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으로 갔나..."연어가 돌아오지 않는다" 생명의 강에 생긴 일

백경서 2022. 12. 18. 05: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23일 오후 3시쯤 울산 울주군 범서읍 구영교 인근 태화강. 길이 67.8㎝의 연어가 강물을 거슬러 힘차게 뛰어올랐다. 태화강 생태관 측이 포획해 살펴보니 체중 3.1㎏의 수컷 연어였다. 올해 처음으로 태화강에 돌아온 연어다. 태화강 생태관 관계자는 “지난해 첫 회귀 연어 포획 시점과 비교하면 5일 빠르다”며 “이 연어는 2017~2020년 사이 태화강에 방류한 연어인 것 같다”고 말했다.

2022년 10월 울산 울주군 범서읍 구영교 인근 태화강에서 포획된 회귀 연어. 사진 울주군청

울주군에 따르면 올해 10~11월 모천(母川)인 태화강으로 돌아온 연어는 173마리다. 이는 지난해 136마리보다 37마리 늘어났지만, 2014년 1827마리가 되돌아온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 정도 수준으로 줄었다.

연도별로 회귀 연어 현황을 보면 2009년 614마리, 2010년 716마리, 2011년 271마리, 2012년 592마리 수준에서 2013년부터 1788마리, 2014년 1827마리로 급격히 수가 늘어났다. 이후 2015년 578마리가 회귀했고, 2016년 123마리, 2017년 143마리, 2018년 269마리, 2019년 162마리, 2020년 885마리, 2021년 136마리 순으로 감소했다.


회귀 연어 급감…원인은?


2020년에도 울산의 태화강 생태관이 태화강 중류에서 산란을 위해 돌아온 연어 1마리를 발견했다. [사진 울산 울주군]
회귀 연어를 포획해 조사하는 태화강 생태원은 회귀 연어 감소는 기후 변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나리 태화강 생태관 연구사는 “가을에 회귀한 연어에서 채취한 알을 인공 수정해 새끼 연어를 부화시키고 봄에 방류해 다시 돌아오게 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며 “그런데 최근 바닷물 온도가 따뜻해지면서 어린 연어가 방류 직후 폐사해버려 회귀 연어 수도 줄어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연구사는 “매년 연어가 돌아오는 환경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회귀량이 줄어들었다기보다 변동했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며 “다만 2020년부터는 새끼 연어 폐사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기존보다 한 달 이른 2월에 방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화강 생태관에 따르면 연어는 바다와 강을 오가는 회귀성 어종이기 때문에 환경변화에 민감하다. 따라서 회귀 연어 수가 줄어드는 원인도 다양하게 추정된다. 10월쯤 가을 태풍이 오면서 연어가 돌아오지 못하거나, 왜가리 등 포식자가 늘어나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

차가운 곳을 좋아하는 연어 특성상 한국은 주변국보다 산란환경이 열악하다. 한국은 미국과 캐나다, 러시아 시베리아, 일본 북부 등과 비교하면 위도상 가장 낮은 곳에 있어 연어가 북한이나 일본 등 산란환경이 더 좋은 곳을 찾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죽음의 강’이었던 울산에 돌아온 연어


지난 2월 22일 울산 울주군 선바위교 인근 태화강에서 어린연어 방류 체험행사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연어를 방류하고 있다. 뉴스1
과거 대표적인 공업도시인 울산에서 태화강은 생활 오수와 공장 폐수로 몸살을 앓아 ‘죽음의 강’으로 불렸다. 2000년대 접어들면서 태화강 생태계 복원사업이 진행됐고, 울산시민도 자발적으로 수중 쓰레기와 어망 제거 등 정화 활동에 나섰다. 현재 태화강은 은어·연어·고니 등 1000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명의 강’으로 부활했다. 연어가 돌아오는 전국 16개 하천 가운데 도심에 있는 곳은 태화강뿐이다.

울산시는 태화강으로 많은 연어가 돌아올 수 있도록 2000년부터 연어방류사업을 펼쳤다. 어느 정도 자란 새끼 연어를 태화강에 풀어주는 일이다. 2016년부터는 회귀 연어에 직접 인공수정을 해 연어를 키워 방류했다. 이렇게 지난해까지 720만 마리의 새끼 연어가 바다로 나갔고, 2003년 5마리의 회귀 연어가 처음 발견된 뒤 지난해까지 약 8411마리가 태화강으로 돌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연어는 바다에 살다가 자신이 태어난 하천으로 올라와 산란하는 모천 회귀성 어류다. 일생에 한 번 산란하고 죽으며, 어린 연어가 바다로 내려간 후 2~5년 동안 성숙해 성어가 되면 산란을 위해 회귀한다.

울산=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