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배당 기대감에 슬금슬금 오른 은행株
배당제도 개선은 호재 … 충당금 적립, 대규모 희망퇴직 등 변수 주의
[아시아경제 이명환 기자] 연말 배당 시즌을 앞두고 은행주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배당락일이 점차 다가오면서 배당수익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는 금융당국이 배당제도 개선 의지를 밝힌 점이 긍정적이라면서도 배당금이 줄어들 수 있는 변수에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놨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주요 은행과 금융지주 종목들로 구성된 'KRX 은행' 지수는 전 거래일인 15일 652.74에 마감했다. 5대 시중은행과 지방금융지주, 인터넷 전문은행 등이 포함된 이 지수는 지난 9월 말에는 500선 중반까지 밀리며 약세를 보였다. 하지만 10월 중순 이후 랠리를 펼치면서 지수가 100 넘게 올랐다.
개별 종목의 주가를 살펴보더라도 성장주로 분류돼 약세를 겪은 카카오뱅크를 제외한 모든 은행주가 상승했다. 최근 3개월(9월15일~12월15일) 동안 하나금융지주가 15.86% 오른 것을 비롯해 JB금융지주(14.01%), 기업은행(13.99%), BNK금융지주(10.17%), 우리금융지주(9.52%) 등이 10% 안팎의 주가상승률을 그려냈다.
은행주들의 연말 배당을 앞두고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은행 종목들의 주가가 연이어 뛴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의 올해 배당락일은 오는 28일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27일까지 주식을 매수하면 배당을 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사의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에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점도 은행주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8일 금융권 애널리스트와의 간담회에서 "은행·금융지주의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과 가격 결정 등에 금융권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존중하고 금융당국의 개입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시장 역시 규제당국이 배당 개입 최소화 의지를 밝힌 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 원장의 발언을 두고 "새로운 내용보다는 원론적인 방향을 한 번 더 언급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잇단 의지 표명을 시장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듯하다"며 "올해 배당이 구체화되는 시기는 내년 1월 말이므로 지금은 기대감의 영역이지만 관련 기대감은 당분간 높게 형성될 공산이 크기 때문에 배당 모멘텀은 계속 부각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금융당국이 배당제도 개선을 추진 중인 점도 은행주에 유리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현행 배당제도는 매년 12월 말 배당받을 주주를 확정한 후 다음 해 3월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을 결정하고 4월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선진국의 배당제도처럼 배당금 결정일 이후 주주를 확정하는 방식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배당제도 개선이 은행주의 점진적인 배당성향 상승을 뒷받침하는 가운데 낮은 밸류에이션을 돋보이게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 과정에서 연말 배당에 연동되는 주가의 계절성도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에서는 4분기 실적 발표처럼 배당을 앞둔 은행주들의 배당금이 줄어들 변수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익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선제 충당금 적립과 대규모 희망퇴직을 들 수 있다"며 "과거에도 4분기에 (은행주) 어닝쇼크가 발생한 경우 많았기 때문에 이익 부진과 배당 감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배당금을 받지 않고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만 보는 것도 방법이다. 통상적으로 배당락일에는 주가 하락이 발생하는데, 이를 다시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에서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기말배당 수익률이 높은 은행주는 배당락 후 주가 회복에 다소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며 "이를 감안해 12월 말까지 배당매력에 의한 주가 상승 또는 하방경직성만 누리는 것도 투자 방법으로 판단한다"고 조언했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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