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화 “같은 시기에 막 오른 ‘영웅’ 영화·뮤지컬, 부담보단 설레” [일문일답②]
오랜 기다림이 전화위복이 됐을까.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뚫고 약 3년 만에 드디어 영화 ‘영웅’이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마침 대구에서 원작 뮤지컬인 ‘영웅’을 공연하고 올라온 배우 정성화를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 개봉과 함께 ‘영웅’의 서울 공연을 앞둔 그에게선 부담보단 설렘이 더 많이 느껴졌다.
-‘영웅’이 언론 시사를 마쳤다. 어떻게 봤나. “기왕이면 관객 여러분 마음에 쏙 들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임했다. 결과물을 앞에 두고 보니 열심히 했던 지난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더라. 관객 여러분께 잘 보여드릴 수 있는 영화가 나왔구나 싶었다. 개봉을 앞둔 금 영광스럽고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다.”
-뮤지컬 ‘영웅’을 오래 해왔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 소개해 준다면. “일단 뮤지컬에는 없는 장면들이 추가가 됐다. 뮤지컬에서는 전투 장면이 실제로는 등장하지 않고 언급만 된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전투 장면들이 초반에 아주 디테일하게 표현돼 있다. 또 안중근 의사가 동생들에게 유언을 남기는 장면이라든지 검사와 대화를 하는 장면 등이 추가됐다. 뮤지컬에는 있지만 영화에서는 빠진 넘버도 있다. ‘이것이 첫사랑일까’와 ‘동양평화’라는 넘버가 빠져있다. 뮤지컬에서는 링링이라는 캐릭터가 나와서 안중근을 짝사랑하는데, 영화에서는 그 캐릭터가 독립군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한국인 캐릭터로 바뀌었다.”
-넘버를 소화하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었을 것 같다. “공연에서는 홀을 다 울려야 한다. 전개상 작게 연기를 하는 장면에서도 A석에 있는 관객들에게까지 내 연기가 가 닿아야 한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그렇게 연기를 하면 어색하다. 작고 섬세한 연기를 하는 게 중요했다. 넘버 역시 공연에서와 다르게 속삭이듯 부르기도 했다. 어떨 때는 노래를 포기하고 감정을 앞세워야 할 때도 있었다.”
-현장 녹음 방식을 사용했다고 들었다. “현장에서 마이크를 세 개 정도 달고 노래를 불렀다. 카메라가 아주 가까이까지 들어오기 때문에MR을 쓸 수가 없어서 인이어로MR을 들으면서 노래를 불렀다. 처음에는 에코가 없이 내 생목소리가 나오는 게 어색했다. 뭔가 답답하고 내가 노래를 못하는 것 같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그러다 조금씩 노하우가 생기면서 ‘이거 노래 못하는 거 아니다. 믿고 가자’는 마음으로 부르게 됐다.”
-첫 촬영 때 당황했을 것 같은데. 어떤 장면이었나. “성당 장면이었다. MR이나오고 있었는데 잘 안 들려서 애를 먹었다.”
-뮤지컬에 비해 영화에서 더 풍성하게 잘 표현된 부분도 있었을 것 같다. “매우 많다. ‘단지동맹’ 장면 같은 경우 영화이기 때문에 그렇게 큰 스케일로 관객들께 보여드릴 수 있었다고 본다. 또 ‘십자가 앞에서’나 ‘장부가’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도 안중근 의사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았다.”
-기존 뮤지컬 영화와 ‘영웅’의 차이점을 꼽자면. “지금까지 뮤지컬 영화는 대부분 등장인물이 대사를 하다가 갑자기 백그라운드 음악이 나오면서 노래를 시작하고, 다른 인물들이 앙상블처럼 춤을 추는 등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우리 영화 ‘영웅’은 극 속에 음악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관객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뮤지컬 영화라고 생각한다. 사실 윤제균 감독님과 송 모먼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어떤 감정으로 노래를 부를 것인지, 언제 노래를 시작할 것인지를 제일 많이 신경 썼다.”
-뮤지컬 ‘영웅’을 초연부터 계속하고 있다. 약 14년 동안 ‘영웅’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인가. “안중근 의사는 내 롤모델이자 선생님이다. 솔직히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어떤 시즌도 만만하게 생각하고 임하지 않았다. 그만큼 어려운 작품이다. ‘누가 죄인인가’부터 ‘십자가 앞에서’, ‘장부가’까지 ‘영웅’은 안중근 혼자 끌어가야 하는 부분이 굉장히 많은 작품이다. 굉장히 섬세하고 에너지도 세고 어려운 작품이다. 그래서 매 시즌 내게는 도전이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발성도 새롭게 고쳐야 했다. 그렇게 내게 계속 도전을 안겨주는 작품이라 ‘영웅’을 지속해왔던 것 같다.”
-어떤 이유에서 안중근을 ‘선생님’이라고 표현한 것인지. “보통 사람들은 안중근 의사라고 하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사람으로만 안다. 그런데 그분의 일대기를 살펴보면 철학가, 신앙인, 사상가로서의 면이 있다. 정말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그분이 남긴 이야기를 보면 내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그런 부분에서 내가 보고 배울 스승이라고 생각한다.”
-뮤지컬과 영화 가운데 어떤 게 더 어려웠나. “장단점이 다르다. 공연 때는 실수를 하면 큰일 난다. 예를 들어 ‘누가 죄인인가’ 같은 경우 가사가 진짜 많다. 한 번 꼬이면 뒤가 다 꼬이게 된다. 그러면 넘버 하나가 통째로 날아가는데 관객들이 그걸 가만히 두고 보시겠나. 그런데 영화에서는 한 번 실수를 하더라도 다시 찍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다만 영화는 한 번 완성을 하면 끝이다. 더는 수정이 안 된다. 공연 같은 경우에는 이번 시즌에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면 다음 시즌 때 그 부분을 고치고 보완하면 되는데 영화는 그게 안 된다. 일수무퇴인 것이다.”
-영화 개봉 날 뮤지컬 ‘영웅’ 서울 공연도 개막한다. 부담감은 없나. “부담보다 기대가 크다. 아직 ‘영웅’이 개봉하지도 않았는데도 대구 공연 때 모든 좌석이 매진됐다. 그런데 이제 영화가 개봉하면 얼마나 열기가 더 뜨겁겠나. 분명히 영화를 보시고 뮤지컬도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극장을 찾는 분들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분들이 많으시면 좋겠다. 영화와 공연에서 에너지가 어떻게 다르게 쓰이는지 와서 확인해 주시길 바란다.”
-영화 주연은 처음이다. 예비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조연이었던 정성화가 영화에서 주연으로 어떻게 활약을 할지, 뮤지컬 영화가 생소한데 이물감 없이 극에 몰입할 수 있을지 그런 부분이 당연히 고민되시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미 보신 관객분들의 리뷰가 있지 않나. 그것을 보고 마음 놓고 극장을 찾아주셨으면 좋겠다. ‘아바타: 물의 길’의 존재는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관객들의 취향은 제각각이라고 생각한다. ‘영웅’은 ‘아바타: 물의 길’과 충분히 대적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두 작품 모두 사랑받아서 나란히 1000만 관객을 돌파했으면 좋겠다.”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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