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외친 '미얀마 봄혁명'... 이젠 다른 방식으로 연대"

윤성효 2022. 12. 1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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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74차 일요시위로 마무리... 이주노동자 탄압, 안전 위해 '모금운동' 전개

[윤성효 기자]

 12월 18일 오후 창원역 광장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74차 일요시위".
ⓒ 윤성효
 
미얀마(버마) 군부 쿠데타 686일째, '민주주의 연대 일요시위' 652일째인 18일 오후 창원역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영하권으로 떨어진 추운 날씨 속에서도 세 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군부독재 물러가라", "봄혁명을 이어 민주주의 완성하자"라고 외쳤다.

이날로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일요시위'는 74번째를 맞았다. 한국미얀마연대, 경남미얀마교민회, 경남이주민센터는 2021년 2월 미얀마에서 군부쿠데타가 발생한 뒤부터 매주 혹은 한 달에 한 차례씩 일요시위를 열어왔다.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일요시위'는 이날로 마무리하고, 앞으로는 운동 방식을 '모금'으로 바꾼다. 이는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들이 '탄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연대 활동 방식 변경에 대해, 이철승 한국미얀마민주주의연대공동행동 대표는 "문재인 정부 때 미얀마인들에 대해 한시적 특별조치가 있었다"라며 "불법체류자이거나 비자 기간이 종료되어도 미얀마 국내 사정이 평화롭고 정상 상황으로 돌아갈 때까지 국내에 체류하면서 일할 수 있도록 특별조치를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자 기간이 종료되면 우리나라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여권을 가지고 가서 신고를 해야 한다"라며 "여권 기간 연장은 한국에 있는 미얀마대사관에서 하는데, 대사관에 여권 연장 신청을 했지만 미얀마 민주주의 활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연장을 해주지 않아 본국으로 강제 출국 당한 사례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에 일요시위에 참여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위기감을 느끼기도 하고, 미얀마 언론과 인터뷰를 한 국내 미얀마인들의 가족을 군부가 찾아가 조사한 사례도 있다"며 "그래서 새해부터는 민주주의 연대 활동을 모금운동으로 바꾼다"고 설명했다.

"미얀마 민주주의 지원하는 가장 단단한 세력으로 성장"

마지막으로 열린 일요시위 참가자들은 묵념부터 했다. 사회를 본 아웅묘우 경남미얀마교민회 부회장은 "우리가 모인 지금 이 순간에도, 미얀마 어느 곳에서는 산악지대든 마을이든 도심이든 취조실이든 경찰서든 교도소든 가리지 않고, 군사정권의 만행으로 귀중한 목숨이 스러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고령의 노인, 저항군에 참여한 10대 청소년, 저항군과 교전한 마을에 사는 주민, 집 뒷마당에서 놀던 어린이, 쿠데타군의 침입을 피할 수 없어서 자신의 집에 숨어야 했던 장애인, 퇴근길을 재촉하던 주민, 늦은 밤에 아픈 아기를 오토바이에 태우고 경찰의 검문을 피해 급히 운전하던 아빠, 의사 가운을 벗고 진료실을 나와 저항군에 참여하여 무기를 쥔 저항군 주치의 등을 가리지 않고, 미얀마인의 목숨과 피와 민주주의가 쓰러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웅묘우 부회장은 "미얀마 시민의 생명권을 박탈하고, 미얀마 민주주의의 현재와 미래를 송두리째 앗아가는 쿠데타 정권의 인권 말살을 규탄하며, 돌아가신 분들의 넋을 위로하는 마음을 모아 묵념의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철승 대표는 개회사를 통해 "지난 2년 동안 두 번의 봄과 여름, 가을, 겨울을 보내면서 우리는 미얀마 밖에서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원하는 가장 단단한 세력으로 성장했다"며 "비록 지난봄 벚꽃을 보면서 봄날이 가기 전까지는 좋은 날이 올 것을 바랐지만, 그래도 미얀마 봄이 오고 말 것이라는 우리의 소망을 단념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쿠데타정권의 살인과 폭주가 여전히 멈추지 않는 2022년을 보내면서, 우리는 정기적인 일요시위를 마무리하고, 운동의 방향을 새롭게 모색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 이 자리는, 2년 간 우리가 성취한 것을 돌아보고, 미얀마 민주주의 역사에 남을 성취를 이룬 서로를 격려하고, 앞으로 지역 시민들과 일상에서 더 가깝게 만나면서 미얀마 민주주의에 더 깊이 헌신할 것을 약속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날 일요시위에서는 미얀마 시민불복종항쟁의 최전선에 선 다곤대학교 총학생회에서 온 호소문과 국민통합정부(NUG) 교육부에서 성명서가 각각 미얀마어와 한국어로 발표되었다.

