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경찰 왜 이러나…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격
광주·전남 경찰청 경찰관들이 최근 근무 기강 해이는 물론 절도·성범죄까지 잇따라 저질러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 상반기 자치경찰위원회 출범을 계기로 지역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민생치안 강화에 나섰지만, 헛구호에 불과하다는 여론이다.
‘민중의 지팡이’라는 경찰관이 오히려 범법행위를 서슴지 않아 수사 주체가 아닌 객체가 되는 현실이다.
전남 나주경찰서는 18일 “대낮 골프장 탈의실 옷장에서 금품을 훔친 혐의(절도)로 광주 서부경찰서 A경사 신병을 확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경사는 지난 13일 낮 12시 30분쯤 나주 한 골프장 클럽하우스 옷장에서 현금과 수표 등 700만 원 등이 든 지갑을 훔친 혐의가 불거졌다.
서부서 지구대 소속인 그는 옷장 옆 칸을 사용하는 다른 사람이 샤워하러 간 틈에 미리 눈을 흘겨 외워 둔 4자릿수 잠금 비밀번호를 누르고 태연히 절도 행각을 벌였다.
범행 직후 달아난 A경사는 골프장 측이 수소문을 통해 연락하자 “클럽하우스 바닥에 떨어진 지갑을 발견하고 주워 안내데스크에 맡겨 놓았다”고 거짓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추궁하자 “옆 사람이 옷장 비밀번호 누르는 게 우연히 눈에 띄어 충동을 이기지 못했다“며 숫자를 순간적으로 암기한 뒤 범행하게 됐다“고 실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경사를 직위 해제하고 감찰 조사를 펴고 있다.
같은 경찰서 지구대 B경위는 담당 근무지역에서 자전거를 훔쳤다가 들통이 났다. B경위는 지난 8월 21일 퇴근하던 길에 화정동 한 아파트 자전거 거치대에 있던 40만 원 상당의 자전거 1대를 훔쳤다.
열쇠가 잠기지 않은 채 세워진 자전거를 훔쳐 타고 달아났다가 주인의 신고를 받은 경찰관이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돌려보는 과정에서 범행장면을 고스란히 들켰다.
B경위 역시 처음에는 ”주인 없이 버려진 자전거인 줄 알았다”고 에둘러 변명했지만, 조사과정에서 과거 절도 전력이 드러나자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다.
그는 2015년 자택 인근 화물트럭 적재함에서 사다리를 훔쳐다가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벌과 함께 1개월의 감봉 처분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B경위는 ‘심각한 품위손상’이라는 이유로 해임돼 공직에서 쫓겨났고 절도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법원에서 벌금 200만 원의 약식 명령 처벌을 받았다.
근무시간·근무지를 상습적으로 벗어나거나 ‘내부 갑질’을 했다가 말썽이 되는 사례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광주동부경찰서 C경감은 지난 8월 평일 근무시간대 담양의 한 펜션에 수십 차례 드나들었다는 진정이 접수돼 감찰조사 결과 일부가 사실로 드러났다.
광주경찰청 감찰계는 C경감의 최근 3년간 휴대전화 수신·발신 기록과 진정인이 촬영해 제보한 사진·동영상을 비교 분석해 근무지 이탈을 적발했다.
동부경찰서 과장 D경정은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부하직원들에게 과도한 ‘갑질’을 했다가 경찰청 징계위에 회부돼 1계급 ‘강등’ 처분되는 수모를 겪고 있다.
지난 15일 경찰청 징계위에서 중징계가 결정된 D경정은 부하직원에 대한 폭언과 함께 과도한 의전을 요구하고 식사비까지 수시로 내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직분에 맞지 않는 개인적인 심부름은 기본이고 가방을 대신 들게 하는 등 온갖 횡포를 부리면서 다수의 부하직원에게 흡사 ‘왕’처럼 군림했던 정황이 파악됐다.
D경정은 2014년 의경들로 구성된 기동대 중대장으로 근무할 때 유사한 갑질 의혹이 제기돼 경징계를 받았지만 제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
성범죄를 저지른 경찰관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전남경찰청 E경위는 지난 7월 말 부하 여직원을 강제 추행한 혐의가 인정돼 재판을 받고 있다. 성 비위 처리 지침에 따라 경찰청이 감찰 조사 중이다.
초과근무 시간을 조작해 수당 등을 챙긴 경찰관들은 애교에 가깝다.
광주지법 형사3단독(재판장 이지영)은 지난달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현직 경찰관 등 5명에게 각각 벌금 1000만~1500만 원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 2018년 3월16일부터 지난해 12월20일까지 전남 나주경찰서에서 근무하면서 본인과 경찰관 16명의 초과근무 시간을 허위로 작성, 1억7800만 원을 부당하게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따라 경찰관들의 문란한 기강과 함께 잇단 범죄행각에 ‘일벌백계’ 차원의 철퇴를 내려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광주경찰청과 전남경찰청은 지난해 5월과 6월 시·도민과 함께 지역을 더 안전하게 지키겠다며 각각 자치경찰위원회를 의욕적으로 출범했지만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경찰관들의 숱한 일탈이 이어지고 있다”며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철저한 교육과 더불어 복무 기강을 확고히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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