게 유리한 환경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우리는 순간적인 판단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다음 세트에 곧바로 취약점을 고치는 능력은 좋다. 채도준 코치님의 초반 설계가 올해 큰 도움이 됐다. LCK는 LCK CL과 달리 3판2선승제로 정규 리그를 진행한다. 첫 세트를 패배한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아쉬움이 남지 않는 경기를 치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사실 이승복을 포함한 농심 선수단은 이미 LCK 무대를 경험해봤다. 올해 기존 1군 선수단의 코로나19 확진으로 긴급 콜업돼 몇 차례 경기에 나섰다. 정윤수는 잠깐이나마 ‘에포트’ 이상호를 제치고 주전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하지만 다섯 명 모두 노련한 베테랑들에게 호되게 당했고, 경험 부족을 실감했다.

“실력 차이가 크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경험에서 비롯된 대처 능력 차이가 크다고 느꼈다. 스프링과 서머 시즌 모두 1군 스크림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그런데 막상 대회에 나서니까 계획했던 것처럼 게임이 안 풀렸다. 스크림에선 당해주던 갱킹들을 실전에선 안 당해주더라. LCK CL과는 확실히 다르다고 느꼈다.”

“내년엔 다를 것이다. 팀원들의 라인전 능력이 전보다 향상됐다. 스토브리그 전부터 미리 스크림을 하며 약점으로 지적됐던 팀 내부 의사소통 능력도 보완했다. 코로나19 팬대믹 때는 말 그대로 처참하게 무너졌다. 내년엔 그런 상황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재밌는 경기를 보여드리겠다.”


이승복의 롤모델은 담원 기아 ‘캐니언’ 김건부다. 그의 시선으로 봤을 때 부족한 점이 없는 정글러, 이른바 ‘육각형 정글러’라고 했다. 그는 롤모델처럼 큰 약점이 없는 선수가 되는 게 목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장점도 뚜렷하지 않다는 게 스스로 아쉬운 점이다. 그는 정글러 간 메카닉(피지컬) 싸움으로 끌고 가야 승산이 커질 것으로 봤다.

“‘캐니언’ 선수는 정글링을 똑똑하게 하고, 피지컬도 뛰어나다. 모자란 점이 없는 ‘육각형 정글러’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나는 작은 육각형 정글러다. 하지만 피지컬 싸움에서는 ‘캐니언’ 선수와 T1 ‘오너’ 문현준 선수를 제외하고는 전부 이길 자신이 있다.”

“내년엔 스프링과 서머 시즌 모두 LCK 플레이오프 진출을 목표로 하겠다. 내년보다는 내후년을 바라보겠다. 프로게이머로서의 최종 목표는 LCK나 롤드컵같은 더 큰 무대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일이다. LCK 팬들 머릿속에 ‘잘하는 정글러’로 각인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끝으로 그는 세간의 저평가를 이겨내겠다는 팀의 각오를 대신 전했다.

“관계자 평가를 봐도, 커뮤니티 분위기를 봐도 대부분이 농심을 최하위권으로 둔다. 소위 ‘6강4약’ 구도의 4약 중에서도 최하위로 분류하시더라. 팬들께서는 걱정을 안 하셨으면 좋겠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믿고 응원해주시면 언젠가는 반드시 성적으로 보답해드리겠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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