다곤대 학생 7명이 군부에 의해 사형을 선고받은 것과 관련해 총학생회는 "미얀마 대학생들은 미얀마 현대사에서 민주주의 운동을 가장 앞에서 이끌었던 세력이다. 이 학생들이 위축되거나 희생되면 미얀마 민주주의의 미래도 밝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통합정부 교육부는 "봄혁명에 참가한 사람들은 공포에 떨고 괴로워했지만, 역사적으로 정직한 사람들은 두려움을 제쳐두고 다양한 방법으로 군부에 저항한 그것은 세계에서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역사적 혁명이다"며 "영광스러운 인민의 봄혁명정신은 영원하여야 한다. 봄혁명은 성공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대표는 "미얀마에는 반드시 민주주의가 바로 설 것이고 군부독재는 멸망할 것이다. 인류 역사상 아무리 강한 군대도 민중의 힘을 이긴 적이 없었다"며 "미얀마 민중의 민주주의에 대한 뜨거운 열망은 세계 어느 나라 민족보다 강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민족도 자유와 평화,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 일본의 총칼에도 목숨 걸고 싸웠다. 이승만 독재, 박정희 독재를 물리쳤다. 전두환 군부독재를 물리쳤고 5.18 민중항쟁의 역사도 있다"며 "우리 자랑이 많았습니다만 미얀마 청년들의 민주주의 열망은 한국인의 그것보다 더 큰 것 같았다. 먼 나라에서 일주일 내내 일하다가 일요일마다 집회에 참석하는 여러분을 보고 저도 많이 깨달았다"고 했다.

정유미 정의당 경남도당 부위원장은 "추운 날씨에 이국 땅에서 일하며 고국의 미래를 위해, 나와 가족의 미래를 위해 애쓰시는 미얀마분들께 응원을 보낸다"며 "동남아시아국가와 한국의 연대가 미얀마 민주화에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하며 꾸준히 미얀마를 지지하는 한국인 활동가들과 미얀마인들에게도 연대와 존경을 표한다"고 했다.

한국미얀마민주주의연대공동행동, 미얀마연방민주주의승리연합(MFDMC), 창원민예총은 이날 낸 공동성명을 통해 "미얀마 시민들이 죽음의 세력과 싸우는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정치범지원협회 통계에 따르면, 12월 14일 현재 미얀마 시민 2589명이 쿠데타군에게 살해되었고, 1만 6555명이 붙잡혀 있다. 잔혹한 학살과 파괴도 이어졌다"고 했다.

이들은 "많은 시민들이 체포되어 고문을 당하고 머리에 총을 맞고 살해됐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가 어디에 있든 우리를 더욱 강한 연대로 이끌 것"이라며 "향후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는 미얀마 현지의 소식에 꾸준히 귀 기울이고, 지역사회에 더 깊이 스며 들어가 시민들에게 미얀마를 알리고, 모금운동을 전개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민주주의 완수의 그 날까지 미얀마 봄혁명을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집회에서 아웅 묘우 부회장은 "일요시위는 오늘로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출발이다. 우리는 지지 않는다. 우리는 결코 잊히지 않겠다"고 했다.

장계석 민중가수(창원민예총)가 노래 "상록수"를 불렀고, 마지막에 '보보와 미얀마 친구들'이 미얀마 민중가요 "예지비(중요하다)"를 불렀다. 참가자들은 "살인마 정권, 쿠데타 정권, 시민학살 중단하고 헌정 질서 회복하라"고 외쳤다.
 
 12월 18일 오후 창원역 광장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74차 일요시위".
ⓒ 윤성효
  
 12월 18일 오후 창원역 광장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74차 일요시위".
ⓒ 윤성효
  
 12월 18일 오후 창원역 광장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74차 일요시위".
ⓒ 윤성효
  
 12월 18일 오후 창원역 광장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74차 일요시위".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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