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극복한 '여제의 귀환', 비로소 웃었다
[이준목 기자]
'농구여제' 박지수(KB)가 마침내 코트로 돌아왔다. 12월 17일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SOL 2022-2023 여자프로농구 청주 KB와 부천 하나원큐와 경기는 박지수의 8개월만의 복귀전으로 시선을 모았다.
박지수는 명실상부 WKBL 최고의 선수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26경기에서 평균 21.2점 14.4리바운드 4.8어시스트로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시상식에서는 정규리그 MVP 포함 7관왕을 휩쓸었다. 박지수를 앞세운 KB스타즈는 정규리그에 이어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아산 우리은행을 완파하고 V2까지 달성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박지수는 지난 8월 갑자기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농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이로 인하여 박지수는 2022 국제농구연맹(FIBA) 여자 농구 월드컵에 출전하는 여자 농구대표팀 소집 명단에서 제외됐다. 소속팀 훈련에도 합류하지 못하며 2022-23시즌 초반 일정을 결장해야 했다. 디펜딩챔피언 KB는 기둥인 박지수의 공백을 극복하지 못하고 그녀가 빠진 13경기에서 2승 11패라는 충격적인 부진에 빠지며 최하위권까지 추락한 상태였다.
▲ 국가대표 센터 박지수가 복귀전을 치른 여자프로농구 청주 KB가 부천 하나원큐를 완파했다. KB는 17일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SOL 2022-2023 여자프로농구 원정 경기에서 하나원큐에 77-60으로 이겼다 |
ⓒ WKBL 제공 |
다행히 박지수는 2라운드 들어 팀에 전격 합류했고, 구단의 배려 속에 천천히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그녀가 올시즌 처음으로 코트에 모습을 드러낸 하나원큐와의 원정 경기는 지난 시즌인 4월 14일, 우리은행과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 이후 247일 만의 복귀전이었다.
박지수는 3쿼터 2분7초만에 코트에 등장했다. 아무래도 오랜만에 실전에 나선 탓인지 몸놀림은 다소 둔해 보였다. 박지수는 무리해서 욕심을 내기보다는 동료들의 플레이를 돕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KB도 최대한 박지수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경기감각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춘 기색이 역력했다. 박지수는 이날 7분 58초만을 뛰며 2점 2리바운드 1어시스트 2블록의 기록을 남겼다. KB가 이미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고 하나원큐를 압도했던 덕분에 복귀전에서 박지수가 감당해야 할 부담은 적었다.
KB는 강이슬이 28점 10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종횡무진 활약하고 김민정이 23점 6리바운드로 뒤를 받치며 하나원큐를 77-60으로 대파하고 시즌 3승째를 추가했다. 5위 자리를 지킨 KB는 박지수의 건강한 복귀라는 호재까지 겹치며 초반 부진을 딛고 대반격의 계기를 마련했다.
첫 득점 성공 후 감독과 하이파이브
무엇보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훈훈하고 인상적인 장면은 박지수가 4쿼터에 복귀 후 첫 득점을 성공시킨 직후 김완수 KB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쁨을 나누던 모습이었다. 처음 코트에 들어설 때 다소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던 박지수는 중거리슛으로 득점을 성공시킨 이후 하이파이브를 하며 처음으로 웃음을 보였다. 코트에 다시 설수 있다는 행복감, 그리고 마음의 부담을 덜어낸듯한 안도의 기색이 복합적으로 느껴지는 미소였다.
박지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감독님께 제가 복귀하고 한 골 넣으면 하이파이브 하러 갈 테니까 받아달라고 부탁했다"면서 농반진반이었지만 미리 약속된 퍼포먼스였음을 고백했다. 박지수는 "하이파이브 하는 순간 기분이 너무 좋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다. 그동안 힘들었던 시간들이 조금 해소되는 것 같더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박지수는 부모님 이야기가 언급할 때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박지수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부모님이 내가 아픈 모습을 다 보고 속상해하셨다. 부모님의 도움으로 코트에 돌아올 수 있었다. 엄마, 아빠 딸로 태어나길 잘한 것 같다"며 감사를 전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웃음과 눈물이 교차했던 모습은, 박지수가 그간 마음고생이 얼마나 컸는지 느껴지게 하는 장면이었다.
많은 팬들은 박지수가 하필 공황장애라는 병을 앓게 된 배경에 더 주목했다.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았고 WNBA 무대까지 진출할 만큼 남부러울 것 없이 성공한 스타로 보였던 박지수가, 이처럼 남모를 고충을 안고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팬들은 크게 놀랐고 안타까워했다.
박지수는 어린 나이부터 소속팀과 대표팀의 주축이자 여자농구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주목받는 만큼 악플에 시달리기도 했다. 실제로 박지수는 2020년 초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비방하는 이들 때문에 우울증 초기 증세를 겪었다고 고백한 일도 있었다.
박지수가 코트에 어렵게 복귀했지만 그녀가 아직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완전한 컨디션을 회복하려면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 박지수를 진정으로 아끼는 많은 팬들은, 이제부터라도 그녀가 무언가 보여주고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벗어나 다시 코트위에서 뛰는 것 자체로 행복감을 느끼기를 응원하고 있다.
또한 이는 선수 개인의 노력만으로 되는 아니라 구단과 협회, 팬들, 모두의 배려와 존중이 있을 때 가능하다. 박지수만이 아니라 지금도 무대 위에서 수많은 압박과 스트레스를 딛고 활약중인 모든 스포츠 선수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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