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정주영 회장 유조선 동원해 만든 서산간척지…청년이 스마트팜 일군다
1995년 8월 충남 서산과 홍성·태안을 연결하는 대형 방조제가 탄생했다. 1980년 시작해 15년간 계속된 토목공사가 끝나자 대규모 농경지와 담수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렇게 탄생한 게 서산 AB지구다. 서산 AB지구는 규모에 걸맞게 숱한 일화를 남긴 공사로도 유명하다. 대표적인 게 ‘정주영 공법’이다.
바다를 막아 방조제를 쌓고 농경지를 만드는 토목공사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진두지휘했다. 당시 7.7㎞에 달하는 방조제를 쌓던 중 공사가 난관에 부딪혔다. 9m에 달하는 조수간만의 차, 초당 8m의 거센 조류 때문에 공사가 더는 진척되지 않았다. 승용차만 한 돌을 퍼부어도 물살을 버텨내지 못했다. 고심하던 정 회장은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공법을 생각해냈다. 고철로 쓰기 위해 스웨덴에서 들여온 대형 유조선(23만t)을 방조제 구간에 가라앉히는 공법이었다.
鄭 회장, 폐유조선 가라앉혀 방조제 건설
고정관념을 깬 이 공법으로 방조제 공사는 무사히 끝났고 정 회장은 세계적인 찬사를 받았다. 방조제가 준공되면서 안쪽에는 1만5409㏊의 매립지가 생겼다. 농지 면적만 1만121㏊에 달했다. AB지구는 ‘충남 서해안 지도를 바꾼 대공사’로 평가받는다. 정주영 회장은 자신이 만든 간척지에서 기른 소 1001마리를 1998년 북한으로 보내기도 했다.
이런 서산 간척지(AB지구)에 청년 농업인을 위한 대규모 스마트팜 영농단지가 들어선다. 충남도와 서산시·현대건설은 지난 5일 ‘청년 농업인 육성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서산 AB지구에 330만㎡ 규모의 영농단지를 조성키로 합의했다. 영농단지는 충남도가 소유한 땅과 현대건설 소유 농지, 농어촌공사 농지은행 비축 농지 등을 활용하게 된다.
층남도는 초기 투자비용과 농업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법으로 청년에게 안정적인 영농 기반을 제공하기 위해 영농단지 조성을 추진했다. 영농단지 내 10만㎡ 규모 스마트팜을 충남도가 직접 설치·임대하고 나머지 농지도 청년들에게 빌려주면서 일반 스마트팜 설치를 유도할 계획이다. 스마트팜 작물은 청년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스마트팜(smart farm)은 전통 경작 방식의 농·축·수산업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사물인터넷·지리정보시스템 등 IT첨단기술을 접목한 시스템을 말한다.
현대건설, 청년 농업인에 농지 임대
영농단지에 입주하는 청년 농업인은 충남도 농업기술원과 시·군 농업기술센터 스마트팜 교육을 마친 청년을 대상으로 선발한다. 입주 청년 농업인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보금자리주택도 마련해준다. 이를 위해 투입되는 예산은 2025년까지 총 436억 원이다. 서산시는 청년 농업인의 영농 정착을 위한 시설과 교육·주거 등 인프라 제공을 위해 행정·재정적 지원을 맡는다. 현대건설은 청년 농업인이 영농에 필요한 농지 확보, 부지 조성, 농지 임대 등에 나서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여론조사 전문업체에 의뢰해 지난 3~5월 경력 10년 미만 농업인 20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청년들은 농업 시작 단계에서 영농기술 습득(31.7%), 경영자금 확보(30.4%), 농지 확보(13.4%)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매년 청년 300명에게 농지와 자금을 제공하고, 교육·실습을 통해 농촌 정착을 돕겠다”며 “청년 농업인 육성에 총 1600억여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농업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충남도, 농업분야 창업 청년 1000만원 지원
한편 충남도는 민선 8기 동안 소모성 지출사업을 농어민수당으로 통합하고 지원 규모를 23만명, 1400억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여성 농업인에는 작업환경 개선과 전문 교육, 해외 연수 등을 지원키로 했다. 전국 농업 교육기관 이수자 가운데 충남 도내에서 농업 분야 창업 청년에게는 1인당 1000만원을 지원하는 등 차별화 전략에도 나설 방침이다. 이런 사업이 추진되면 충남도 예산 가운데 농업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14.5%에서 2026년 16%로 증가한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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