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 논란 속 우리금융 CEO, 그는 무엇을 고민할까?
이사회 내년 1월 논의 예정
관치 논란 속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현 회장의 연임 도전 여부에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그는 거취와 관련해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를 옳아 메고 있던 금융감독원의 DLF 징계가 대법원의 판결로 무효화된 후에도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무엇이 그를 장시간 고심하게 만들고 있는지 우리금융 안팎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 회장은 전날 열린 이사회 직후 거취와 관련한 별다른 입장 발표에 나서지 않았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손 회장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DLF 관련 문책 경고가 15일 대법원의 판결로 무효화된 만큼 이날 별도의 입장 발표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날 손 회장의 입장 발표는 물론 이사회에서도 손 회장의 거취와 관련한 논의는 없었다.
박상용 사외이사는 이날 이사회 직후 손 회장의 거취와 관련해 “내년 1월이 돼야 뭔가 얘기가 나올 것 같다. 회취위 계획이 아직 없다”며 “고려해야 될 요소들이 복잡한 게 많기 때문에 속전속결로 결정할 수 있는 이슈가 아니다. 내년 1월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과 이사회가 장고에 빠진 이유는 그의 연임이 가져올 이익과 불이익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손 회장이 연임에 성공할 경우 우리금융은 안정적인 승계구도 확립과 중단 없는 비은행 확장, 라임 구상권 소송 등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반면 그의 연임은 당국과 대립구도를 형성하고, 고객 신뢰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먼저 손 회장이 연임에 도전해 성공할 경우 보다 안정적인 후계구도를 확립할 수 있다. 손 회장은 2018년 12월부터 우리금융지주 회장직을 역임했다. 회장직을 수행한 기간이 대략 4년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10년)이나 윤종규 KB금융지주회장(8년) 등에 비해 차기 CEO를 육성할 시간이 짧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출범한 우리금융 초대 회장인 손 회장의 빠른 퇴장은 후계구도를 불안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특히 우리금융은 관치 논란 속에 낙하산 인사 가능성이 커 후계구도 확립의 필요성이 큰 상황. 그동안 민간 금융회사의 대표가 낙하산으로 선임돼 회사의 경쟁력이 퇴보한 경우는 수두룩했다. 현재 우리금융 차기 회장 하마평에는 외부인사로 조준희 전 YTN사장,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우리금융의 종합금융그룹 완성이 중단 없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점도 연임이 가져오는 이득이다. 우리금융은 최근 시장에 금융사가 매물로 나올 때마다 일 순위 인수처로 꼽힌다. 민영화 이후 지주체제로 전환한 우리은행은 증권 및 보험사 인수를 통해 금융그룹 포트폴리오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때 그룹 수장 교체는 그동안 우리금융이 마련해온 포트폴리오 전략의 백지화 가능성을 불러온다. 실제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회장이 교체될 경우 당분간 M&A 추진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들이 제기된다.
마지막은 우리은행이 제기한 라임 구상권 청구 소송의 영향이다. 손 회장이 라임 징계에 불복해 소송에 나서지 않을 경우 이는 우리은행이 라임 판매와 관련해 실수를 인정한다는 해석을 불러올 수 있다. 현재 우리은행은 라임사태와 관련해 신한투자증권과 약 647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에 손 회장이 라임 제재의 가처분 신청은 포기하고 본안소송만 진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손 회장의 연임이 우리금융에 이득으로만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그의 연임은 당국과의 갈등관계 형성이라는 큰 부담을 불러온다.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금융업은 규제산업이다. 손 회장의 연임 도전은 금감원에 이어 금융위원회와 소송전에 나선 다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당국과 갈등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우리금융 과점주주들 역시 대부분 금융회사들로 금융당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향후 우리금융이 M&A에 나설 경우 당국의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당국과의 갈등은 감당하기 쉽지 않은 부담으로 돌아올 전망이다.
그의 연임이 고객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앞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사모펀드 사태로 피해를 입은 고객들에게 사죄하며 최고 책임자로서 차기 회장직을 스스로 포기했다. 이 같은 선례가 있는 상황에서 그의 연임은 떨어진 우리금융의 고객 신뢰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조직 안정을 위해 외부 인사보다는 내부 인사 중심으로 차기 회장 발탁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거론되는 내부 인사로는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 박경훈 우리금융캐피털사장 등이 있다. 금융권에서는 손 회장이 2월 초까지 라임 중징계 처분에 대한 가처분 신청에 나설 수 있는 만큼 충분한 고심을 거쳐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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