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증 이 물질 노출 시켰더니…"물고기가 앞뒤 왕복, 이상행동"

강찬수 2022. 12. 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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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브라 피시. 연합뉴스

영수증 등에 사용되는 감열지나 플라스틱에 첨가되는 비스페놀 S(BPS).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감열지나 젖병 등에서 추방되고 있는 비스페놀A(BPA) 대신에 사용되기도 하지만, 이 BPS 역시 신경독성을 나타내는 등 사람과 동물에 유해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BPS가 신경독성을 나타내는 메커니즘이 물고기 실험에서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뇌의 발달에 필요한 지질(脂質, lipid) 성분의 부족을 초래하고, 이상 행동을 보이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BPS가 사람이나 척추동물의 모델 실험에서 신경 행동 장애를 유발한다는 보고는 있었지만, 정확한 메커니즘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영수증 등에 사용되는 비스페놀S가 물고기에서 신경독성을 나타내는 메커니즘이 밝혀졌다. 중앙포토

중국 해양대 연구팀은 16일 물고기 제브라피시(Zebrafish)를 이용한 BPS 독성 테스트 결과를 담은 논문을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국제 저널에 발표했다.


소포체의 지질 생산을 저해


비스페놀 종류들의 분자구조, 맨 위가 비스페놀A, 중간이 비스페놀S, 맨 아래가 비스페놀 F다.
비스페놀S
BPS가 세포 내 소기관인 소포체(小胞體, endoplasmic reticulum)의 기능을 손상하고 뇌의 지질 수치를 떨어뜨려 이상 행동을 초래한다는 내용이다.

소포체는 세포 내에서 단백질 합성과 단백질 3차원 구조 형성, 지질의 합성에 간여한다.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수정 후 다양한 시간대에 도달한 제브라피시의 수정란을 최대 100ppb에 이르는 다양한 농도의 BPS에 노출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결과, BPS는 제브라피시 유생(幼生, larva)이 수정란의 난황(卵黃, yalk)에 들어있는 지질을 소비하지 못하도록 억제하고, 이에 따라 뇌의 지질 수치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연구팀은 판단했다.

물고기 유생이 성장할 때 수정란 난황의 지질이 뇌의 발달에 사용되는데, BPS에 노출이 되면 뇌 성장에 필요한 장쇄 지방산(long-chain fatty acids)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BPS는 이 과정에서 소포체의 기능을 방해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소포체는 장쇄 지방산이 만들어지고 분해되는 곳이다.

실제로 연구팀은 BPS에 노출된 경우 소포체에서 지질 대사와 관련된 유전자 발현이 하향 조절된 것을 확인했다.

특히, BPS가 소포체 기능을 저해하는 것으로 알려진 독성 화학물질(thapsigargin, tunicamycin)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출된 유생 왕복만 하는 이상 행동


제브라피시 유생을 비스페놀S에 노출시킨 실험 결과. A는 비스페놀S 노출 없이 시간대에 따라 물고기 유생이 발달하는 상황을 보여주는 사진이다. B는 수정 후 48 시간이 경과한 유생을 다양한 비스페놀S 농도(0~100 ppb)에 노출했을 때 차이를 보여준다. C에서는 지질 성분의 분포를 나타낸다. 맨 오른쪽 사진에서는 더 높은 비스페놀S에 노출될수록 지질 성분이 머리 부분에서는 더 적게, 난황에서는 더 많이 분포하는 것을 보여준다. [자료: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2022]
BPS에 노출된 제브라피시 유생은 비정상적인 행동을 나타냈다.

정상적으로 헤엄을 치기보다는 배양 접시 내부에서 천천히 앞뒤로 왕복만 하는 것이 관찰됐다.

이런 비정상적인 신경 행동은 소포체 저해 독성 물질에 노출됐을 때와 일치했다.

연구팀은 다 자란 물고기의 경우도 BPS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뇌의 연쇄 지방산과 지질 수치가 감소하고, 소포체의 기증 장애 등 이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를 통해 BPS가 물고기 배야·유생의 여러 발달 단계에서 소포체 기능을 손상하고, 뇌의 지질 수치를 감소시킴으로써 신경독성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강조했다.

비스페놀A와 비스페놀S 등은 다양한 곳에 사용된다.

BPS는 감열지 현상제나 플라스틱 첨가제, 세척 제품의 세탁 고정제, 페놀 수지의 성분 등으로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이 물질은 유럽연합(EU) 내에서는 연간 1만 톤 이상 제조·수입되고, 미국에서도 연간 수백 톤 규모로 생산되고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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