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익 연 250만원 넘으면 과세…금투세 도입에 떠는 '채권 개미'

김도년 2022. 12. 18. 17:2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지난달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에 반대하는 촛불시위를 가졌다. 뉴스1

'채권 개미'가 떨고 있다. 유예 여부를 놓고 국회에서 여야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합의에 이르지 못해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되면 채권 등 기타상품의 경우 연간 250만원이 넘으면 매매차익의 22%(3억원 이상은 25%)를 세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주식은 연간 5000만원 이상 수익을 얻을 경우 이에 20~25%를 과세한다.

지난 16일 기준 표면금리(채권 액면가에 대한 연간 이자율)가 연 1.125%인 20년 만기 국고채 상품(국고01125-3909(19-6))에 1000만원을 투자한 경우, 현재 채권금리 수준(연 3.291%)이 정점이고, 앞으로 2년 뒤 이 금리가 2%포인트 하락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예상 수익은 총 377만2280원이다. 이 중 26만2280만원은 2년간 발생한 이자 소득이고, 나머지 351만원은 채권 가격이 오른 데 따른 매매차익이다. 그러나 금투세가 적용되면 총 수익금은 355만원으로 줄어든다. 한 증권사 채권매니저는 “금투세가 내년부터 시행되면 소액 채권 투자자도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매매차익 기대되는 저쿠폰채도 인기였지만….

채권 투자는 그동안 '부자들의 리그'였다. 최소 수억~수십억원 단위로 투자할 수 있다 보니 개인투자자에게는 문턱이 높았다. 하지만 올해 분위기가 달라졌다. 증권사들이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에서 국채·공사채·회사채 등에 1000원 단위로 투자할 수 있게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개인의 채권 투자가 급증했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16일까지 개인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20조1348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순매수 규모(4조5675억원)의 4.4배가 넘었다. '채권 개미'의 등장이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자 채권이 대안 투자처로 주목받았다. 채권금리 상승 속 안정적 이자 수익을 노리거나, 공사채와 회사채 등의 금리가 오르면서 저쿠폰채(표면금리 연 2% 이하) 가격이 더 내려간 탓에 향후 채권 가격 상승을 겨냥한 수요도 늘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 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개인 순매수 1~10위 채권 상품 중 절반가량이 저쿠폰채였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차익에 과세하는 금투세로 투자 위축 불가피


채권 매매 차익에 과세하는 금투세가 시행되면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피해 채권 투자에 나섰던 이들의 투자 위축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예금금리 인상으로 일반인도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커지며 올해 채권 투자는 주목을 받았다. 채권의 매매 차익에는 그동안 세금을 물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소득 종합과세는 이자·배당 등 연 2000만원을 초과한 개인별 금융소득에 최대 49.5%의 소득세율을 적용하는 제도다. 예금금리가 연 2%대였을 때는 예금액이 10억원이 넘어야 과세 대상에 해당했지만 예금금리가 연 5%대로 뛰며 예금액이 4억원 이상만 돼도 과세 대상이 되면서 채권이 투자 대안으로 떠올랐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금융소득 종합과세의 영향으로 예금으로 갈 돈이 채권 시장으로 유입됐지만, 금투세가 시행되면 채권 투자의 이점이 희미해지기 때문에 개인들의 채권 투자가 위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진 금융투자협회 세제지원부장은 “내년부터 시장금리가 정점을 지나 하락하면 채권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채권 매매차익을 거둘 사람이 늘 수 있지만 (금투세로) 매매차익에 세금을 물리면 채권 투자 매력은 떨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