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손길 닿자 500명 '새생명' 탄생...케냐 낡은 보건소의 기적 [이젠 K-ODA시대]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카지아도주(州) 키텐겔라시에 위치한 '키텐겔라 병원'은 매일 환자로 붐빈다. 취재진이 찾은 지난 7일(현지시간) 역시 병원 밖 대기용 야외 천막 두 동엔 앉을 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환자들로 가득 찼다.
1996년 케냐의 병원 등급 기준 최하위급인 '1등급 진료소'로 문을 연 이곳은 한국 정부 지원을 통해 2014년 '4등급 종합 병원'으로 격상됐다. 병원 입구에 걸린 동판에는 한국과 케냐의 협력으로 발전한 의료 기관이라는 글귀가 새겨졌다. 이젠 인구 35만명인 카지아도주 주민 뿐만아니라 수도 나이로비를 포함한 인근 3개 주에서 환자들이 몰린다.
하루 내원 환자는 평균 1000명에 달한다. 이날 병원을 방문한 도커스 왐부이(여ㆍ21세)는 "12살 된 남동생이 수두에 걸려 병원을 찾았다"며 "아프면 이 병원을 찾는데 오늘도 두 시간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알렉스 킬로우아 카지아도주 보건부 장관은 "주변 지역에서 키텐겔라 병원이 사실상 유일한 정부 운영 병원"이라며 "한국과의 협력으로 4등급(종합 병원)까지 올라섰는데 향후 5등급(국립 병원)으로까지 격상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임장희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ㆍKOICA) 케냐 사무소장은 "현지 주민들이 이 병원을 '코이카 병원'이라고 부를 정도로 한국의 지원이 큰 변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키텐겔라 병원은 산부인과 등 모자 보건이 주력 분야다. 병원 곳곳이 영ㆍ유아를 데리고 온 여성들로 가득 찼다. 총 73개 병상 중 출산을 위한 병상은 29개다. 매달 500여명 산모가 출산을 위해 병원을 찾는 데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병상을 얻지 못한 산모들은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인근 병원으로 옮겨 가거나 두세명이 한 병상을 공유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날 취재진이 찾은 산후 병동은 출산을 마친 산모들로 가득해 병동 출입문 밖까지 이동식 침대가 나와 있었다.
베로니카 아부토 키텐겔라 병원장은 "현재로선 집중치료실(ICU) 시설과 모자보건 관련 장비가 가장 시급하다"며 "지난 4월 한국 정부가 코로나 치료 목적으로 ICU 시설 3개를 지원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취재진이 찾은 키텐겔라 병원의 자매 병원 격인 인근의 '이시냐 보건소'는 여전히 '3등급 지역 병원'에 머물러 있었다. 2016~2018년까지 한국 정부가 기자재 지원 등을 했지만, 이후 '지원완료 사업장'으로 분류되면서 지금은 지원이 멈췄다. 이 때문에 키텐겔라 병원의 경우 한 달에 500명이 넘는 산모가 거쳐 가는 데 반해 이시냐 보건소에서 분만하는 산모는 그 10분의 1인 매달 50~60명 수준이다.
보건소 관계자는 "이시냐 보건소도 키텐겔라 보건소처럼 한국 정부와 코이카의 도움으로 장비와 인력이 늘면 병원 등급이 올라가고 더 많은 환자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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