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고되고, 미래는 없다"…전공의 소아청소년과 기피 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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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지난 5~7일 이뤄진 전국 수련병원의 내년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레지던트) 모집 지원율이다.
실제 이 사건 이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2019년 80%, 2020년 74%, 2021년 38%, 2022년 27.5%로 매년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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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소송·책임전가에 최악 치달아
인력부족에 기존 인력 부담가중 악순환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15.9%’ 지난 5~7일 이뤄진 전국 수련병원의 내년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레지던트) 모집 지원율이다. 정원 207명 중 단 33명만이 지원했다. 지방 병원은 물론이고 ‘빅5’로 통하는 세브란스병원조차 11명 정원에 단 한 명도 지원하지 않았다.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없다면 어린이들이 아파도 전문적인 진료를 받을 수 없다. 이미 소아 진료체계 붕괴는 현실화했다. 심한 발열경련을 앓는 아이가 병원 응급실을 찾아 전전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8월에는 응급상황에 있던 5세 여아가 진료 가능한 응급실을 찾다가 숨을 거뒀다. 입원 진료를 중단하거나 진료 시간을 축소한 대학병원이 속출하는 중이다. 모두 인력 부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소아청소년과는 어쩌다 전공의들이 가장 기피하는 진료과가 됐을까. 먼저 “미래가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근본적인 원인은 저출산에서 찾을 수 있다. 연 출생아 수가 20만명대에 그치고, 지난해 기준 합계출산율은 0.81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박양동 대한아동병원협회 회장은 “인구소멸, 지방소멸의 위기가 소아청소년과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며 “소방서는 있어도 불을 끌 소방관이 없다. 어린이들이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미래가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전공의들이 소아청소년과로 유입될 요인은 더욱 떨어졌다. 그중 하나의 사건으로 의료계는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을 꼽는다. 진료상 과실 혐의에 대해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아 실제 의료진 구속까지 이어졌다. 최근 대법원에서 7명의 의료진이 무죄 판결을 받긴 했지만, 그간의 힘든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중환진료에 따른 의료소송과 의료진에 대한 책임 전가가 결국 최악의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으로 이어졌다는 게 의료계의 판단이다.
김지홍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이사장(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진료에 최선을 다했을 때, 물론 결과가 안 좋을 수 있지만 일방적으로 의사 책임으로 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며 “그런 것을 보며 자라난 전공의들이 후배들에게 중환 진료를 마음껏 하도록 권유할 수 있을까.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 사건 이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2019년 80%, 2020년 74%, 2021년 38%, 2022년 27.5%로 매년 감소했다.
인력 부족은 곧 기존 의료진의 과로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현재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당직을 서는 수련병원이 75%에 달함에도 입원전담전문의 1인 이상 운영은 단 27%에 그친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가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내년에는 진료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답한 수련병원은 75%에 이른다. 실제 2019년 2월 가천대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2년차 전공의가 주당 110시간을 일하다 과로사한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전공의 유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소아청소년 진료 체계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미 곳곳에서 한계에 봉착했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 5년간 동네 소아과 662곳이 폐업했다. 이대로라면 아픈 우리 아이가 찾을 병원이 없어지게 된다. 의료계는 지금이라도 소아청소년과에 전공의가 유입될 수 있도록 강력한 유인책을 마련하고, 안정적인 진료 체계가 갖춰질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간절하게 호소하고 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이제는 과연 아픈 아이들을 받아줄 곳이 있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더는 정부가 주저할 상황이 아니다. 하루빨리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우리 아이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제발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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