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맹 새 시대”, 韓 “동의 반드시 필요”…日 ‘반격 능력’에 온도차

정진우 2022. 12. 18. 16: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16일 각의를 통해 반격 능력 보유를 담은 안보 전략 개정을 결정했다. EPA=연합뉴스

‘반격 능력’ 보유를 선언한 일본의 안보 전략 개정에 대해 한·미가 서로 다른 입장을 드러냈다.

일본은 지난 16일 임시각의(국무회의) 결정을 통해 방위력 강화 방침을 담은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결정했다. 개정안은 방위비 증액을 포함한 군비 증강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데, 특히 외교·안보 기본 지침에 해당하는 국가안전보장전략 개정안에는 적 미사일 기지 등에 대한 ‘반격 능력’을 명시했다. 이같은 반격 능력은 동맹국인 미국이 공격받는 경우에도 작동된다.


반격능력 명시…전수방위 원칙 탈피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물론 반격을 포함한 무력행사를 위해선 ▶무력 공격에 의한 존립 위협받고 ▶국민 보호를 위한 대체 수단이 없을 경우에 한해 ▶필요 최소한으로 행사한다는 3요건이 갖춰져야 한다. 다만 이같은 기준 자체가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사실상 일본이 전수방위(專守防衛·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 가능) 원칙을 깨고 선제 공격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의회와 행정부는 일본의 ‘방위력 강화’를 놓고 지지와 환영의 입장을 드러냈다. 핵심 동맹국인 일본의 방위력 증강과 반격 능력 보유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지탱하면서 대중(對中) 견제를 강화하는 데 유용하리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의 그레고리 믹스(민주당) 위원장과 마이클 매콜(공화당) 간사는 16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통해 “우리들이 직면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일본의 방위 태세 재조정은 미·일 동맹에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고 호평했다.


美 하원 외교위 “새 시대 열 것” 기대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일본의 이번 안보 전략 개정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는 일본의 방위력 증강과 반격 능력 보유가 미국이 추구하는 인도 태평양 전략에 힘을 실어 줄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합뉴스
북한의 핵 위협과 미·중 경쟁에 따른 신냉전 구도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일본의 방위력 증강이 북·중·러를 견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실제 일본은 이번 안보 문서 개정을 통해 중국을 “지금까지 없었던 최대의 전략적 도전”으로 규정했다. 중국 측은 이에 주일중국대사관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양국 관계와 지역 안전 및 안정의 파괴자·교란자로 전락하지 말라”며 “반격 군사력 강화는 일본이 전후 평화 발전의 궤도를 이탈하고 있다는 의심을 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성명을 통해 일본 안보 전략 개정을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강화하고 방어하기 위한 담대하고 역사적인 조치”로 평가하고 “방위 투자를 의미 있는 폭으로 증액하기로 한 일본의 목표에 따라 미국과 일본의 동맹 또한 강화하고 현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도 몽니’ 또 등장


외교부는 지난 16일 독도 영유권 주장 등의 내용을 담은 일본의 3대 안보 문서 개정과 관련 구마가이 나오키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했다. 뉴스1
하지만 한국 속내는 복잡하다. 이번 일본의 국가안보전략 개정안엔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일본의 ‘독도 몽니’가 함께 포함됐다.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명의 논평을 통해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포함시킨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이를 즉각 삭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외교부와 국방부는 각각 주한일본대사관 소속 구마가이 나오키(熊谷直樹) 총괄공사와 나카시마 다카오(中島隆雄) 일본 해상자위대 방위주재관을 초치해 항의했다. 한국으로선 수용 불가 대목이다.
일본의 안보 전략 개정을 놓고 미국은 환영의 뜻을 밝힌 반면 한국은 우려의 뜻을 표했다. 사진은 윤석열(왼쪽부터)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합뉴스


독단적 대북 반격, 허용 불가


일본의 반격 능력 역시 민감한 문제다. 일본이 반격 능력을 명시하며 그 핵심 타깃으로 북한을 상정할 경우 정부로선 유사시 한반도 안보 상황에 영향을 미칠 또 다른 외부 변수가 추가된 셈이다. 외교부가 일본의 반격 능력과 관련 “한반도 대상 반격 능력 행사와 같이 한반도 안보 및 우리의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사전에 한국과의 긴밀한 협의와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 이유다. 하지만 일본은 반격 능력 행사시 한국의 사전 허가는 필요 없다는 입장을 내놔 향후 한·일 관계에 불씨를 남겼다.

한국 정부로선 대북 위협에 대응하는 한·미·일 협력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일본 정부가 이를 뛰어넘어 독단적으로 대북 군사행동을 하는 것까지 수용할 수는 없다. 이는 한반도에 한국 동의를 받지 않고 제3국이 군사 개입하는 것인 데다 한국의 한반도 전체 관할권을 일본이 불인정하는 것이어서다.

일본 측은 북한을 상대로 한 반격 능력 행사시 한국의 허가가 필요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한국의 동의를 필수 요소로 내건 정부 입장과 대비된다. 뉴스1


박영준 국방대 교수는 “그간 한·미는 작전계획(OPLAN)을 통해 다양한 북한발 군사 위협 시나리오를 협의해왔지만, 한·일 간에는 그같은 논의가 진행되지 못했다”며 “우발적인 충돌을 피하기 위해선 한·미·일이 어떤 부분에서 협력하고, 어떤 부분에서 하면 안 될지 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일본의 반격능력 보유에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은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면서도 다자 협력을 통해 긴장이 올라가지 않도록 외교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