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나는 SOLO'가 빠진 편집의 함정
[김종성 기자]
▲ <나는 SOLO> |
ⓒ ENA 플레이, SBS 플러스 |
전 시즌에 비해 출연자들의 캐릭터가 밋밋하다고 판단했을까. 그럴 만도 하다. 10기는 여러 명의 스타를 낳았다. 이른바 '김치찌개 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언성 낮춰요" 등 수많은 명대사(?)를 남긴 정숙과 '그대라이팅', '그대좌' 등 신조어를 만들어낸 영식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수많은 밈을 만들어냈다. 그 화제성에 힘입어 두 사람은 쿠팡플레이 'SNL'에 출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제작진의 직업 정신(?), 다시 말해서 높은 시청률에 대한 도취 혹은 부담, 상대적으로 무난했던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사달을 내고 말았다. '악마의 편집' 말이다. 연애 리얼리티도 결국 관찰 예능이라 제작진의 개입은 필수적이다. 스토리텔링을 하고, 캐릭터를 부여한다. 그에 따라 영상을 취사선택한다. 그러다보면 캐릭터에 부합하지 않는 내용은 삭제된다.
"빌런 찾기, 캐릭터 찾기로 흥행에 성공한 경험으로 이번 편집 방향의 정체성에 약간 혼란이 있다고 느꼈는데, 앞으로는 천하제일빌런대회보다는 남녀 감정, 서사의 발생, 변화의 변곡점 등을 잘 캐치하고 묘사했으면 합니다."
정중하고 우아한 항의였다. 지난 16일, 11기 영수는 자신의 SNS에 <나는 SOLO> 출연 소감을 자세하게 언급했다. 그는 "가식없이 몰입했고, 5일동안 저의 모든 것은 진심"이었기에 "후회가 없"다고 밝히면서 '노잼영수'라는 캐릭터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자신도 "데이트 때 정상적으로 대화하는 사람"인데 제작진이 데이트 장면에서 정적이 흐르는 장면만 골라 짜깁기를 했다는 것이다.
실제 방송에서 11기 영수는 말주변이 없고 답답한 숙맥으로 비춰졌다. 현숙-영호-영수의 삼각관계 국면에서는 활달하고 붙임성 있는 영호와 확연히 비교되는 캐릭터였다. 영수는 "표현하는 데 서툴고 느릿느릿한" 자신에 대해 성찰하면서 제작진에게 "앞으로는 천하제일빌런대회보다는 남녀 감정, 서사의 발생, 변화의 변곡점 등을 잘 캐치하고 묘사"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말로 욕한 적 없고 욕하려는 척도 한 적 없습니다. 미방분으로 추가 방송 가능하다면 원본 그대로 내보낼 것을 제작진에게 요청하고 싶습니다."
<나는 SOLO> 제작진의 편집에 문제제기를 한 출연자는 영수만이 아니다. 영수에 앞서 정숙도 <나는 솔로> 출연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지난 15일, 정숙은 자신의 SNS에 "솔로나라에서의 특별한 경험은 평생 아름다운 추억이 됐고 또 삶의 전환점에서 새로운 시작이 됐"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와 함께 제작진의 편집에 대한 불만도 함께 언급했다. 자초지종은 이러하다.
14일 방송에서 남자 출연자의 선택을 받지 못해 유일하게 고독정식을 먹고 침울해 있던 정숙은 순자와 영철을 만나 술 한잔을 기울이는데, 마침 자신이 마음에 두고 있던 영식과 영수를 마주치게 된다. 그 상황에서 정숙이 한 말은 묵음처리 됐고, 자막은 'X 입에서 욕나올 뻔'로 처리됐다. 이에 대해 정숙은 "많은 분들이 실제로 내가 욕을 했다고 오해"를 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프로그램을 보다 재미있게 만들고 싶은 제작진의 열망을 어찌 모르겠는가. 시청률에 대한 욕심을 왜 모르겠는가. 하지만 <나는 SOLO>는 '진실성 있는 출연자의 존재'가 사실상 전부인 연애 리얼리티이다. 일반인이 출연하는 만큼 좀더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들이 상처받는다면, 그래서 출연을 저어하고 기피한다면 <나는 SOLO>의 롱런도 위험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미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중에서 대장급으로 자리매김하지 않았던가. 무리수를 던지며 화제를 끌어모을 시기가 지났다. 제작진은 "개그와 개성은 다르잖아요. 개그 프로그램 아니잖아요"라는 11기 영수의 제언을 곰곰히 되씹어봐야 할 것이다. <나는 SOLO>가 대한민국 솔로들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남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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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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