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인권, 문학, 몸…. 세대를 잇는 대담과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의 목소리까지. 2022 엘르 에디터들이 전하고자 애쓴 것들

이마루 2022. 12. 1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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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부터 튼 살까지. 올해도 여성의 삶과 몸에 대해 부지런히 떠들어 보았다
「 K아트는 어디까지 갈까 」
지난 9월, 서울의 아트 러버들은 그로기 상태였다. 세계 최대 아트 페어인 영국 프리즈(Frieze)가 서울의 아트 페어 키아프(KIAF)와 손잡고 국내 역사상 가장 큰 아트 축제를 열게 된 것. 그래서 10월호 〈엘르〉는 아트 스페셜을 대대적으로 다뤘다. 프리즈 서울 디렉터 패트릭 리와의 질의응답은 물론, 주요 갤러리와 출품작 리스트를 훑고, 카셀 도큐멘타에 참여한 한국 팀 이끼바위쿠르르, 에르메스재단 미술상에 빛나는 류성실, 프리즈 포커스 아시아에 참가하는 배헤윰과의 인터뷰와 베니스 비엔날레의 두 여성 정금형&이미래 작가의 평론까지. 담당 에디터로서 아트 신의 현재와 미래를 훑는 대장정을 끝마치고, 이 축제 날이 오기만 손꼽아 기다렸지만 마침 해외 출장을 가게 돼 SNS로만 ‘불구경’을 봤다는 슬픈 이야기. NFT 열풍 또한 올해를 달군 이슈. 〈엘르〉는 이 열기를 좋은 방향으로 태우고자 일찌감치 새로운 일을 벌였다.
매거진 최초로 시도한 NFT 기부 프로젝트 ‘Love, Mix!’가 그것. 믹스견과 길 고양이처럼 우리 주변에 함께하는 동물들을 이수지, 손정민, 서영 등 열 명의 일러스트레이터가 NFT를 작품화 했고, 50개 한정 에디션으로 판매했다. 수익금 전액은 지난 4월 동물권행동 카라에 전달되어 동물보호 및 관련법 제정을 위해 사용됐다. 이 전무후무한 열기가 앞으로도 좋은 방향으로 지속되길. 전혜진
「 걸그룹이 질문을 던질 때 」
올해 (여자)아이들과 르세라핌을 여러 번 만났다. 1년 여만의 컴백을 통해 “I’m Fxxking Tomboy(Tomboy)”라고 외치던 (여자)아이들의 노래도, “내 흉짐도 나의 일부(Fearless)”라던 르세라핌의 데뷔곡도 음원 차트 상위권에서 떠날 줄 몰랐다. 하반기에 돌아온 두 그룹에게 세상은 조금 더 까다로워져 있었다. ‘우리는 연약하지 않다(Antifragile)’라는 데뷔 반년 차 소녀들에게는 너희의 마른 근육의 정체를 해명하라고 요구하고, 신곡 ‘누드(Nxde)’ 뮤직비디오를 통해 지극히 남성적인 시각의 섹스 심볼로 그려져 온 마릴린 먼로와 마돈나의 이미지를 전복적으로 이용한 (여자) 아이들에게는 “꼭 가터벨트와 속옷을 입어야 했냐”고 한 번 더 따지는 식이다.

기껏해야 스물 몇 살. ‘K팝 걸 그룹’이라는 카테고리에서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아티스트들이 이런 모든 의구심과 해명 요구에 답할 의무는 없다. 나는 그런 질문보다 “이 사람은 이럴 거라는 예상을 깨는 것 자체에 재미를 느낀다”라던 미연의 눈빛이나, “저는 야망이 있는 사람입니다”라고 말할 때의 카즈하의 단호함을 더 신뢰하고 싶다. 소녀들은 계속 자랄 테니까. 이마루

