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향한 선전포고... 일본 반격능력 선언의 우려스러운 대목 [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김종성 2022. 12. 17.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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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3대 안보문서 개정 결정, 한국 역시 위기다

[김종성 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일본 정부는 각의(국무회의)를 통해 반격 능력 보유를 포함해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결정했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 미사일 방어체계가 불충분하다며 "상대의 공격을 억지하는 힘으로서의 반격 능력은 앞으로 불가결하다"고 강조했다.
ⓒ 도쿄 AP=연합뉴스
 
16일 기시다 후미오 내각이 3대 안보문서인 <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 정비계획>을 개정했다. 일본은 이로써 '선제타격능력' 혹은 '적 기지 공격능력'과 동의어인 '반격능력'을 공식적으로 갖게 됐다.

적이 무력 공격을 가하기 전에 미리 행사되는 것이므로 엄밀히 말하면 반격능력은 아니다. 선제타격이란 표현이 국제적 견제를 불러일으킨다는 판단 하에 반격능력으로 대체했을 뿐이다. 반격능력이란 표현을 내세우고자 하는 일본의 뜻을 존중하는 동시에 이 표현의 본래 의미를 살리려면, 반격능력을 '선제적 반격능력'으로 이해하는 게 나을 듯하다.

수비 전문인 기존의 전수방위원칙이 이번 개정을 통해 공식적으로 파기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 일본은 적이 공격을 개시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반격할 수 있게 됐다. 방패만 들겠다던 일본이 창을 먼저 던질 수 있게 된 셈이다. 전수방위원칙의 사실상 파괴이자, '전쟁을 영구히 포기한다'는 평화헌법 제9조 제1항의 무력화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1월로 예정된 미일정상회담에서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미국의 협조를 공식적으로 도출해내어 반격능력 행사의 걸림돌을 없애고자 하는 것이다.

방위 및 외교의 기본 지침을 정한 <국가안전보장전략>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안전보장 환경과 과제'이라는 항목에서 안보에 위협이 되는 세 나라를 열거했다. 중국·북한·러시아의 순서다. 이들은 향후 일본이 반격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는 1순위 국가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선제적 반격을 가하려면, 더욱 더 비상한 각오가 필요하다. 절박한 경우에는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도 반격능력 행사를 고려하게 되겠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 반격능력 행사는 아무래도 북한과 관련해 검토되기 쉽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일본의 반격능력 확보가 한반도 안보환경에 직접적 영향을 주게 됨을 의미한다. 북한뿐 아니라 남한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한국과 일본이 군사동맹을 맺든 아니든, 일본이 한반도를 상대로 반격능력 행사를 검토하게 되면 남한 역시 위기 상황에 빠지게 된다. 이번 안보문서 개정이 북한뿐 아니라 남한에도 위기라는 점에 유의하지 않을 수 없다.

독도를 일본 영토로 만들겠다는 선전포고
 
 독도
ⓒ 경상북도
 
이번 안보문서가 그런 쪽으로만 한국에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다. 독도에 대해서도 우려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국가안전보장전략>은 "한국은 지정학적으로나 우리나라 안전보장으로나 극히 중요한 이웃나라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한미일 협력체제 구축에 관심을 표한다. "북조선에 대한 대응을 염두에 두고 안전보장 측면을 포함해 일·한 및 일·미·한의 전략적 연대를 강화해 간다"라고 선언한다.

그런데 이어지는 부분에서 독도 영유권이 거론된다. "우리나라 고유의 영토인 다케시마의 영유권에 관한 문제에서는 우리나라의 일관된 입장에 기초해 의연하게 대응하는 한편, 국제법에 따라 평화적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방침에 기초해 끈질기게 외교적 노력을 한다"라고 천명했다.

