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트’ 김혜준 “정해인 고경표, 몸 사리지 않는 연기에 감동” [일문일답①]
배우 김혜준의 재발견이다. 탈색 머리에 펑키한 스타일, 속을 알 수 없이 툭툭 뱉는 말투. 김혜준은 디즈니+ 시리즈 ‘커넥트’에서 지금까지와 사뭇 다른 강렬한 연기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커넥트’ 공개를 기념해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 김혜준은 이 자리에서 ‘커넥트’에서 호흡을 맞춘 선배들의 열정과 노력에 자신 역시 큰 영향을 받았음을 고백했다.
-‘커넥트’에서 스타일링이 인상적이었다. “처음 감독님을 만났을 때 내가 연기한 최이랑에 대해 ‘펑키카와이’(펑키하고 귀엽다)라고 하시더라. 어떤 스타일을 원하시는지 느낌이 왔다. 빈티지샵에서 파는 하나밖에 없는 옷을 자신의 스타일대로 재해석했을 것 같은 느낌. 의상팀이 가지고 오는 의상은 다 새옷이니까 피팅을 계속 해보다 결국 집에 있는, 사용감이 있는 옷들을 가져와서 나열을 했다. 감독님이 그 가운데 고른 옷 몇 가지가 내 옷이었다. 누구도 따라할 것 같지 않은 이랑만의 스타일을 구축하기 위해 회의를 많이 했다.”
-이랑의 스타일은 왜 그렇게 튀었어야 했을까. “이랑이의 정체성 때문이라고 본다. 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기 위해, 평범한 인물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을 하는데 어쩔 수 없이 튀는 성격과 성향 아닌가. 그런 요소들을 다 조합하다 보니 특이한 의상으로 발현이 된 것 같다. 머리도 이랑만의 스타일을 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다.”
-신인류인 이랑을 표현하기 위해 그 외에 또 노력한 부분이 있다면. “신인류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혈식이 잘 돈다. 그래서 손톱이 항상 붉다는 설정이었다. 그걸 표현하기 위해 붉은색 매니큐어를 칠했다가 살짝 지웠다. 그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손톱 끝을 붉게 하려고 노력했다.”
-이랑이는 외모뿐만 아니라 내적으로도 개성 있는 캐릭터다.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나. “내가 보기에도 이랑이는 색다른 캐릭터였다. 그래서 최대한 극에 잘 녹아들기 위해 노력했다. 솔직히 좀 특이하지 않나. 어떤 부연설명도 없이 뜬금없는 상황에서 등장해서 납득시키기 어려운 행동들을 한다. 옷차림도 특이하고. 어떻게 보면 존재 자체가 이상하기 때문에 너무 캐릭터적으로 연기를 해버리면 나 혼자 너무 과할 것 같았다. 사실 어렵고 납득하기 어려운 대사도 있었는데, 최대한 이해하면서 어떻게든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나 나름대로 이랑이를 납득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고, 밸런스를 맞추는 데 집중했다.”
-‘커넥트’를 왜 선택했나. “새로운 인류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이 끌렸다. 기존에 내가 했던 연기와 또 다른 것 같더라. 그리고 이랑이가 작품에서 어떤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도 끌렸다. 액션도 있었고 반전을 쥐고 있는 인물이라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또 작품에서 이랑이가 등장하는 장면들이 다 재미있었다. 뜬금없이 나타나서 자기 할 말만 하고 사라지지 않나. 그런 거침없는 면모에 끌렸던 것 같다.”
-일본 감독과 첫 작업이었다. 언어의 장벽은 없었나. “회의를 하거나 정보를 전달받을 때는 통역사분이 계셨어야 했다. 현장에서 디렉팅을 받을 때도 가끔은 통역사분이 필요했다. 그런데 늘 통역이 있어야 했던 건 아니다. 연기를 하고 나서 내가 어떤 아쉬움을 느낄 때가 있다. ‘감독님이 뭔가 더 원하실 것 같은데’라는 촉이 오면 바로 감독님으로부터 피드백이 왔다. 예상하고 있던 지점이니까 나도 ‘이렇게 하라고요?’라고 하면서 제스처로 표현을 하면, 감독님이 맞다는 식으로 또 보디랭귀지를 해주셨다. 우리에게는 대본이라는 공통의 언어가 있고, 그렇기 때문에 비슷한 느낌을 공유한다. 오히려 말로 어떤 장면을 평가하는 게 더 어려울 때도 있는 법이다. 때문에 언어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은 크게 느끼지 못 했다.”
-작품 들어갈 때부터 걱정은 크게 없었나. “걱정을 잘 하지 않는 성격인 것 같다. 살면서 일본 감독님이랑 작업할 기회가 그렇게 많겠나. 그래서 그냥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일차원적으로 들었다. 거기에 장르물의 대가라 불리는 미이케 다카시 감독님이기 때문에 믿음이 컸다. 설렘 뒤에 오는 걱정이나 부담 같은 것을 감독님과 나눌 수 있겠다, 의지할 수 있겠다 싶었다. 함께 연기하는 선배들 역시 마찬가지다. 워낙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선배들이다 보니 한 작품에 출연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그런 걱정은 전혀 안 했다. 선배들에게 오히려 의지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었다.”
-선배들로부터 어떤 점을 배웠나. “한 작품, 한 작품 하면서 그래도 계속 성장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건 선배들이었다. 이전에는 대선배들과 작품을 같이 할 때가 많았다. 연륜이 있는 어른들을 만나 좋은 말씀을 많이 들었다. 이번에는 가장 또래에 가까운 선배들이었다. 거기에서 오는 파이팅 넘치는 에너지가 있더라. 연륜과 경험에서 오는 여유로움과 멋짐이 있다면 정해인, 고경표 선배들로부터는 묵직하고 무거운 에너지를 많이 느꼈다. 선배들의 열정 넘치는 연기를 보면서 ‘나도 안주하면 안 되겠다. 지치지 말고 더 젊음을 보여줘야겠다’는 내적 다짐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열정 넘치는 현장이었나 보다. “두 분 다 정말 쉬시질 않는다. 쉬는 시간에도 끊임없이 작품에 대한 고민을 하고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의견을 많이 내셨다. 몸을 사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렇게 찍고 집에 가면 괜찮나’ 싶었을 정도였다. 그런 선배들을 보면서 나도 몸을 사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무리도 많이 했다.”
-함께하는 선배들의 연령대에 따라 현장에서 가장 달라지는 점이 무엇인지. “지금 갑자기 생각이 난 건데 먹는 것에 대한 대화가 달라지는 것 같다. 연령대가 있는 선배들의 경우 ‘뭐 드셨어요?’라고 여쭤 보면 ‘여기 충청도에는 이게 맛있어’, ‘어디 칼국수 집이 맛있어’ 같은 대답이 주로 왔다. 이번 현장에서는 ‘떡볶이 어느 브랜드 좋아하세요?’ 같은 대화를 했다. 그런 게 다른 부분이었다. (웃음)”
-‘커넥트’가 다음 시즌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시즌 2가 나온다면 어떤 연기 보여주고 싶나. “일단은 이랑이의 비중이 늘었으면 좋겠다. (웃음) 시즌 2가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지만, 나온다면 이랑이가 흑막이 될 수도 있고 최종 빌런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니면 동수(정해인 분)처럼 성장형 히어로가 될 수도 있을 거고. 어떤 방향으로 나가든 끝판왕이 됐으면 좋겠다. (웃음)”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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