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열번 넘게 올라가 봤심다"한 그 산, 56년만에 열린다 [영상]
“무등산? 우리 아이가 무등초등학교 다닐 때 열 번도 넘게 올라가 봤심다.”
지난달 25일 오전 광주광역시청사. 홍준표 대구시장이 ‘달빛동맹’ 회동에서 강기정 광주시장에게 한 말이다. 그는 이날 달빛동맹 도시인 광주와 인연을 강조하면서 무등산에 오른 경험을 수차례 언급했다. 달빛동맹은 대구의 옛 지명 ‘달구벌’과 광주(光州)의 순우리말 ‘빛고을’의 첫 글자를 딴 협력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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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미사일기지가 옮겼습니까?”
홍 시장은 1991년 광주지검 검사로 재직할 때 무등산과 인연을 소개하며 “미사일기지가 옮겼습니까”라고 물었다. 1966년 12월부터 무등산 정상에 주둔한 방공포대가 이전했느냐는 질문이었다. 그는 “내년을 목표로 군부대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는 강 시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홍 시장이 언급한 무등산 정상은 군부대 주둔 후 56년가량 민간인 출입이 금지돼왔다. 1990년 5월 개방한 입석대·서석대가 사실상 등산로의 끝부분이다. 그가 자주 올랐다는 산 정상부 서석대를 언급하다 미사일기지 이전 얘기를 꺼낸 배경이다. 앞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도 지난 3월 “(무등산) 방공포대 이전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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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출입금지 56년…20일 상시개방 협약
무등산 방공포대 이전은 올해 들어 급물살을 탄 사업이다. 지난 9월 29일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방부에 방공포대 이전을 압박한 끝에 긍정적인 답변을 끌어냈다. 그는 국회 국방위에 들어간 직후인 이날 방공포대 이전을 위한 로드맵을 공개했다.
방공포대 이전에 물꼬가 트이자 광주시도 발 빠르게 대응했다. 16일 광주시에 따르면 오는 20일 오전 공군 등과 함께 무등산 정상 상시개방 업무협약을 맺는다. 이날은 1966년 12월 20일 방공포대가 들어선 지 꼭 56년째 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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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일원,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광주시와 공군, 국립공원공단 등은 이날 협약을 통해 내년 9월 전 상시 개방을 공식화한다. 광주시는 내년 3∼4월부터 5개월가량 부대 철책 이설 등을 마치면 연중 개방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2011년 첫 무등산 정상 개방 이후 군 당국과의 협의에 따른 총 25차례 군부대 개방 때는 총 45만여 명이 참여했다.
무등산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지정된 지질탐방 명소다. 방공포대가 주둔한 천왕봉·지왕봉·인왕봉 등 정상 3봉과 서석대·입석대 등 20곳의 지질명소가 있다. 이중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돌기둥이 절경을 이룬 입석대와 서석대는 2005년 천연기념물 제465호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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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절리대, 백악기 화산폭발로 생성
무등산 주상절리대는 8700만~8500만 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 화산폭발로 생성됐다. 세 차례 이상 분화하면서 정상부인 천왕봉과 입석대·서석대·광석대·신선대 등에 주상절리대가 형성됐다. 제주 바닷가 등 다른 주상절리대와 달리 해발 750m에서 정상인 1187m 고지대에 광범위하게 분포된 점도 특징이다.
단일 절리면의 크기도 세계 최대다. 한 면이 0.3∼7m인 5·6각형 모양인 절리대가 20∼40m 높이로 뻗어있다. 광석대는 절리면 너비가 최대 9m로 국내에서 가장 크다. 해발고도에 따라 서로 다른 시기에 주상절리대가 형성된 것도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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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公 “軍 주둔 후 정상부 4m 깎였다”
광주시와 시민단체 등은 무등산 학술 가치와 환경훼손 등을 근거로 이전을 촉구해왔다. 군부대 주둔 후 정상부 지형과 지질학적 가치가 훼손됐다는 연구 결과 등이 나와서다. 무등산국립공원이 2016년 11월 발표한 연구용역에 따르면 1187m로 알려진 천왕봉이 군부대 주둔 후 4m가량 깎여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무등산 최고봉인 천왕봉 고도가 낮아진 원인으로는 정상부 군사시설 조성, 콘크리트 포장 등이 지목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측은 천왕봉 주변이 꽃창포·정향나무·백작약·어리병풍 등 희귀식물 서식처라는 점에서 보전가치가 큰 것으로 본다. 강 시장은 “열여덟 국립공원 가운데 정상에 군 시설을 이고 있는 곳은 무등산이 유일하다”며 “빨리 무등산 정상을 옛 모습으로 복원해 시민에게 돌려드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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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공포대 이전, 군공항과 함께 검토해야”
일각에선 “실제 이전까지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7년여 전 국방부와의 군부대 이전협약에도 사업이 진척되지 못한 데다 이전 부지로 지목된 광주시 광산구 군공항 인근 주민 반발 등이 크기 때문이다.
광산구의회 등은 “무등산 방공포대 이전은 광주 군공항 이전과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2013년부터 진행된 군공항 이전 사업 또한 이전할 부지가 없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서다. 광주시는 무기 체계 운용 변화에 따라 방공포대가 산에 위치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 군공항 등을 이전부지로 검토해왔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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