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팬 클럽부터 선수 부모·현지 교민까지…KLPGA 투어 '이모저모'
이가영 아버지, 진한 부정…"국내·외 막론, 모든 대회 따라가 응원"
교민들 사이에서 축제…"주말 많은 인파 몰릴 것"
[아시아경제 빈즈엉(베트남)=최태원 기자] "싱가포르에서의 아쉬움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기 위해 예정에 없던 베트남까지 오게 됐습니다."
지난 16일 베트남 빈즈엉성 트윈도브스 GC(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PLK 퍼시픽링스코리아 챔피언십 1라운드엔 베트남까지 온 팬부터 선수 가족들, 현지 교민까지 다양한 이들이 갤러리로 나섰다.
박현경 팬클럽 ‘큐티풀’ 회원 이기일씨(46)는 "지난주 KLPGA 투어 개막전 싱가포르 여자오픈에서 시상식이 끝나고 두시간 넘게 대회장을 떠나지 못할 정도로 상심이 컸다”라며 “원래 베트남 올 생각이 없었는데, 지난 대회의 아쉬움 때문에 베트남을 다시 오게 됐다. 해외에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응원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박현경은 지난 대회 2라운드를 마치고 선두 박지영을 1타 차로 추격하며 파이널 라운드에서 역전 우승을 노렸다. 하지만 때아닌 폭우로 인해 파이널 라운드가 취소되며 공동 2위에 그친 바 있다.
베트남 현지를 찾은 큐티풀 회원은 총 7명. 최고 기온 30도를 넘어서는 무더운 날씨에도 회원들은 연신 얼음물을 들이키고, 햇빛을 막아줄 장우산을 들고 짜증 내는 내색 한번 없이 박현경을 응원했다. 연녹색 박현경 팬클럽 티셔츠를 맞춰 입고, 각종 선수 응원 액세서리를 착용한 채로 라운딩을 지켜보는 열정은 여느 아이돌 팬클럽 못지않았다.
선수의 집중력을 지켜주기 위한 배려도 남달랐다. 선수가 스윙을 준비하려는 자세만 취해도 얼굴에 구슬땀이 흘러내리는 상황 속에서도 일절 움직이지 않았다. 선수가 좋은 샷을 했을 땐 자기 일과 같이 기뻐하며 "굿 샷"을 외치며 환호하는 모습엔 아가페(절대적인 사랑)적인 면모까지 보였다.
현장을 찾은 황제훈 큐티풀 총무(47)는 "황금 같은 휴가를 쓰고 베트남을 찾았다. 또 장사를 쉬고 오는 분들도 있는 만큼 모두 열정이 크다"라며 "박현경 프로가 우리 응원으로 힘을 얻고 좋은 결과를 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러한 열정적인 팬들의 모습에 박현경도 감사한 마음을 밝히고, 화답했다.
1라운드가 진행된 이날엔 라운딩 시작 전 팬들과 짧은 포토 타임을 가졌고, 경기가 끝난 후에도 스코어카드를 제출하자마자 팬들에게 다가와 살가운 인사를 나눈 후 사인을 하고 사진을 찍는 시간을 가졌다.
연습라운드가 진행된 지난 15일 열린 기자회견에선 박현경은 "포기하고 싶을 때도 아이스 백을 메고 모자를 쓰고 걸어가시는 팬 분들을 보면 한번 더 힘을 내게 된다"라며 "지난주 싱가포르에도 와주셨는데 나라면 저럴 수 있을까 생각도 됐다. 팬 분들은 동기부여다"라고 감사함을 표하기도 했다.
팬클럽 회원은 아니지만 모든 선수의 '첫번째 팬' 선수 부모들도 머나먼 베트남까지 자식들을 챙기고 응원하기 위해 찾아왔다.
대회마다 구름 같은 갤러리들 속에서도 선수들의 부모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선수의 뒤에서 묵묵히 누구보다 애간장 타는 듯한 표정으로 선수들을 바라보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날도 선수들의 뒤엔 그림자같이 이들을 따라다니는 부모들로 가득했다. 선수들이 미스샷을 하거나 퍼팅을 아쉽게 놓치면 땅이 꺼질듯한 한숨을, 버디를 잡아내기라도 하면 세상을 다 얻은 듯한 표정으로 큰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자식과 같은 조에 속한 다른 선수의 부모와도 끊임없이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며 동병상련의 마음을 나누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지난해 첫 우승을 달성한 이가영 프로의 아버지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가영이가 참가하는 거의 모든 대회를 따라간다. 매니지먼트사에서 잘 챙기는 걸 알지만 아무래도 걱정되고, 조금이라도 더 케어해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진한 부정(情)을 보였다.
한편 쉽게 볼 수 없는 수준 높은 경기에 베트남 현지 교민들도 대회장을 찾았다. 이들은 팬이나 가족과는 달리 가벼운 마음으로 축제에 온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주로 가장 좋은 플레이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마지막 조를 찾았다. 삼삼오오 모여 선수들의 좋은 샷 하나하나에 감명받은 듯 탄식하고, 같이 온 지인들과 연신 웃음꽃을 피우며 대회를 즐겼다.
한 베트남 교민은 "교민들 사이에서 축제처럼 여겨진다. 오늘은 평일(금요일)이라 못 온 사람도 많은 것으로 안다"며 "주말 경기엔 정말 많은 분이 대회장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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