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전 8연패' 현캐, 신형 엔진 이현승·송원근 분전은 위안
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이 대한항공전 8연패를 당했다. 경쾌한 소리를 낸 신형엔진의 힘에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현대캐피탈은 18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22~23 도드람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과의 3라운드 홈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1-3(17-25, 25-19, 21-25, 19-25)으로 패했다. 11월 24일 우리카드전부터 이어진 연승 행진이 '6'에서 제동이 걸렸다. 승점 추가에 실패한 현대캐피탈은 시즌 30점을 기록, 한 경기 덜 치른 대한항공에 6점 뒤진 2위를 지켰다.
1세트 상대 탄탄한 조직력 앞에 무기력하게 밀린 현대캐피탈은 2세트 반격에 성공했다. 아웃사이드 히터 전광인이 0-0에서 연속 득점하며 기선을 제압했고, 대한항공 정지석의 서브 범실로 점수 차를 벌렸다. 외국인 선수 오레올까지 득점에 가세했고, 상대 미들 블로커 김규민의 더블 콘텍트 범실까지 나오며 6-2로 달아났다.
10-7에선 상대 세터 한선수와 김규민이 합작한 속공 플레이를 최민호가 블로킹해내며 기세를 올렸다. 1세트 침묵했던 에이스 허수봉은 14-11에서 블로커 2명을 뚫고 오픈 공격에 성공하며 포효했다. 대한항공이 신청한 작전타임이 끝난 뒤 바로 이어진 상황에서 집중력 있는 수비로 공격권을 가져온 뒤 오레올이 득점하며 다시 5점 차로 앞섰다. 꾸준히 4~5점 차를 유지하며 5점 앞선 채 25점 고지를 밟았다. 올 시즌 1·2라운드 한 세트도 따내지 못했던 현대캐피탈이 비로소 첫 세트를 따냈다.
이 과정에서 새 얼굴들이 힘을 보탰다. 14일 우리카드전에서 데뷔 처음으로 풀세트를 소화한 신인 세터 이현승은 이날 선발로 출전해 과감한 공 배급과 뛰어난 수비 집중력으로 공·수 모두 활력을 불어넣었다. 특히 최민호와의 중앙 속공 호흡이 좋았다. 최태웅 감독은 이 플레이에서 득점에 실패하거나 범실이 나와도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몸을 날리는 디그도 돋보였다. 균형을 잃은 상태에서도 바로 일어나, 최민호와 중앙 속공을 합작하며 빼어난 순발력까지 보여줬다.
이현승은 2023~23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전체 2순위)로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은 선수다. 고교(남성고) 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냈고, 얼리 드래프트에 도전해 프로 무대에 입성했다. 장신(키 190㎝)에 손끝 감각도 좋은 편이라는 평가다. 김명관, 이원중 등 기존 세터들이 주전 입지를 굳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대주로 떠올랐다.
백업 미들 블로커 송원근도 '인생 경기'를 펼쳤다. 15-12에서 정지석의 오픈 공격을 블로킹했고, 17-14, 18-15에서 연속 속공을 해냈다. 4세트는 시작부터 나서 6-8로 따라붙는 속공을 성공한 뒤 상대 주포 정지석의 퀵오픈을 가로막으며 다시 추격을 이끌었다.
입단 4년 차 송원근은 지난 시즌 4경기밖에 나서지 못했다. 임무인 블로킹도 없었다. 그러나 이날 이현승과 호흡을 맞춰 공격 득점 3점을 해냈고,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만 두 번이나 수상한 정지석의 공격 두 차례 막아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현대캐피탈은 3세트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다시 리드를 내줬고, 4세트는 전방위로 득점을 폭격한 링컨을 막지 못해 결국 패했다. 올 시즌 대한항공의 독주를 막을 대항마로 평가받았지만, 유독 맞대결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며 자존심을 구겼다. 그래도 이현승과 송원근의 분전은 추운 날씨에도 경기장에 발걸음 한 현대캐피탈 팬들에겐 반가운 모습이었다.
안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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