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격능력' 보유 선언... 전쟁 가능한 국가 현실화
[윤현 기자]
▲ 일본 정부의 3대 안보 문서 개정 결정을 보도하는 NHK 뉴스 갈무리 |
ⓒ NHK |
일본이 적 미사일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을 보유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일본 정부는 16일 오후 임시 각의(국무회의)에서 반격 능력 보유를 포함해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아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결정했다.
이는 외교·안보 기본 지침인 국가안전보장전략, 자위대 역할과 방위력 건설 방향을 담은 국가방위전략, 구체적인 방위 장비의 조달 방침을 정리한 '방위력정비계획'을 뜻한다.
특히 10년 만에 개정한 국가안전보장전략에서 일본에 대한 주변국의 미사일 위협을 거론하면서 "기존 미사일 방어망으로 완전한 대응이 어려워지고 있다"라며 반격 능력 보유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반격 능력에 대해서는 "일본에 대한 무력 공격이 발생하고, 그 수단이 탄도미사일 등에 의한 공격일 경우 '무력행사 3요건'에 근거한 최소한의 자위 조치"라고 강조했다.
미국 의존에서 벗어나 자체 타격 능력 갖추기로
무력행사 3요건이란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아 국민의 생명·자유에 명확한 위험이 발생하고, 국민을 지키기 위한 다른 수단이 없으며, 필요 최소한으로 실력 행사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만약 일본에 대한 무력 공격이 발생하지 않은 경우 선제 타격을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며, 미국과 협력해서 대응하기로 했다.
이는 태평양전쟁 이후 70년 넘게 평화주의를 강조하며 타격 능력을 미국에 의존해왔던 일본 안보 정책의 대전환으로 평가된다.
일본은 반격 능력에 필요한 원거리 타격 무기를 갖추기 위해 사거리 1250㎞ 이상인 미국산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도입하기로 했다. 또한 기존 12식 지대함유도탄의 사거리를 1천㎞ 이상으로 늘리고, 음속의 5배 이상 속도로 비행하는 극초음속 유도탄을 개발하고 있다.
국가안전보장전략에서 주변국에 대한 기술도 변경했다. 특히 중국을 가장 먼저 거론하며 "일본의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군사 활동을 확대·활발하게 하고 있다"라며 "지금까지 없었던 최대의 전략적 도전"으로 규정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최근 잇따른 미사일 시험 발사를 거론하며 "종전보다 중대하고 임박한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북한에 대한 한미일 공동 대응을 고려한 듯 "일본의 안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이웃 나라"라는 표현을 유지했다. 그러나 독도에 대해 "일본 고유의 영토인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 영유권 문제는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근거해 꾸준히 대응하며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끈질긴 외교적 노력을 한다"라고 썼다.
방위비 대폭 늘린 일본... 미국 "역사적 조치" 반색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각의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거론하며 "핵·미사일 능력 강화, 급격한 군비 증강,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가 한층 현저해지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자위대의 현재 능력으로 우리나라(일본)에 대한 위협을 억지할 수 있는지 시뮬레이션하면 솔직히 충분하지 않다"라며 "상대의 공격을 억지하는 힘으로서의 반격 능력 보유는 불가결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외교를 뒷받침하려면 방위력이 필요하고, 방위력 강화는 외교적인 설득력으로 이어진다"라며 "역사의 전환기 앞에서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총리로서 사명을 반드시 완수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방위력 강화를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인 방위비를 5년 뒤인 2027년도에는 2%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거듭 확인하며 이를 위해 법인세, 소득세 등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나타냈다.
▲ 일본 정부의 3대 안보 문서 개정 결정을 보도하는 NHK 뉴스 갈무리 |
ⓒ NHK |
미국은 즉각 환영하고 나섰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백악관 명의로 성명을 내고 "일본이 새로운 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정비계획을 채택한 것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강화하고 방어하기 위한 담대하고 역사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이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파트너들 및 동맹국들과 폭넓고 강력한 커뮤니티를 형성하려는 기시다 총리와 일본 국민의 비전을 나타낸 것"이라고 "방위 투자를 의미있는 수준으로 늘리려는 일본의 목표에 따라 미국과 일본의 동맹도 강화하고 현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미일 동맹과 파트너십은 가장 중요한 전략적 자산"이라며 "일본의 새 안보 문서는 인도·태평양과 전 세계의 평화를 증진하고 규칙에 기반을 둔 질서를 보호하는 동맹 능력을 새롭게 한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강화된 역할과 임무, 능력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미국을 비롯한 파트너들과 긴밀한 방위 협력을 통해 동맹을 현대화하려는 일본의 약속에 박수를 보낸다"라고 밝혔다.
일본서도 반대·우려... 전수방위 원칙 끝나나
반면에 일본 언론과 야권은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교도통신>은 "헌법 9조의 이념 아래 지금까지 내걸었던 전수방위(먼저 공격당했을 경우에만 최소한의 자위력을 행사하는 것)의 형해화가 더욱 심화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도 "전후 일본 방위 정책의 대전환이지만, 충분한 논의나 국민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라며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기시다 총리가 구체적인 계획을 말하지 않았고, 국회의 질문에도 추상적인 답변만 반복했다"라고 비판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은 성명을 통해 "정부의 구체적 설명이나 국회에서의 논의, 국민적 합의도 없이 방위 정책을 크게 전환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라며 전수방위에서 일탈할 우려도 있다"라고 반대했다.
일본 공산당도 "전수방위를 완전히 끝내고 일본을 전쟁 국가로 바꾸려는 매우 위험한 내용"이라며 "국회 심의도 없이 각의로 결정을 강행한 것에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한다"라고 항의했다.
이를 의식한 듯 기시다 총리는 "전수방위는 일본 방위의 기본적인 지침이고,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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