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암살 좌표" 기자 트위터 무더기 정지에…EU, 제재 경고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관련한 기사를 작성한 미국 기자들의 트위터 계정이 무더기 정지되면서 그간 ‘언론 자유’를 내세우던 머스크의 행보가 모순이라는 지적과 비판이 국제기구 및 단체들에서 확산되고 있다.
16(현지시간)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유엔(UN)과 유럽연합(EU), 국제 언론단체들이 이날 ‘트위터의 기자 계정 정지’ 사태에 대한 성명을 내고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앞서 트위터는 지난 14일 CNN의 도니 오설리번, 뉴욕타임스(NYT)의 라이언 맥, 워싱턴포스트(WP)의 드류 하웰, 스타트업 매체 매셔블의 매트 바인더, 독립 언론인 토니 웹스터, 정치 언론인인 키스 올버만 등의 계정을 정지했다. 이들은 과거 머스크의 개인 전용기가 어디 있는지를 표시해 주는 계정과 관련해 기사를 썼거나 머스크의 각종 행보에 대해 비판적인 관점에서 보도했던 언론인들이다.
UN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는 기본적인 권리”라며 이 사태를 일갈하는 글을 올렸다. UN은 “자유롭게 생각을 공유하는 것은 활기찬 사회와 인간의 진보에 대한 핵심 동력”이라며 “지금 우리는 어느 때보다 사실과 언론의 자유가 필요하다”며 ‘소통’과 관련한 유네스코의 설명글이 담긴 사이트 링크를 공유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도 이날 계정 중단 사태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세계적으로 언론인에 대한 검열과 신체적 위협 등이 확산한 상황에서 트위터의 이 같은 조처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멜리사 플레밍 UN 커뮤니케이션 책임자는 별도 성명에서 머스크를 겨냥해 “언론의 자유는 장난감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사태는 유럽 내에서도 비판이 일었다. 이날 유로뉴스에 따르면 베라 요우로바 EU 집행위원회 가치·투명성 담당 부위원장은 내년 시행 예정인 디지털서비스법(DSA)을 거론하며 트위터 제재 가능성을 경고했다. DSA는 디지털 플랫폼이 인종이나 성별·종교에 대한 편파적 발언, 테러 콘텐트, 불법 차별 콘텐트 등을 인식하자마자 신속하게 제거하도록 규정한다. 위반 시 글로벌 매출의 최대 6%에 달하는 과징금을 물거나 27개국 4억5000만명을 지닌 EU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도 있다.
프랑스 산업부 장관은 이번 사태에 항의하며 트위터 활동 중단을 선언했고, 독일 외교부도 트위터가 언론의 자유를 위태롭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국제 언론자유감시단체 ‘국경없는기자회’(RSF)는 “민주주의의 큰 위협이자 정보 권리에 대한 재앙”이라고 지적했고, 국제언론자유상을 수여해온 비영리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보복의 두려움 없이 뉴스를 보도할 기자 권리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규탄했다. 비즈니스언론인협회(SABEW)도 ‘표현의 자유’의 근거인 미국 수정헌법 1조의 정신과 소셜미디어의 정보 배포 원칙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반면 머스크는 이와 관련해 지난 15일 트위터를 통해 “온종일 나를 비난하는 것은 전적으로 괜찮지만, 내 실시간 위치를 노출하고 내 가족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괜찮지 않다”며 자신과 가족의 신상털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자들은 트위터 규정을 직접 위반하며 나의 정확한 실시간 위치, ‘암살 좌표’를 올렸다”고 썼다. 하지만 그는 기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정확한 실시간 위치’를 올렸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는 ‘언론의 자유’를 강조하며 트위터를 올해 인수하던 머스크의 모습과 대조적이다. 앞서 그는 지난 2일 트위터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중이던 2020년 행정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당시 후보)에 유리하도록 대선 개입이 있었다며 “트위터가 미국 정부의 지시에 따라 언론 자유를 억압하고 있었다”고 폭로한 바 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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