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악마·KT, 거리응원 8강까지 준비 “아픔 치유 계기됐으면 했다”
한일전 대비해 세종로 사거리까지 통제 계획
4경기 총 10만명 모여…포르투갈전 경찰만 850명
겨울 월드컵 안전사고 대비해 우비존·한파 쉼터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로 12년 만에 16강 진출 기록을 쓰며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매서운 한파에도 붉은악마와 시민들이 몰린 서울 광화문광장은 응원 열기로 후끈했다.
비록 8강에서 일본을 만나는 역사적인 장면은 마주하지 못했지만, 이번 거리응원은 이태원 참사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었던 소중한 순간으로 간직됐다.
김사우 KT IMC담당 과장은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KT 이스트 사옥에서 본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이 8강에서 만나면 세종로 사거리까지 꽉 찰 것을 예상하고 남대문경찰서와 협의를 다 한 상태였다. 추가로 설치해야 하는 스크린까지 치밀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KT는 붉은악마의 요청으로 대한축구협회(KFA)와 함께 11월 24일 우루과이전, 11월 28일 가나전, 12월 3일 포르투갈전, 12월 6일 브라질전 총 4회에 걸쳐 약 10만명이 참여한 광화문 거리응원을 지원했다.
최근 침울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붉은악마도 거리응원을 기획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 주변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조호태 붉은악마 서울지부장은 "협회가 취소한 거리응원을 다시 살리는 게 맞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20년간 거리응원을 하면서 사고가 난 적이 없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언제나 안전했고, 국민도 충분히 그럴만한 역량이 있다"며 "힘든 일도 기억하면서 국민을 위로하자는 취지로 다시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붉은악마와 KT는 조별리그 2차전 경기가 끝난 뒤 곧바로 서울시에 16강전을 대비한 광장 사용 신청을 했다. 광화문광장 조례에 따라 7일 전까지는 제출해야 한다.
이 시기를 놓쳤다면 브라질전 광화문광장 거리응원은 불가능했다. 신청부터 승인, 협조 지원까지 2006년부터 거리응원을 진행한 노하우다.
붉은악마와 KT는 안전한 거리응원을 목표로 서울시·종로경찰서·종로소방서 등 관계기관과 협력했다. 포르투갈전 기준 공공 서비스 지원 규모는 경찰 850명(특공대·기동대 등)과 소방 80명, 서울시 안전요원 300명 등이다.
시민의 원활한 통행을 위해 모든 응원석에 펜스를 설치해 동선을 확보하고 광장 옆 세종문화회관 계단과 해치마당의 내리막길은 폐쇄해 경사로 인한 사고를 예방했다.
갑자기 응원객이 늘어나는 경우를 대비해 브라질과의 16강전에는 LED 스크린도 2개 추가 설치해 인파를 분산했다.
또 2차전은 종일 내린 우천으로 응원 구역 전 구역을 '우비존'으로 운영하고, 기온이 뚝 떨어진 3차전부터는 '한파 쉼터'를 마련해 추위에 대비했다.
경기 종료 후 응원객 밀집에 대비해 교통 대책도 세웠다. 지하철·버스의 연장 및 증편 운행, 우회도로 안내 등으로 귀가를 도왔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카타르 월드컵 거리응원은 사고 없이 성공적으로 마쳤다.
구강본 KT 커스토머사업본부장 상무는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의 승리를 염원하기 위해 오랜 고민 끝에 거리응원을 후원하게 됐다"며 "이번 광화문 광장 거리응원에 모인 국민의 목소리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뿐만 아니라 국민에게도 희망과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계기가 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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