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짓는법 알려줬더니…'노상배변' 케냐 마을 달라졌다 [이젠 K-ODA시대]

박현주 입력 2022. 12. 18. 06:00 수정 2022. 12. 18.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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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북서부 투르카나 주(州)의 주도 로드워에서 차로 10분 남짓 거리의 나크와메키(Nakwamekwi) 마을. 이곳에 모여 사는 150가구는 3년 전 한국 정부로부터 화장실이 아닌 '화장실 문화'를 지원받았다.

지난 7일(현지시간) 케냐 투르카나주의 나크와메키 마을의 화장실 모습. 화장실 바닥은 콘크리트로 제작해 위생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사진 외교부 공동취재단(케냐 투르카나주)


'열에 아홉' 가구에 화장실


이 마을엔 몇해 전만 해도 '노상배변' 등 비위생적 화장실 문화 때문에 수인성 질병이 많았다. 한국 정부는 이를 간파하고 사업 첫해인 2019년부터 올해까지 순차적으로 마을 전체 150가구 중 약 92%인 138가구에 개별 화장실을 설치했다. 이제는 주민 대부분이 집집마다 화장실을 두고 용변을 본다.

정부는 화장실 개선 사업과 관련해 건설 자재 등을 직접 제공하기보다 화장실을 어떻게 짓는지 '방법'을 알려주는 데 주력했다. 특히 현지 문화와 경제 형편까지 고려해 자재들은 전부 마을에서 직접 공수해 제작했다고 한다.

지난 7일(현지시간) 케냐 투르카나주의 나크와메키 마을의 화장실 모습. 마을 전체 150가구 중 138가구에 개별 화장실을 설치했다. [외교부 공동취재단(케냐 투르카나주)]

실제 주민들은 제각기 다른 모양새의 화장실을 보유하고 있었다. 모두 배변 구멍이 있는 속칭 ‘푸세식’이지만, 자재는 가계 형편에 따라 흙부터 콘크리트까지 다양했다.

수도 시설이 열악해 용변을 본 뒤엔 화장실 외부에 걸려 있는 물통에서 물을 따라 손을 씻는다. 비누로 손을 씻는 것 또한 정부와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ㆍKOICA), 현지 유니세프(UNICEF) 등의 교육 성과다. 비누를 살 여력이 안 되는 가구는 불을 피운 뒤 남은 재를 활용해 손을 씻는다.

화장실을 만들고 위생 처리를 하는 '방법'을 알려줬으니 한 번 지었던 화장실의 수명이 다할 경우 새로운 화장실을 주민들이 스스로 척척 만든다. 배변통에 오물이 가득 차면 원래 있던 화장실을 아예 엎어버리고 주변 다른 공간에 구덩이를 판 뒤 간이 벽면 등을 옮기기도 한다.

지난 7일(현지시간) 케냐 투르카나주의 나크와메키 마을의 화장실 모습. 마을 전체 150가구 중 138가구에 개별 화장실을 설치했다. 화장실 바깥에 걸린 물통과 비누. [외교부 공동취재단(케냐 투르카나주)]


'노상배변 근절' 인증도


나크와메키 마을은 현재 '노상배변 근절마을(Open Defacation FreeㆍODF)' 인증을 받은 상태다. ODF 인증을 획득하기 위해선 화장실 설치를 시작으로 주기적으로 시설 관리 현황을 주 정부 보건 담당자들로부터 확인받아야 한다.

김성우 코이카 홍보관은 "최근 개발협력 사업의 지향점은 과거의 양적, 물적 지원 중심에서 탈피해 주민들의 삶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질적으로 향상시키는 데 있다"며 "현지 주민들이 직접 체화하고 현지화할 수 있는 해법을 전수하고 기술력을 활용한 효율적 생활 개선 방식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케냐 투르카나주의 나크와메키 마을의 화장실 모습. 마을 전체 150가구 중 138가구에 개별 화장실을 설치했다. [외교부 공동취재단(케냐 투르카나주)]


현지에선 비정부기구(NGO)도 투르카나 주 주민의 위생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와 협력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투르카나 부족을 위한 여성 생리대 제작 교육 등 사업을 진행하는 국제구호개발 NGO '팀앤팀'의 크리스틴 위칼리는 취재진에 "생리 교육을 통해 여성들의 위생이 나아질 뿐 아니라 사회적 자신감도 함양할 수 있고 재봉틀 기술을 익힘으로써 소득까지 증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주민 대부분이 농ㆍ목축업에 종사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가뭄 등 기후 위기에 대응한 NGO 차원의 농업 생산성 증진 사업도 한창 진행 중이다.

투르카나 주 칼로베예이 난민캠프 일대를 중심으로 코이카와 협력해 인도적 민관협력사업을 추진하는 월드비전 김신영 간사는 "주민들 스스로 극심한 가뭄을 견뎌낼 수 있는 '기후 회복력'을 강화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저수지를 개발해 수자원 접근성을 늘리고 가축을 위한 목초지 조성을 위해 외래 침입종을 제거하며 가뭄에 강한 여우가시꼬리풀 등의 씨를 뿌리는 작업에 지역 주민들을 고용해 소득 창출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케냐 투르카나주의 나크와메키 마을에서 어린 아이들이 취재진을 향해 하트를 보내고 있다. [외교부 공동취재단(케냐 투르카나주)]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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