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반격능력' 보유 선언에 야당 반발..."전쟁국가 만들려는가"

이영희 2022. 12. 1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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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반격 능력'(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및 방위비 증액을 골자로 3대 안보 문서를 개정한 데 대해 일본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이 태평양 전쟁 패전 후 유지해 온 전수방위(専守防衛·공격을 당한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과 함께 방위비 재원 마련 방안 등을 두고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2019년 8월 22일 일본 시즈오카현에 있는 히가시-후지 사격장에서 열린 육상자위대의 연례 실사격 훈련에서 한 자위대원이 경장갑차에서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지난 16일 일본 정부가 각의(국무회의)에서 안보 3문서(국가안전보장전략·국가방위전략·방위력정비계획) 개정안을 통과시키자 즉각 비판 성명을 냈다. 입헌민주당은 성명에서 "국회 논의나 국민적 합의 없이 지금까지의 방위 정책을 크게 전환하는 '반격 능력 보유'나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로 증액' 등을 적시한 것은 큰 문제로,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반격 능력은 적이 일본에 대한 공격에 착수했다고 판단될 때 적의 기지 등을 장거리 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입헌민주당은 이에 대해 "일본에 대한 공격 착수를 현실적으로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고 선제공격으로 간주될 위험이 크다"며 "이른바 '존립 위기 사태'에서 상대국 영역에 대한 공격을 부정하지 않고 있어 '전수방위' 원칙을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방위비와 관련해선 일정 정도의 증액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세출 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향후 5년간 43조엔(약 412조원)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은 합리성이 결여됐다"고 비판했다.


"일본을 군사대국으로 만드는 방향 전환"


일본 공산당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위원장도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안보 문서 개정에 대해 "단호히 반대하며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시이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적 기지 공격 능력을 보유하는 것은 전수방위를 완전히 포기하고 일본을 전쟁국가로 만들겠다는 매우 위험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후 안보정책 대전환이란 (중차대한 문제를) 선거를 통해 국민들의 신임을 묻지도 않고 국회에서 제대로 된 심의도 거치지 않은 채 각의로 결정한 것에 단호히 반대하며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2018년 10월 14일 일본 사이타마현 아사카에 있는 육상자위대 아사카 훈련장에서 육상자위대원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사민당도 간사장 담화를 통해 "반격 능력이라 칭하는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인정한 것은 평화헌법을 사실상 무너뜨리고 전수방위를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라며 "일본을 미국과 함께 전쟁하는 군사대국으로 만드는 매우 중대한 방향 전환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보수 색채를 띤 야당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일본유신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자민당은 지난 참의원 선거에서 방위비 증액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 계획에 대해 공약하지 않았다"며 "(정부의 증세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격 능력 보유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방위비의 재원으로 법인세와 소득세, 담뱃세 증세를 주장한 데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아사히신문도 17일자에서 "일본 정부가 충분한 논의 없이 반격 능력 보유를 결정하고 군사 대국으로 나아가는 길을 택한 것은 미래의 화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사히는 "(반격 능력에서 말하는) '공격 착수'의 시점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워 반격 능력 행사가 자칫 선제공격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평화헌법에 기초한 전수방위 원칙을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고 주변국과의 군비 경쟁을 촉발할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日 기시다, 美 방문해 역할 분담 협의


한편 '반격 능력 보유'를 천명한 일본 정부는 방위 정책에서 미국과의 역할을 재조정하는 논의에 나선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8일 "기시다 총리가 내달 미국을 찾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방위력 강화 방안을 설명하려고 한다"며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을 논의하는 안도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16일 오후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방위 문서 개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어 "지침에 평상시 방공·미사일방어와 유사시 탄도미사일 공격에의 대처에 자위대의 반격 능력을 반영할 것인지가 논점이 될 것"이라며 "대만 유사시에 자위대가 미군을 후방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확대해야 하느냐도 쟁점"이라고 짚었다.

지금까지 일본은 적에 대한 공격(창)은 미국에 맡기고 자위대는 방어에 치중한다는 원칙을 지켜왔다. 그러나 일본이 적 기지 등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춤으로써 앞으로는 공격 기능도 일정 정도 수행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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