한국과 군사협력을 하더라도, 독도와 관련해서는 자국의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겠다는 의지의 표시다. 일본은 독도가 자국 땅이라는 거짓 주장을 일관되게 고수하고 있다. 이런 일관된 입장에 기초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독도를 일본 땅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겠다는 의미다. 한국 영토를 일본 영토로 만들겠다는 선전포고를 완곡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중요한 것은 독도를 자본 영토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는 점이다. '한국은 극히 중요한 이웃이다', '한국과의 연대를 강화한다'라고 해놓고도 독도를 자국 땅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는 것은 일본이 한일관계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반격능력을 공식화하는 지금 시점에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종전과 다른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상대국이 일본 영토를 공격할 가능성이 있을 때 선제타격을 가하는 것이 반격능력이다. 이는 한국 해군 함정이 독도를 향해 출발하는 경우에도 반격능력 검토가 개념적으로 가능해짐을 의미한다.

독도를 자국 땅으로 간주하고 있으니, 한국 해군이 독도를 향해 출항하는 것도 자국 영토에 대한 침해로 얼마든지 해석될 수 있다. 향후 한일관계가 더욱 험악해지면, 일본 내각이 한국 해군의 독도 접근을 명분으로도 반격능력 행사를 검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반격능력 확보로 인해 독도 영유권이 종전과 다른 환경에 놓이게 됐다는 점에 유의하지 않을 수 없다.
 
식민지배 문제도 '일관된 입장' 고수하겠다는 일본

 
 일본 시민들이 16일 도쿄 총리 관저 근처에서 군사력 확대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열린 임시 각의(閣議·국무회의)에서 반격 능력 보유를 포함해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결정했다.
ⓒ 도쿄 EPA=연합뉴스
 
이번 안보문서는 강제징용·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도 강경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한·일 안보협력과 독도 영유권이 언급된 문단에 이런 내용이 있다.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구축해온 일·한의 우호협력관계의 기반에 기초해 일한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한국 측과 긴밀하게 의사소통을 꾀해 나간다. 2국 간의 제반 현안에 관해서는 우리나라의 일관된 입장에 기초해 적절히 대응해 간다."

위 문장은 한·일 안보협력을 언급한 바로 다음에 나왔다. 양국 간의 최대 현안이 안보협력과 식민지배 문제이므로, 안보협력 바로 뒤에 언급된 양국 현안은 강제징용 및 위안부 문제일 수밖에 없다. '일관된 입장'에 기초해 이런 현안들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문장이다.

식민지배 문제와 관련된 일본 정부의 '일관된 입장'은 1965년 한일기본조약 및 청구권협정과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식민지배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는 것이다. 사과나 배상할 문제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일본의 일관된 입장이다.

한일기본조약은 식민지배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청구권협정에서 다룬 것은 1945년 이전의 일반 민사채권관계다. 위안부나 강제징용 같은 전쟁범죄는 1965년 조약 및 협정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청구권협정을 통해 일본이 제공한 것은 유·무상의 경제협력자금이었지 식민지배 배상금이 아니었다.

그리고 2015년 위안부 합의는 위안부 강제연행에 대한 배상을 규정하지 않았다. 피해자들에게 위로금 혹은 지원금을 지급하는 합의였을 뿐이다. 이는 위안부 연행의 불법성을 은폐하는 것이었다. 1965년에도, 2015년에도 식민지배 문제가 해결된 적이 없는데도 일본은 '다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것이 일본의 '일관된 입장'이다.

일본이 <국가안전보장전략>에서 '일관된 입장'을 되풀이했다는 것은 윤석열 정부와 기시다 내각 사이에서 진행 중인 강제징용 문제 협상이 어떤 방향으로 정리되고 있는지를 시사한다. 사과 및 배상 방식으로 식민지배 문제를 해결할 뜻이 없다는 일본 정부의 의지가 이로써 더욱 명확히 재천명된 셈이다.

일본은 안보문서 개정을 통해 반격능력을 확보하는 안보상의 대전환을 이룸과 동시에, 독도를 한층 더한 위험에 빠트리고 식민지배 문제에 대한 강경 태도를 재차 확인했다. 일본의 반격능력 천명으로 북한뿐 아니라 한국도 녹록지 않은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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