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체 실패 권아솔, 팬들의 신뢰가 떠나고 있다
[김종수 기자]
▲ 3년여만의 복귀전을 스스로 걷어찰 위기에 처한 권아솔 |
ⓒ 로드FC |
로드FC를 대표하는 간판스타 권아솔(36·FREE)이 또다시 대형사고를 쳤다. 사고 중에서도 매우 부끄러운 사고다. 17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스위스호텔에서 있었던 '굽네 로드FC 062' 공식 계체 행사에서 계약 체중 73kg보다 무려 5kg이나 많은 78kg을 기록하며 주변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계체 실패는 파이터 입장에서 매우 수치스러운 사항 중 하나다. 상대와 제대로 싸울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그런 상황에서 경기를 강행하려면 벌금 등 상당수 페널티를 각오해야 한다. 그만큼 상대 선수, 시합을 주최한 단체 그리고 팬들에게 미안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권아솔은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게 됐다.
이전부터 여러차례 계체 실패를 하며 난감한 상황을 만들었던 그는 이번에는 무려 5kg이나 오버해버렸다. 보통 격투기 대회에서 계체를 할 때 100~200g 등 작은 단위로 실패를 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하지만 권아솔처럼 말도 안되는 차이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상대인 나카무라 코지(37·일본)는 어이가 없다는 듯 쓴웃음만 지어보였다. 그야말로 촌극이었다.
사실 나카무라는 어느 정도 권아솔의 계체실패를 예측(?)했다. 한눈에 봐도 관리가 제대로 안 된 몸상태에 최근 보여준 성향, 행보 등에 비쳐서 미루어 짐작한 것이다. 이를 입증하듯 그는 권아솔이 계체에 실패할 경우 경기를 뛰지 않고, 자신의 파이트머니는 물론 권아솔의 파이트머니 50%까지 추가로 받겠다는 조건을 걸었다.
나카무라의 요구에 흥분한 권아솔은 유튜브 등을 통해 "계체를 통과할지 못할지는 한번 지켜보라"며 매우 자존심이 상한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계체에서 터무니없는 수준으로 실패하고 말았던지라 권아솔 개인은 물론 로드FC 입장까지 곤란하게 됐다. 타 단체에서 듣기 싫은 말이 나오더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물론 권아솔이 체중 감량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닐 듯 하다. 문제는 감량을 한두번한 선수도 아닐텐데 가능과 불가능 여부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3년여의 공백기를 가졌던 그는 평소 체중이 95kg에 육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상황에서 73kg에 체중을 맞춘다는 것은 지나친 무리수였다는 지적이다. 10kg 정도 감량은 몰라도 22kg이나 체중을 뺀다는 것은 그야말로 한계에 도전하는 행위다.
사정을 아는 이들 사이에서 이정도까지 뺀 것도 대단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현역 파이터로서 평소 관리가 거의 되지 않았다는 점, 자신의 상태를 알지못하고 무리한 시합 체중으로 시합을 강행했다는 점 등은 베테랑 답지않은 행보다. 자칫하면 몸에 치명적인 악영향이 올 수도 있었다.
어쨌거나 이번 시합은 스스로 판단한 것이고 선택을 했으면 책임을 지는 게 프로다. 경기 진행여부는 온전히 나카무라의 의사에 달린 상태지만 단체는 대회를 코앞에 두고 핵심카드를 잃을 위기에 처해있다. 기대하고 있던 팬들 입장에서는 불안하면서도 맥이 빠지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권아솔 계체 실패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권아솔은 이번 시합을 앞두고 자신감에 불타있었다. 2019년 11월 샤밀 자브로프(38·러시아)와의 경기에서 판정패한 이후 3년 1개월 여만에 복귀전에 나설 예정이었던 그는 "예전에 패배를 안긴 선수들과 재대결해 차례로 복수하겠다"고 큰 소리를 쳤다. 그 첫 상대로 선택한 선수가 2013년 10월 로드FC 013에서 자신을 2라운드 KO로 꺾은 나카무라였다.
권아솔은 적지않은 시간 동안 꾸준히 로드FC의 대표 악동으로서의 콘셉트를 만들어갔다. 처음부터 반응이 나빴던 것은 아니다. 쿠메 타카스케를 꺾고 챔피언에 오른 후 동갑내기 라이벌 이광희에게 리벤지에 성공할 무렵까지만해도 안티팬 못지않게 열성팬도 많았다. 빅마우스와는 별개로 노력과 실력을 통해 자신을 증명해 나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기본조차 망각한 무늬만 파이터가 되고 있다. 호불호는 둘째치고 팬들의 신뢰 자체가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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