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야 역(驛) 충견 하치코와 문재인의 애견 마루 [정기수 칼럼]
‘개버린’ 호(號) ‘개 안 버린’ 되려고 안간힘
마루 사(死) 중계방송과 조견문(弔犬文) 민망
‘개 판’ 기사들 보는 국민들 마음도 생각하라
전임 대통령 관련 기사가 ‘개 판’이다.
개판이 아니고 온통 개 이야기란 뜻이다. 급기야 NYT(뉴욕타임즈)에도 실려 국제 망신이 됐다. 문재인과 그의 딸이 문제를 일으키고, 비난으로 잃은 점수를 만회해 보려고 자꾸만 개들을 ‘가지고 놀다가’ 일어난 결과다.
‘개 판’ 기사들을 보는 국민들 마음도 좀 생각하라. ‘개 같은 사람들의 개 이야기 그만 좀 보고 싶다’라는 사나운 반응들도 나오지 않는가?
시작은 ‘풍산개 파양(罷養)’이었다. 퇴임 후 사저로 데려갔던, 김정은이 선물한 개들을 새 정부에서 사육비를 대 주지 않는다고 버려 버린 사건이다.
문재인은 시행령이 고쳐지지 않아 국가기록물을 개인이 소유하는 것이 불법이라 감사원(그는 정권 교체 후 자기를 조사하는 감사원에 불만이 많다) 감사 대상이 될 수도 있어서 개들을 다시 국가에 넘긴다고 했다. 그러나 그 시행령 조항은 이미 고쳐져 있었다.
그럼 무엇 때문이었는가? 돈이다. 전문 사육사 월급(200만원) 포함 250만원이 시행령 개정 보류로 지급되지 않자 반년 만에 내보내 버리기로 마음을 먹었던 것이다. 이 파양 선언 하루 만에 풍산개들은 양산 집에서 방출됐다.
돈 앞에서 결정과 행동이 매우 빠른 전임 대통령에게 비난이 쏟아진 건 당연했다. 같은 편, 광우병 선동에 이어 윤석열 퇴진 운동을 이끄는 촛불행동 대표인 서울대 수의학과 우희종 교수로부터도 아픈 말을 들었다.
“파양이 특별한 사유가 아닌 비용 문제라고 하니 솔직히 황당하다. 들여다보면 문제는 법적으로 동물을 물건 취급하는 것에 있다.”
동물만 물건 취급하는 게 아니다. 사람에게도 그랬다. 정인이 사건 때 물건 쇼핑 식 입양-파양 관(觀)을 노출한 바 있다.
“입양 부모의 경우에도 마음이 변할 수 있기에, 일정 기간 안에는 입양을 다시 취소한다든지 입양 아동을 바꾼다든지 … 하는 대책도 필요하다.”
그는 돈 때문이라는 파양 비난이 억울했다. 그래서 또 돈 타령을 했다.
“지금까지 인건비, 치료비 등 모든 비용을 부담해 왔다. 지난 6개월간 무상으로 양육하고 사랑을 쏟아준 것에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것이다.”
‘개버린(진통제 광고 ’맞다, 게보린‘ 연상 작명)’이란 호(號)가 붙은 ‘개망신’을 만회, ‘개 안 버린’ 가족이 되려고 부녀 합작으로 몸부림친 게 유기견 후원 달력 제작과 마루 장례식 중계방송이다. 민망하다.
난데없는 ‘포샵(개의 미소를 억지로 그림)’ 달력 만들기, 판매는 진보좌파 진영 내 지저분한 내분(?) 꼴불견을 노정(露呈)했으며, 수익금 행방에 쓸데없는 의문만 증폭시켰다.
딸 다혜 씨가 의뢰한 달력 제작 작가가 이낙연 지지자라나? 그래서 이재명 열렬 지지 개딸들이 집단으로 후원을 거부, 철회하는 추태가 벌어졌다.
그리고 후원금 답지가 목표액 200만원을 훌쩍 넘어 1억5000만원에 이르자 부녀의 태도가 싹 바뀌었다. 후원 문구가 달력 홍보 홈페이지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다. 돈 욕심이 생긴 것 아니냐는 소리들이 들렸다.
때마침 문재인이 기르던 개 마루가 죽어 ‘주었다’. 추락한 이미지를 털어낼 수 있는 호기가 그의 자연사로 생겼다. ‘개 안 버리고 몹시도 슬퍼한’ 애견인으로 거듭나는…….
사망 소식과 화장 후 수목장 엄수(?)가 ‘홍보’됐다. 그의 조견문(弔犬文)도 신문에 크게 실렸다.
“오늘 마루가 저 세상으로 떠났다. 아침 산책 중에 스르르 주저앉았고, 곧 마지막 숨을 쉬었다. 집 마당 나무 사이에 묻혔다. 마루야 고맙고 고맙다. 다음 생이 있다면 더 좋은 인연, 더 좋은 관계로 꼭 다시 만나자. 잘 가라.”
그러나 마루 사망의 ‘진상 규명’을 원하는 이들은 사진에 나타난, 개들의 평소 습관과 다른 주인 뒤에서 걷기, 표정과 동작에서 보이는 완연한 병색, 희귀한 경우인 산책 도중 사망 등으로 미루어 강제로 끌고 가 죽음에 이르게 한 ‘학대’라고 주장한다. 혹 떼려다 혹 붙인 꼴이다.
문재인 부녀에게 들려주고 싶은 견공(犬公) 이야기가 있다. 일본 도쿄 시부야 역(驛) 앞에 동상이 세워진 충견 하치코(ハチ公)에 관한 전설이다.
미국을 무대로 만들어진 번안(飜案) 영화(Hachi, 리처드 기어 주연)도 넷플릭스에 있으니 일람을 권한다. ‘도그 포르노’ 그만 찍고 진짜 동물 사랑이 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라는 말이다.
1920년대, 자식이 없는 도쿄대 농학부 교수 우에노가 정성으로 키운 여러 마리의 개들 가운데 하나였던 하치코는 주인을 따르는 마음이 특별했다. 강아지 때 병약한 그를 극진히 보살핀 주인의 사랑을 기억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매일 기차를 타고 출퇴근하는 주인을 시부야 역에서 배웅하고 마중했는데, 어느 날 우에노 교수가 뇌출혈로 영영 돌아오지 못하고 말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하치코는 하염없이 주인을 기다렸다.
다음날, 그다음 날에도 기다림은 계속됐다. 그 애타는, 오지 않는 주인 마중의 세월이 10년이 됐을 때, 그는 숨을 거두었다. 도쿄가 울고 일본이 울었다.
다른 가족의 보호 시도를 거부하고 노숙견이 된 뒤로 걸린 병이 그의 수명을 단축시켰다는 것이 수의사의 진단이었다. 하지만, 주인을 향한 사무치는 그리움이 죽음을 앞당겼을 것으로 아사히신문 기사를 읽은 사람들은 믿었다. 개를 진정으로 사랑한 교수 곁으로 일찍 가고 싶었을 것이라고......
하치코는 충견 추모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동상이 돼 시부야 역 앞에 앉았다. 동상 주변은 기다림(만남)의 장소가 됐고, 시신은 박제돼 일본 국립과학박물관에 보존됐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자리에서 그는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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