「 또다른 한국, 이민자들의 이야기 」
소설광으로서 장르 소설의 대가 정유정 작가와 〈파친코〉의 이민진 작가, 〈H마트에서 울다〉를 쓴 미셸 조너를 모두 조우한 2022년은 유난히 행복했다. 특히 한국 바깥에서 ‘한국적인’ 이야기의 지평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재미 교포인 이민진 작가와 미셸 조너의 존재감은 더욱 조명할 만했다. 애플TV플러스 시리즈 〈파친코〉 공개를 앞두고 서면 인터뷰로 만난 이민진 작가는 〈파친코〉를 쓰며 “갖가지 이유로 조국을 떠난 사람에게 국가가 갖는 의미”를 파고들었다고 했다. 각자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뿌리’를 찾거나 지키려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는 현대인의 마음에 닿으며 제일 먼저 미국 사회에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데뷔작 〈H마트에서 울다〉로 베스트셀러 작가에 등극한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프런트맨 미셸 조너는 부침개와 잣죽, 새우깡 등 한국의 ‘맛’에 집중해 모녀 사이의 복잡한 면면을 비췄다. 한때 온 힘을 다해 한국적 정체성을 거부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한 언어로 기록한 미셸은 “일상적인 것이 가장 문학적”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질문은 10개까지’라는 규칙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품은 여성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를 묻는 11번째 질문을 포기할 수 없었던 내게 이민진 작가는 특유의 포용력이 느껴지는 어투로 답해 주었다. “자꾸만 머릿속을 맴도는 사건과 주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쓰면서 충분히 고민하세요. 당신의 이야기는 당신만 할 수 있으니까요.” 류가영
「 Just Married! 」
‘깜짝 결혼 발표’! 클리셰 같은 표현이지만, 셀러브리티들의 결혼 소식은 대체로 기습처럼 찾아오곤 한다. 별별 얘기를 다하면서도 결혼의 ‘ㄱ’자도 꺼내지 않았던 스타가 인터뷰 일주일 뒤 결혼 소식을 발표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올해 〈엘르〉는 이 습격과도 같은 스타들의 결혼을 어쩌다 보니 가까이에서 축하할 수 있게 됐다. 상반기를 떠들썩하게 했던 배우 손예진과 현빈의 결혼 발표가 난 것은 오래전부터 예정돼 있었던 3월호 손예진의 발렌티노 화보 촬영 하루 전날이었다. 늦은 밤 이 기쁜 소식을 들은 담당 에디터가 커다란 축하의 꽃다발을 준비해 가는 센스를 발휘했음은 물론이다. ‘국민요정’이라는 수식어의 힘을 오랜만에 체감하게 했던 김연아 선수의 약혼 발표가 공식화 된 것 또한 9월호 커버 화보를 한창 준비하던 7월 말의 일이었다. 디올이 파리에서 특별히 공수한 화이트 드레스를 입고, 로즈 디올 바카텔 컬렉션을 착용한 김연아는 어느 때보다 해사했다. 촬영현장에서 공식적으로 ‘결혼’이라는 단어가 언급되지 않기를 요청받았기에 직접 묻지는 못했으나, 평소처럼 무던한 말투로 앞으로 삶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던 그녀의 답변 사이에서 인생의 다음 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혼 발표 이후 진행된 유일한 인터뷰 화보인 김연아 선수의 커버 화보는 공개와 동시에 엄청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실시간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등극하며 100만 뷰를 훌쩍 넘긴 유튜브 필름 또한 장면마다 캡처돼 포털 사이트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2차 장악하기도. 돌아보니 축하할 소식들이 많았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웨딩화보를 남긴 박신혜와 ‘찐우정과 의리’ 그 자체였던 다비치 이해리의 결혼식, 모든 장면이 너무나 그녀다웠던 공효진 그리고 〈엘르〉 보이스의 다정한 친구, 임현주 아나운서의 결혼 발표까지. 그렇게 이야기는 계속된다. 이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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