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어른보다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한옥…모토한옥
[퍼즐] 박나니의 한옥 이야기(10)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옥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일고 있다. 회색빛 바다와도 같은 폐쇄적이고 획일적인 콘크리트 아파트 단지에서 자라난 젊은 세대가 이런 주거 방식에 싫증을 느낀 나머지 훨씬 더 개방적이고 다양한 모습을 지닌 우리의 전통 한옥에 시선을 돌리게 된 것이다. 전통적이라고는 하나 요즘 한옥은 한옥의 외관은 유지하되 내부는 현대적인 생활방식에 맞춰 변한 한옥이 많다. 한옥 이야기는 지난 2019년 발간된 책『한옥』에서 다루고 있는 한옥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모토한옥
관광객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서울 삼청동 좁은 골목길에 위치한 모토한옥은 개량 한옥의 세련됨과 색다름을 보여주는 좋은 건축 예시이다. 건축가이자 현 집주인인 시모네 카레나(Simone Carena) 소장은 그의 가족들이 즐기면서 자랄 수 있는 흥미로운 공간을 만드는 쪽으로 한옥 개조를 구상했다. 북촌 일대에 있는 다른 한옥들과 같이 이 한옥은 1930년대 대규모 한옥지구 개발의 일환으로 건축되어 가회동 일대의 가옥들에 비해 소박한 모습이다. 이는 삼청동 일대의 한옥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특성이기도 하다.
1990년대 개발제한구역 지정 해제 이후 모토한옥 인근에는 현대적인 빌딩이 여러 채 들어섰다. 새로 지어진 건물들로 인해 전망이 가리는 것을 막기 위해 시모네 소장은 마당의 높이를 올려 새로 들어선 빌딩들이 내려다보이게 하는 데 성공했다. 마당을 높임으로써 창출된 공간은 그의 가족들을 위한 지하실로 바뀌었고, 마루에는 햇빛을 반사할 수 있도록 거울을 부착한 선반을 채광창 안에 설치해 지하실로 들어오는 자연 광선의 양을 최대한 늘렸다. 이 햇빛 선반은 높은 천장의 개방감을 극대화해 공간을 넓게 보이도록 하는 효과도 만들어낸다.
남쪽으로는 가옥의 아름다운 모습과 더불어 삼청동 일대 및 서울 도심의 전망이 펼쳐져 있고, 서쪽으로는 경복궁과 인왕산의 풍경이 부엌 위로 드리워진다. 부엌 한켠에 만들어진 자그마한 앉을 자리에서 보이는 이 아름다운 광경들이야말로 모토한옥이 가진 가장 멋진 장점 중 하나다.
시모네 소장은 모토한옥에 추가된 층과 전망대 외에도 건축물 곳곳에서 빛과 색깔을 이용한 실험을 진행했다. 부엌 수납장뿐만 아니라 집안 각지에 연두색을 배치한 것은 한국 전통 수묵화의 대표 주제 중 하나인 대나무로부터 받은 영감을 표현한 것인데, 이는 자연을 집안으로 들여오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햇살은 외부로 향하는 창문 앞에 포개놓은 기와 사이로 들어와 거실을 환하게 비추고, 마루 위에 설치한 채광창에서 들어오는 햇빛은 부엌을 밝게 물들인다. 주택 입구 바로 옆에 위치한 부엌이 건축물의 중앙 기점이 되는 것은 이탈리아 출신인 시모네 소장의 문화 계승 의지가 뚜렷하게 엿보이는 대목이다. 대대로 건축가였던 집안에서 자란 시모네 소장은 방문 없는 구조의 주책에 익숙해 있었기 때문에 이 가옥에도 방문이 없는 개방형 구조를 그대로 적용했다.
2000년대 초에 진행된 대다수 한옥 리모델링은 1930년대 한옥지구 개발로 건축된 도시형 한옥들 속에서 전통적인 한옥의 매력을 지켜주는 동시에 완전한 주거 공간으로 변모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졌다. 그 덕분에 모토한옥 역시 전통적인 매력과 함께 시모네 소장 부부와 세 명의 아들이 살아가는 데 편리한 주거공간으로서의 장점을 분명하게 가지고 있다. 여기 한 발짝 더 나아가, 모토한옥은 보급형 생활한옥을 21세기에 걸맞은 현대적 주거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박나니 작가 puzzlet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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