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대통령의 월드컵 평화연설 영상, FIFA가 막았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18일(현지시간) 치러지는 카타르월드컵 결승전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평화 연설이 담긴 영상을 송출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국제축구연맹(FIFA)이 이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FIFA는 경기 중이나 경기장에서 정치적 구호를 외치거나 항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이번에 요청한 연설은 평화를 호소하는 내용이어서 FIFA의 결정은 논란이 예상된다.
17일 미 CNN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성명을 통해 "FIFA가 카타르월드컵 결승전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평화 메시지를 담은 영상을 거부했다"며 "FIFA는 사람들을 하나로 만드는 축구의 소중한 의미를 잃었다"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가 월드컵 결승전에서 송출을 요청한 영상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영어로 평화를 호소하는 연설을 녹화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개최국인 카타르도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런 계획을 지지했으나 FIFA가 이를 막았으며 결승전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 영상 노출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이어 FIFA를 향해 "아직 시간이 있다"며 이번 결정을 다시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또 "FIFA가 이 영상을 송출하지 않을 경우 독립적으로 내보내겠다"고 했다. 카타르월드컵 결승전인 프랑스와 아르헨티나의 경기는 한국시간으로 19일 0시 카타르 루사일스타디움에서 열린다.
FIFA는 경기 중이나 경기장에서 정치적 구호를 외치거나, 선수가 사용하는 장비에 정치적·종교적 의미의 문구 또는 이미지가 담겨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이번 영상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평화를 호소했을 뿐 어떤 정치적인 색채나 주관적인 평가, 심지어 비난의 내용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FIFA는 평화를 상징하는 세계 축구 축제에서 평화의 메시지가 들리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했다.
CNN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영상에서 "축구는 세계를 하나로 모으며 월드컵(World Cup)은 필요로 하지만 세계 대전(World War)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월드컵은 전쟁터가 아니라 그라운드에서 페어플레이를 통해 가장 강한 나라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올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국제회의는 물론 그래미상 시상식, 칸 국제영화제 등에서 평화 연설을 한 바 있다.
CNN은 FIFA가 관련 논평을 피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FIFA가 러시아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카타르월드컵 유럽 지역 플레이오프에서도 이런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당초 FIFA는 러시아란 국가명이 아닌, 러시아축구협회 이름으로 경기 참가를 허용했으나, 폴란드·스웨덴·체코 등이 러시아와의 경기를 거부하자 뒤늦게 러시아의 참가를 불허했다.
또 카타르월드컵에서 FIFA가 정치적 구호나 이미지를 금지하는 규정을 들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논란도 일었다. 앞서 일부 유럽 국가대표팀 주장들이 카타르의 인권 문제를 규탄하기 위해 경기에서 다양성과 포용을 상징하는 무지개색 완장을 착용하려 하자 FIFA는 이를 금지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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