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회장 집, 20억 올랐는데...되레 종부세 1억 줄어든 까닭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안장원 2022. 12. 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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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격이 100억원 이상인 내년도 표준단독주택 상위 10개 주택 중 6곳이 몰려 있는 용산구 이태원로 일대. 뉴시스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표준단독주택 공시가 역대 최대 하락

내년까지 8년 연속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1위를 달리는 서울 용산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집. 내년도 예정 공시가격이 280억3000만원이다. 올해 311억원보다 30억원 내린다. 이 집은 용산구 한남동 대지 1700여㎡에 2011년 지은 연면적 2800여㎡의 1층짜리 철근콘크리트 주택이다. 2016년 표준단독주택으로 선정됐을 때부터 최고가다.

표준단독주택은 전국 411만 가구 단독주택의 개별 공시가격을 산정하기 위한 대표적인 표본 주택으로 25만가구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종부세 과세 등의 기준 가격이다. 매년 1월 1일 기준 시점으로 조사한 시세가 토대가 된다.

이 회장 집 공시가격이 내렸어도 사실 따지고 보면 지난 1년 새 시세가 20억원 정도 오른 것이다. 집값은 올랐는데 공시가격이 내렸다. 변수가 많아 내년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를 가늠하기 힘들지만 이 회장 집 종부세가 되레 6000만원 정도 늘거나 거꾸로 1억1000만원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내년도 공시가격과 보유세가 각종 변수의 변동과 일부 불확실성으로 인해 복잡해졌다.


공시가 하락에도 시세는 상승

정부는 지난 14일부터 열람에 들어간 내년도 표준단독주택 예정 공시가격이 올해보다 전국 5.95%, 서울 8.55% 각각 내렸다고 밝혔다. 2006년부터 발표한 공시가격이 내리기는 2008년 터진 금융위기가 반영된 2009년(전국 -1.98%)에 이어 14년 만이다.

공시가격이 시세를 반영하기 때문에 대개 공시가 하락이 시세 하락을 뜻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꼭 그렇지 않다. 공시가격에 반영하는 시세 비율인 현실화율을 조정한 결과다.

자료: 국토부

정부는 올해 평균 58.1%인 현실화율을 내년도에 2020년 수준인 53.5%로 낮췄다. 현실화율 인하로 자연히 공시가격이 8%가량 내려갔다. 눈금 간격을 넓혀 키를 낮춘 셈이다.

공시가격이 8% 이상 내려가야 실제로 시세도 하락한 것이다. 공시가격이 5.95% 내린 전국 시세는 2.14% 상승한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시세 통계도 올해 11월까지 1.74% 오른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단독주택 시세 변동이 아파트에 비해 늦어 올해 변동률이 ‘플러스’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아파트 하락세가 지난 2월 시작했지만 단독주택은 11월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공시가격이 8% 넘게 내린 서울도 시세가 하락한 게 아니고 상승했다. 시세 가격대별 현실화율 때문이다. 현실화율이 9억원 이하, 9억~15억원, 15억원 초과로 나눠 높은 가격대 구간의 현실화율이 높다. 그러다 보니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춘 데 따른 인하 폭이 비싼 집에서 크게 나타난다.

평균 현실화율이 올해 58.1%에서 내년 53.5%로 4.6%포인트 내리지만 15억원 초과가 67.4%에서 58.4%로 9%포인트 인하된다. 15억원 초과 주택은 공시가격이 13% 이상 내려야 시세도 하락한 것이다.

비싼 집이 많은 서울은 시세가 떨어지려면 공시가격이 10% 넘게 내려야 한다. 내년 서울 표준단독주택 평균 공시가격이 6억1340만원이고 현실화율을 적용한 시세가 11억5000만원이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11월까지 서울 단독주택 시세 변동률이 2.3%다.


공시가 10% 넘게 내린 강남구도 시세는 올라

서울에서 내년 공시가격 하락 폭이 가장 큰 강남구(-10.68%)도 시세는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강남구 표준단독주택 평균 공시가격이 22억8000만원으로 시세로는 평균 30억원이 넘는다. 10가구 중 9가구가 올해 시세 15억원 초과로 예상되는 공시가격 9억1000만원 초과였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내년 공시가격 기준 시점이 내년 1월 1일이어서 11~12월 예상 시세 추이를 반영해 1월 1일 기준 시세를 정하고 여기에 현실화율을 적용해 공시가격을 산정한다”고 말했다.

