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시위’ 지지한 이란 국민배우 알리두스티 보안군에 체포

이란 유명 배우 타라네 알리두스티(38)이 2016년 프랑스 칸 영화제에 참석했다. AP뉴시스

이란의 국민배우로 ‘히잡 시위’ 지지를 표명했던 타라네 알리두스티(38)가 보안군에 체포됐다고 국영 IRNA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알리두스티가 허위 정보를 게시하고 사회 혼란을 조장한 혐의로 당국에 체포됐다고 밝혔다.

알리두스티는 지난 9월부터 3달 동안 이어진 ‘히잡 시위’를 소셜미디어(SNS)에 히잡을 벗은 사진을 올리는 등 지지하고 정부를 비판해왔다. 최근 알리두스티는 인스타그램에서 이란의 반정부 시위대 사형 집행을 비판했다.

그는 시위 참가자인 모센 셰카리(23)의 사형을 집행하는 날인 8일 인스타그램에 “당신의 침묵은 억압과 독재에 대해 지지를 의미한다”며 시위 참여를 호소했다. 이어 “이란 정부의 이런 잔혹한 사형 집행에 국제단체들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인류의 수치”라고 비난했다. 또 알리두스타는 지난달 SNS에 올린 게시글에서 히잡을 벗은 채 긴 머리를 늘어뜨린 자신의 사진을 올리고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에 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2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20대 이란 여성의 죽음에 항의하며 불을 지피고 있다. AP연합뉴스

알리두스티는 엄격한 이슬람 국가인 이란에서 과거에도 적극적으로 사회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왔다. 2016년 칸 영화제 수상 기념 기자회견에서는 왼쪽 팔꿈치 안쪽에 페미니즘 지지의 상징인 문신이 드러나자 “나는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양성 간 평등을 믿는 페미니스트다”고 공개적으로 페미니즘 지지를 고백해 이란 내 보수층들이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또 2019년 유가 인상으로 대규모 시위가 벌여졌을 때도 이란인이 시민이 아닌 포로와 다름없는 처지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알리두스티는 2017년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세일즈맨’에서 주인공을 맡았다. 또 올해 칸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은 사이드 루스타이 감독의 ‘레일라의 형제들’에 출연하는 등 최근까지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한편, 이란 정부는 알리두스티를 비롯한 여러 활동가가 사용해온 SNS 애플리케이션인 왓츠앱과 인스타그램이 당국에 협조하지 않을 시 영구 차단하겠다고 협박하고 나섰다. 이란 정부는 두 앱이 적국이 주도한 반정부 시위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3개월째 차단을 이어오고 있다. 또 이란 현지에 지사를 개설해 정부 가이드라인을 따르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란에서는 두 달 넘게 이어진 반정부 시위로 통화가치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이 나왔다. 알리 살레하바디 이란 중앙은행 총재는 국영TV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경화이든 수요가 더 많다면 시장에 그것을 제공할 것”이라며 통화문제 해결을 위해 달러를 시장에 투입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