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잃었다간 비난 쏟아진다...역대 대통령 '정치인 사면史'
‘용서하고 형을 면제해준다’는 뜻의 ‘사면(赦免)'은 대통령만이 행사할 수 있는 헌법상의 권한이다. 헌법 79조엔 대통령이 사면과 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그럼에도 역대 대통령은 사면권을 제한적으로 행사해왔다. 남용 우려가 있는 데다, 유죄가 확정된 이들을 풀어주는 것이라 마냥 호의적인 여론을 기대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인에 대한 사면은 여야 간 균형을 맞춰 부정적 여론을 최소화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말 특별사면을 단행할 예정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번 사면 역시 ‘균형과 통합’이 주요 고려대상이다. 여권 인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MB)과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야권 인사로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거론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과거의 정치적 사건을 털고 가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고 전했다.
역대 대통령의 ‘정치인 사면’은 어땠을까. 대체로 균형을 지키려 했지만 ‘측근’을 챙겨줄 때면 어김없이 날 선 비판이 나왔다.
역대 대통령 '정치인 사면' 어땠나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6년 광복절 특사로 불법대선자금에 연루됐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신계륜 당시 열린우리당 전 의원을 각각 복권, 사면·복권했다. 같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당시 한나라당의 서청원·김원길 전 의원을 포함해 균형을 맞췄다.
MB는 2010년 광복절 특사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와 2008년 총선에서 공천헌금을 받은 혐의로 다시 구속됐던 서청원 전 의원을 함께 특별사면했다. 2013년 단행한 마지막 사면에선 최측근이었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을 특별사면해 야당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사면권을 가장 제한적으로 행사했던 대통령이다. 임기 중 특별사면을 세 번 했는데, 대부분 정치인이 아닌 기업인과 생계형 사범들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첫 사면에서 ‘균형’을 맞추지 않아 야권의 반발을 샀다. 2017년 12월 단행한 사면에서 정치인 중에는 ‘MB 저격수’라 불린 정봉주 현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만 유일하게 복권됐다. 이미 형을 마친 상태긴 했지만, 야당 정치인은 아무도 포함되지 않았다. 정 원장과 가까웠던 당시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정봉주하고 나는 친하고 필요성을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여야 균형을 맞췄어야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문 전 대통령은 2019년 특별사면에선 이광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을 복권하며, 야당의 신지호·공성진 전 한나라당 의원을 함께 복권했다. 지난해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특별사면하며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복권을 단행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사면은 법률적 판단이 아닌 대통령의 정무적 통치행위”라며 “국민 여론과 통합을 고려한다면 이번 역시도 여야 간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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