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콘텐츠도 좋지만…방송가에 사라진 ‘고민’의 기회 [기자수첩-문화]

박정선 2022. 12.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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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드라마도 요약 영상이 없으면 안 보는 시대 아닌가요?" 한 드라마 관계자의 말이다.

1분 내외의 짧은 콘텐츠로 짧고 임팩트 있는 영상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게 TV 매체의 콘텐츠는 길고 지루한 이야기일 뿐이다.

누구나 쉽게 제작하고 접할 수 있고, 핵심적인 내용을 위트 있게 전달하는 숏폼 콘텐츠에 대한 소비가 급증함에 따라 생산도 증가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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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 저하 ·정서적 빈곤 가속...플랫폼 환경 돌아봐야

“요즘은 드라마도 요약 영상이 없으면 안 보는 시대 아닌가요?”


한 드라마 관계자의 말이다. 실제로 최근 많은 사람들이 처음부터 끝가지 챙겨 본 드라마가 손에 꼽힌다고 말하면서도 인기 있는 드라마의 줄거리는 거의 꿰고 있다. 유튜브 요악본으로 틈틈이 신작들을 챙겨보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을 들여 핵심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데 굳이 비용을 지불하고 시간을 투자하면서 작품 전체를 볼 필요가 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유튜브브

이미 ‘본방 사수’라는 말은 옛말이 됐고, 유튜브나 틱톡, 인스타그램 등 뉴미디어 플랫폼의 급성장으로 시청 행태도 덩달아 변했다. 1분 내외의 짧은 콘텐츠로 짧고 임팩트 있는 영상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게 TV 매체의 콘텐츠는 길고 지루한 이야기일 뿐이다. 때문에 방송사에서도 자사의 방송을 요약본으로 직접 만들고, 나아가 유명 유튜버에게 콘텐츠 사용 저작권을 풀어주기도 한다.


유튜브 ‘지무비’에 게시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요약본은 890만 뷰를 찍었고, 또 다른 채널 ‘무비타르트’에 게시된 ‘이태원 클라스’ 요약본은 1300만 뷰를 넘겼다. 이 두 영상은 모두 방대한 양의 드라마를 1시간내외로 압축했다.

TV에서도 숏폼 콘텐츠 트렌드가 반영된 프로그램이 여럿 제작됐다. 대표적으로 나영석 PD는 강호동을 앞세워 전국 방방곡곡에서 그에 어울리는 라면을 끓여 먹는다는 내용의 ‘라끼남’을 tvN에서 일부 방영하고 유튜브에서 풀영상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선보인 이후 숏폼으로 구성된 예능 ‘금요일 금요일 밤에’를 선보였다. 최근에도 ‘출장 십오야’ ‘내 어깨를 봐 탈골됐잖아’ 등을 선보이고 있다.


누구나 쉽게 제작하고 접할 수 있고, 핵심적인 내용을 위트 있게 전달하는 숏폼 콘텐츠에 대한 소비가 급증함에 따라 생산도 증가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나 철학을 다루는 진지한 콘텐츠의 설 자리가 사라졌다는 것은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고민이 사라지고 ‘재미’만 쫓는 콘텐츠가 이어진다면 정서적 빈곤이 가속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뿐만 아니라 단편적이고 말초적인 숏폼 콘텐츠에 적응돼 주의를 기울이거나 집중해서 보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서는 문해력 저하 등의 부작용도 나타난다. 실제로 많은 유튜브 채널의 댓글창에선 이런 현상이 자주 목격된다. 맞춤범과 띄어쓰기는 물론 어휘력이 빈약하고 의사전달력도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더 늦지 않게 창작자들은 진지한 콘텐츠도 공존할 수 있도록, 또 지속 가능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플랫폼 환경을 뒤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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