시세 15억원이 넘는 이명희 회장 집의 공시가격에 현실화율을 적용한 시세가 올해 461억원에서 내년 480억원으로 19억원 오른다. 상위 10개 중 상승 폭이 가장 크다.


내년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세율 인하 유지

정부가 1주택자 내년 보유세를 2020년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지만 현재로썬 불확실하다. 그나마 재산세가 윤곽을 드러냈다. 정부는 공시가격에서 세금 계산에 적용하는 금액 비율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45%로 낮춘 올해 그대로 내년에도 45%를 적용키로 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정부가 임의로 정할 수 있다.

2021년 한시적으로 도입된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세율 0.5%포인트 인하도 내년까지 적용하는 것으로 이미 확정돼 있다.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이 올해와 달라지는 게 없어 공시가격이 내리면 재산세도 자동으로 내려간다. 김종필 세무사의 도움을 받아 추정한 결과 1주택을 전제로 세부담상한 등을 제외하고 보면 이명희 회장 집 재산세가 8600만원에서 7700만원으로 1000만원 가까이 줄어든다.

서울 평균 공시가격으로 보면 올해 6억7715만원에서 내년 6억1340만원으로 내려가면서 재산세도 95만원에서 83만원으로 감소한다.


종부세 공제금액·세율 등 확정된 거 없어

종부세가 문제다. 정부는 내년 세율 인하 등의 계획을 발표했지만 국회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여·야간 다주택자 세율을 두고 이견이 있지만 1주택자 공제금액 상향과 세율 인하는 잠정적으로 합의한 상태다. 정부 안이 공제 금액 11억→12억원, 세율 0.6~3%→0.5~2.7%다.

정부는 당초 100%로 예정된 올해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로 낮췄다. 내년 비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는데 지난 7월 내년 종부세 세제 개편안을 발표할 때는 문재인 정부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올리기 전 수준인 80%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당시 내년 종부세 예상 시뮬레이션 자료도 80%를 적용했다.

80%를 적용하면 정부 안대로 내년 공제금액이 늘고 세율이 내리더라도 1주택자 종부세가 거꾸로 늘어난다. 공제금액 상향, 세율 인하에 따른 세금 인하 폭보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60→80%)으로 인한 상승 폭이 크기 때문이다.

※ 시세는 공시가격에 현실화율 적용해 추정. 자료: 국토부
※ 1주택자 기준. 2023년 종부세는 12억원 공제, 세율 인하 등 반영. A는 공정시장가액비율 60%, B는 80%. 세부담상한 등 제외. 자료: 업계 종합

공정시장가액비율이 60%에서 80%로 올라가면 세금 계산 금액인 과세표준이 30% 넘게 상승하는 효과다. 이명희 회장 집의 과세표준이 60%일 때 161억원이고 80%이면 215억원으로 54억원 차이 난다. 올해 4억7000만원인 종부세가 내년 5억3000만원으로 6000만원 정도 더 내야 한다.

올해와 같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로 유지하면 공시가격 하락, 공제금액 확대, 세율 인하가 모두 맞물려 종부세가 대폭 줄어든다. 내년 3억6000만원으로 1억1000만원 감소한다.

김종필 세무사는 "공시가격이 높을수록 공정시장가액비율에 따른 세금 차이가 커진다"고 말했다.

보유세 부담을 줄이려는 정부 방침대로라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계획한 1주택자 종부세 3억원 특별공제가 야당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세부담상한 등 제외. 자료: 국토부·김종필 세무사


재산세 부담, 문 정부 이전으로 돌아가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이 60%로 정해지면 내년 보유세 부담이 대통령이 공약했고 정부가 추진하는 2020년 수준보다 더 이전으로 돌아가 낮아진다.

이명희 회장 집 내년 보유세가 4억4000만원으로 공시가격이 169억원이었던 2018년(2억4000만원)보다 많고 2019년(공시가격 270억, 보유세 6억3000만 원)보다 적다.

종부세를 내지 않고 재산세만 내는 중저가 주택 세금 부담은 더 줄어든다. 내년 서울 평균 공시가격 주택 재산세(83만원)가 6년 전인 2017년(공시가격 3억9500만원, 재산세 83만원) 수준이다.

절대적인 세금 액수가 적을 뿐 아니라 집값 대비 보유세 부담은 훨씬 더 가볍다. 세금이 지금보다 집값이 30~40% 저렴했던 때와 비슷해지기 때문이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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