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시대의 베스트셀러②] 불안감에 찾는 ‘경제’ 돌파구 or ‘감동’으로 달래는 마음
시대의 거울 역할하는 베스트셀러 목록
조창인 작가가 쓴 장편소설 ‘가시고기’가 1990년대 후반 대중들의 가슴을 울렸었다. 직장을 잃은 아버지가 백혈병에 걸린 아들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애쓰는 부성애를 다룬 작품으로, 간암에 걸린 것을 알게 된 아버지가 자신의 각막까지 파는 절절한 마음을 통해 울림을 선사했다.
2000년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이 책의 인기 요인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여파로 분석할 수 있다. IMF 시대가 배경이었던 만큼, 대중들의 공감이 바탕이 된 것은 물론 가장은 실직하고, 이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끈끈한 ‘가족애’가 더욱 중요하게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가시고기’ 외에도 김정현의 소설 ‘아버지’ 등 설 곳 없는 아버지를 향한 위로와 연민을 담은 도서들이 관심을 받았다.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에는 ‘더 해빙’, ‘돈의 속성’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리며 높아진 재테크 관심을 반영했으며, 2년 차인 2021년에는 위로, 공감이 주요 메시지인 소설이 인기를 얻었었다. 이처럼 베스트셀러 목록을 살펴보면 그 시기 경제 상황 또는 대중들의 관심사 등을 들여다볼 수 있다. 작가가 아닌, 대중들이 이뤄내는 베스트셀러 목록은 곧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표현이 되기도 한다.
1998년 IMF 시대에는 법정 스님의 ‘산에는 꽃이 피네’를 비롯해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등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도서들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렸으며, 다음 해인 1999년에는 책 속에서 희망을 찾는 경향이 생겨났었다. 당시 평범한 이들이 주인공이 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오체불만족’, ‘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 등이 인기를 얻었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2009년 4월 미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적으로 번진 신종플루까지. 대중들의 불안감이 고조된 이 시기에는 대중들이 책 속에서 ‘감동’을 얻었다.
2009년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가 대표적인 예다. 이 외에도 한비야의 여행이 아닌, 개인사를 두란 ‘그건 사랑이었네’가 4위,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 8위에 이름을 올리는 등 독자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도서들이 주목을 받았다. 예스24에서도 ‘그건 사랑이었네’,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비롯해 공지영 작가의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가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리면서 ‘위로와 희망’에 대한 대중들의 니즈를 확인케 했다.
당시 예스24는 그해 인기를 끈 ‘엄마를 부탁해’ 인기에 대해 “신경숙의 높은 인지도와 작품의 완결미가 경제불황과 심리적 고통을 위로받고 싶어 하는 분위기와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었다.
경제에 대한 관심사도 물론 뚜렷했다. 당시 돈 관리에 대한 조언이 담긴 ‘4개의 통장’이 5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불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쉽고 즐거운 공부를 하게 해주는 방법을 제시하는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가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2015년 5월 국내 첫 감염자가 발생한 뒤 186명의 감염자가 나오고, 이 중 38명이 사망했던 ‘메르스 공포’가 대중들의 마음을 잠식했던 2015년에는 심리학도서가 1위를 차지했었다.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와 베스트셀러 작가인 고가 후미타케의 ‘미움받을 용기’가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외에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나 ‘오베라는 남자’와 같은 불안한 심리를 달래주는 따뜻한 도서들도 함께 인기였다.
교보문고는 당시 2015년 주를 이뤘던 출판 키워드는 ‘불안’이었다면서 “메르스 여파, 남북 간의 긴장 고조, 테러 위협 등 정치·경제·안보등 사회적 악재가 겹치며 아들러 심리학 열풍이 불었다”라고 분석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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