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 휩쓴 여배우도 잡아넣었다…이란, 히잡시위 강공
지난 9월부터 석 달 넘게 이어진 ‘히잡 시위’를 지지하며 정부를 비판해 왔던 이란의 유명 배우 타라네 알리두스티(38)가 당국에 체포됐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란 타스님 통신을 인용해 “알리두스티가 폭동을 선동하고 반(反)정부 운동을 지지하는 허위 내용을 게재한 혐의로 이란 당국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알리두스티는 그녀의 세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이란 배우 중 한 명으로, 정권에 도전하는 예술가와 스포츠인 등 유명 인사를 단속하기 원한다는 당국의 신호”라고 분석했다. 알리두스티는 올해 칸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은 사이드 루스타이 감독의 '레일라의 형제들'에 출연하는 등 최근까지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해 왔다.
알리두스티는 지난 9월부터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히잡 시위’에 대한 지지 의사를 지속적으로 표명해 왔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22)가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구금되던 중 의문사하면서 촉발된 히잡 시위가 3개월째 진행 중이다.
지난 8일 알리두스티는 자신의 SNS 글을 통해 “당신의 침묵은 억압과 독재에 대해 지지를 의미한다”며 “이란 정부의 이런 잔혹한 사형 집행에 국제단체들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인류의 수치”라고 주장했다. 이날은 히잡 시위에 참가해 시위 진압 보안요원을 다치게 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모센 셰카리(23)의 형이 집행된 날이다.
알리두스티는 지난달에는 히잡을 벗은 채 긴 머리를 늘어뜨린 자신의 사진을 SNS에 게시하며 히잡 시위에 대한 연대를 표명했다. 800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그의 SNS 계정은 현재 폐쇄된 상태다.
가디언은 최근 이란 당국의 체포는 ‘젊은 세대에 서양 가치관을 주입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유명인사들과 언론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의 사진 기자이자 조정 전 국가대표팀 선수는 최근 반정부 시위와 선전에 참여한 혐의로 징역 7년, 출국금지 2년, 채찍 74대의 형을 선고받았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17일 “이란 남부에서 석유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시위하는 사진과 영상이 SNS를 통해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SNS에 따르면 이들은 “우리는 거짓말하는 장관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먹을 게 없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의 반정부 시위 합세는 현 정권에 상당한 위협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지난 10월 이들의 시위가 처음 보도됐을 당시 카림 사자드푸르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선임연구원은 로이터에 “이란 국내총생산(GDP)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율이 이란 혁명 때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경제 핵심”이라며 “대규모 파업이 발생한다면 이란 정부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전했다.
1979년 일어난 이란 혁명은 석유 및 가스산업 노동자들이 대규모 파업을 하면서 당시 히잡 착용과 같은 이슬람 전통에서 탈피하려던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고 이슬람 종교 지도자가 최고 권력을 갖는 현 정권이 집권할 수 있게 만들었다.
정희윤 기자 chung.he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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