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정상 상고대에 '산호초'가 피었습니다

문운주 2022. 12. 1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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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무등산 산행에 나섰다.

무등산 일대가 유네스코 세계지질 공원에 등재된 지질 탐방 명소다.

1574년 조선 선조 때 고경명이 쓴 무등산 기행문 '유서석록'의 일부다.

서석대 인근이 무등산 눈꽃의 최고 명소라고 가르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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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탄성이 절로 나와... 하얗게 흐느적거리는 모습이 산호 숲 연상시켜

[문운주 기자]

▲ 무등산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인왕봉이다.
ⓒ 문운주
지난 16일 무등산 산행에 나섰다. 이날은 화순 수만 탐방 지원센터 탐방로를 이용하기로 했다. 정상까지 제일 가까운 거리다. 기온이 급 강하된 터라 아직 몸이 적응이 안 된 탓에 조심해야 한다. 동행친구 2명 중 한 친구가 뇌졸중(?)으로 입원한 경력도 있고 해서 망설였다.

그래도 도전(?)해 보기로 했다. 낭떠러지 등 경사지가 위험하다. 눈이 얼어 미끄럽기 때문이다. 아이젠과 스틱을 준비했다. 전문가들 이야기로는 스틱이 무릎 충격 완화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사고 방지에 만전을 기하자고 자신과 서로에게 다짐하면서...

백마능선 삼거리를 거쳐 장불재에 도착한 시각이 오전 11시, 날씨가 추운 탓인지 등산객이 많지 않다. 북적대던 쉼터에도 아예 사람이 없다. 중년 남성 한 분이 장불재 표지석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고 있을 뿐이다. 

남쪽 백마능선을 따라 펼쳐지는 낙타봉에서 장불재까지는 철쭉이 장관이었다. 서쪽인 중봉 인근은 억새가 바람에 휘날렸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상고대(나무나 풀에 내려 눈같이 된 서리)는 겨울 눈꽃 명소로 꼽힌다. 무등산 일대가 유네스코 세계지질 공원에 등재된 지질 탐방 명소다.
 
네 귀퉁이가 옥을 깎아 세운 듯 층계가 첩첩하여 먹줄로 친 것 같았으니 생각건대 천지가 개벽할 초두에 아무런 뜻이 없이 결합되어 우연히 기관을 이룩한 것인지 또는 신공과 귀장이 바람과 우레를 불러 이 교묘한 솜씨를 농락한 것인지. 아! 누가 이를 만들었으며 누가 이를 다듬었던가?

1574년 조선 선조 때 고경명이 쓴 무등산 기행문 '유서석록'의 일부다. 입석대를 어찌 더 이상 다른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산에 오를 때마다 그분이 남긴 찬사의 글귀를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진한 감동이 전해온다.

입석대를 지나 서석대에 이르니 비로소 사람들이 보인다. 사진가 한 사람을 만났다. 20년째 사진을 찍고 있다는 그는 겨울이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서석대 인근이 무등산 눈꽃의 최고 명소라고 가르쳐 준다.

아래를 보지 말고 위를 봐야 상고대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으니, 하늘을 배경으로 즐감하라고 덧붙인다. 조금 늦은 탓에 파란 하늘을 볼 수 없음이 아쉬웠다. 이곳 상고대가 산호초, 사슴뿔, 벚꽃이라고 흥얼거린다. 은유를 아는 분이다.
 
▲ 무등산 상고대
ⓒ 문운주
   
▲ 무등산 상고대
ⓒ 문운주
   
▲ 무등산 상고대
ⓒ 문운주
 
"바다 속 산호초 같지 않나요?"
"산골짜기 여기저기 뛰노는 사슴 뿔이에요."

너도 나도 탄성이다. 하얗게 흐느적거리는 모습이 산호 숲을 연상시킨다. 무등산 입석대, 서석대, 광석대를 석수 장이가 먹줄을 치고 깎아 세워놓은 것이라면 눈꽃 터널은 용왕님이 내려주신 축복의 산물이다.

목교에서 서석대까지가 눈꽃 터널... 신갈나무나 떡갈나무 가지 위에 하얗게 피운 상고대는 신비스럽다. 놀라운 설경에 탐방객들은 저마다 혀를 내두른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피어있는 듯, 매달려있는 듯 진풍경을 연출한다.
 
▲ 무등산 주상절리 사이에는 벚꽃이 핀 것 처럼 아름답다.
ⓒ 문운주
 
한 스님이 강원도 산속에 거쳐할 때다. 밤에 제일 무서운 것은 적막도 아니요. 강한 바람도 아니고 눈이라고 했다. 소나무에 쌓여 그 육중한 나무가 와지직 꺾어지는 것을 보고 산속에서 눈의 힘이 거대함을 느꼈다.
때론 그토록 무섭고 위험한 눈이 어른이 된 나에게는 추억으로 다가온다. 삭막한 겨울에 아름다운 꽃이 되어 즐거움을 준다. 자연이 준 위대한 선물이다.
 
▲ 무등산 상고대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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