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상영 중 화장실 다녀올 판…러닝타임-흥행의 함수관계

이이슬 2022. 12. 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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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12분 '아바타:물의 길' 14일 개봉
흥행작 톱10 러닝타임 평균 117~129분
올해 개봉작 평균 상영시간 129.7분
팬데믹後 달라진 영화시장, 관건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영화가 형편없지 않은 이상, 러닝타임이 길다고 불평하시는 분은 없겠죠. 같은 돈 내고 오래 보면 가성비가 좋은 것 아닌가요."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지난 9일 내한 기자회견에서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이하 '아바타2') 러닝타임이 길다는 지적에 이같이 반문했다. 요즘 유행하는 '오히려 좋아' 모드로 어깨를 가볍게 튕겼다. 상영시간은 무려 3시간12분(192분). 고속열차로 서울에서 부산에 닿고도 남을 만큼 긴 시간. 극장에서는 87분짜리 '미니언즈2'를 2회 상영하고도 남는다. 뮤지컬 공연과 맞먹는 러닝타임에 인터미션(휴식시간)을 도입하라는 웃지 못할 반응도 나온다.

2009년 개봉한 '아바타'는 전 세계 29억2291만달러(3조7772억원) 수익을 올리면서 3D(3차원) 기술의 혁명적 발전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13년 만에 태어난 속편 '아바타2'는 전편을 뛰어넘는 스케일을 자랑한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시리즈를 만든다면 판을 더 키워야만 했다"고 했다.

전편은 1333만명을 모으며 외화 최고 흥행작이 됐고, 그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았다. 아바타2에 대한 또다른 관심은 긴 러닝타임이다. 영화가 길어서 흥행에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가 나오면서다.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하더라도, 긴 러닝타임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러닝타임과 흥행의 상관관계

상영시간이 길면 영화를 안 볼까. 국내에서 러닝타임은 흥행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을까. 이를 통해 '아바타2'는 어떨지, 앞으로 만들어질 영화에는 또 어떻게 작동할지 전망해봤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KOFIC)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역대 박스오피스 공식통계에 따르면, 관측 이래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최고 흥행작은 '명량'(2014)이다. 1761만명을 모았으며 러닝타임은 128분이다. 3위에 자리한 '신과함께-죄와벌'(2017)은 139분으로 1441만명이 관람했다. 1425명을 동원한 '국제시장'(2014)은 126분이었고, 5위의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은 180분을 넘는다.

10위권내 영화 중 2위를 기록한 111분의 '극한직업'(2019)을 제외하고 모두 2시간이 넘는다. '겨울왕국2'(2019) '아바타'(2009) '베테랑'(2015)을 비롯해 최고 흥행작 10편의 평균시간은 132분에 달했다.

상영시간, 매출액에도 영향 있나

상영시간과 수익도 관계 있을까. KOFIC 누적매출액에 따르면, 최장 시간 상업영화 중 263분의 '반지의제왕3:왕의제왕'(2003)이 46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멀게는 '타이타닉'(1998)이 195분으로 49억원을 벌었고, 마블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이 181분 러닝타임으로 1224억원 수익을 올렸다.

일부 예술영화나 고전영화의 경우 인터미션을 도입한 사례도 있다. 237분의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1991), 222분의 '벤허'(1962) 등은 뮤지컬 공연처럼 중반에 10여분의 쉬는 시간을 가진 후 상영됐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극장 분위기는 달라졌다. 콘텐츠 소비 패턴이 변화하면서 영화산업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최근 시장은 어떨까. 올해 개봉한 영화를 살펴봤다. 지난 5월 개봉한 최고 흥행작 '범죄도시2'는 105분으로 길지 않지만, 2위를 차지한 '탑건: 매버릭'은 130분간 상영돼 878억 수익을 올리며 활짝 웃었다. 129분에 달하는 '한산: 용의 출현'은 지난 여름 737억원을 벌었다. 마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126분)는 626억원 수익을 올렸고, 무려 146분간 상영된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292억원의 수익을 올리며 흥행 7위를 차지했다. 마블 영화로는 비교적 짧은 118분간 상영된 '토르: 러브 앤 썬더'는 271만명(295억원)을 모으며 기대에 비해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러닝타임은 변수…흥행 관건은?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아바타2'를 홍보하며 "팬데믹 이후 극장용 영화는 관객의 체험을 위해 길어져도 된다"고 말했다. 올해 최고흥행작 톱10의 평균 러닝타임은 129.7분이었다. 지난 6월 개봉한 '쥬라기월드: 도미니언'이 146분으로 가장 길었고, 10위를 차지한 애니메이션 '미니언즈2'가 '87분으로 가장 짧았다.

흥행작 10편의 평균 러닝타임을 살펴보니,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는 117.4분이었고, 2020년 114.3분, 2021년 126.4분으로 각각 나타났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러닝타임보다 더 중요한 건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집에서 즐기는 콘텐츠 대부분이 극장용 영화 못지 않은 완성도를 지녔다. 굳이 마스크를 쓰고 극장에 와서 영화를 즐길 만큼 재미있고, 특정할 만한 요소가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러닝타임이 길면 물론 부담스러울 수 있다"면서도 "관객들은 이제 밖에 나가서 즐기는 '체험'에 목말라 있는 분위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영화관람료도 오른데다 다양한 채널이 생기면서 옵션이 늘었다. 심지어 휴대전화로 즐기는 양질의 유튜브 콘텐츠도 수두룩하다. 기회비용이 높아진 셈이다. 그래서 영화가 재미없으면 이제 관객들은 참지 않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다. 따라서 온라인상 적나라한 반응이 실시간으로 전해진다"라고 전했다.

영화 '아바타: 물의 길'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 '영웅' 스틸. 사진=CJ ENM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재미'와 '입소문'이라는 데 의견이 모인다. 극장 관계자는 "개봉 후 하루이틀 사이 반응에 따라 흥행이 갈린다. 재미있다는 여론이 형성되면 빠르게 입소문을 탄다. 형편없는 영화의 경우, 실관람객 평가 지수인 CGV 골든에그지수가 개봉 반나절만에 처참히 깨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닝타임이 길어도 재미있다는 입소문을 타면 관람료가 다소 비싸도, 영화가 길어도 관객은 본다"고 힘주어 말했다.

16일 오후 용산CGV에서 만난 관객 이정아(21·여)씨는 "'아바타2'를 보기 위해 극장에 왔다. 3D 안경을 쓰고 영화를 보고 싶어서 예매했다. 바닷속 풍경이 실감나게 펼쳐진다는 말에 기대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긴 러닝타임에 음료를 자유롭게 먹을 수는 없겠지만, 부담은 없다. 만약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가면 되지 않을까. 비싼 영화관람료가 부담되지만 영화가 재미없다면 상영 도중에 나오면 될 일"이라고 전했다.

'아바타2'를 예매했다는 김진욱(34)씨는 "전편을 재미있게 봐서 개봉하길 기다렸다. 상영시간이 길어서 퇴근 후 관람할 수 있는 회차가 한정적이었다. 시간에 맞추기 위해 퇴근하고 저녁식사도 포기했지만, 빨리 보고 싶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어떨지 궁금하지만 모처럼 3D 안경을 쓰고 극장에서 즐기는 신작이 반갑다"고 말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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