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에게 54억 줘도 남는 문제는 [하재근의 이슈분석]

데스크 2022. 12. 17.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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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일리안 DB

이승기에게 음원 수익을 정산해주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은 후크엔터테인먼트 측에서 또다시 입장을 냈다. 이번엔 마침내 돈을 줬다는 내용이다.


관련 자료를 이승기에게 전달하고 합의하고자 하였으나, 이승기 측이 요구하는 금액이 정산해야 할 금액과 너무 큰 차이가 있어 합의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오랜 기간 관계를 유지해온 이승기와 정산문제로 길게 분쟁하고 싶지 않기에, 기지급 정산금 13억원 외에 미지급 정산금 29억원과 지연이자 12억원을 전액 지급했다고 했다. 총 54억원 가량을 줬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승기에 대한 정산금 채무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받기 위해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고 했다.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이란 채무자가 채권자를 상대로 더 이상 채무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받는 소송이다.


그러면서 후크의 업무처리 잘못으로 인해 이유를 막론하고 오해와 분쟁을 야기하게 된 점에 대해 이승기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했다.


이 입장에선 일단, 그 전의 해명에 대한 사과가 없다. 후크 측은 지난번에 정산 내역 등을 쌍방이 확인하여 정산하고 합의서를 작성했다는 식으로 입장을 냈었다. 이번에 수십 억 원을 정산했다면 기존 해명은 국민을 속인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이 부분에서부터 사과가 나와야 한다.


이번 입장에선 이승기에게 돈을 안 준 것에 대해서 명확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부분이 약하다. 이승기가 과도하게 많은 금액을 요구하지만, 오래 인연을 맺은 이승기와 길게 싸우고 싶지 않아 그냥 돈을 줬다는 느낌이다. 후크가 ‘대인배’라는 뉘앙스다. 이승기가 잘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인가?


이 입장에서 후크는 이승기에게 두 번 사과했다. 첫 번째 사과는 이유 없이 그냥 사과한다고 했다. 두 번째 사과에선 ‘업무처리 잘못으로 인하여 이유를 막론하고 이와 같은 오해와 분쟁을 야기하게 된 점’을 사과한다고 적시했다. 업무처리 잘못이란 표현은 마치 업무상의 실수로 인한 누락처럼 느껴진다. 이건 돈을 일부러 안 준 것과는 다른 문제다. 정말 후크가 이승기에게 돈을 주지 않은 것이 단순 업무 실수인가? 그게 아니라면 이 표현은 자신들의 잘못을 모호하게 흐리는 듯 한 느낌이다. 만약 단순 실수라면 지금 후크가 과도하게 질타 받고 있다.


‘이유를 막론하고’라는 부분도 문제다. 이 역시 잘못을 회피하는 듯 한 느낌이다. 잘못이 없다면 이런 표현을 써도 되지만, 잘못이 있는데도 이런 표현을 썼다면 정상적인 사과가 아니다. ‘오해와 분쟁’이라는 표현도 문제다. 오해라는 말은 문제제기를 하는 상대방이 틀렸다는 뜻이고, 분쟁이라는 말은 쌍방이 싸운다는 뜻으로 구경하는 제3자가 할 법한 표현이다.


만약 후크 측이 잘못한 게 맞는다면 ‘우리의 이러이러한 잘못으로 당신에게 그러한 피해를 입힌 점에 대해 사죄한다’고 해야 한다. 잘못하지 않고 억울하게 매도당했다면 사실관계를 소명해야 한다. 후크 측의 태도를 보면 돈도 주고 어쨌든 이승기에게 사과한다고도 했기 때문에 잘못을 하긴 한 것처럼 느껴지는데, 막상 사과문에선 명확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부분이 없으니 애매하다.


이승기도 입장을 냈다. 후크 측이 50억원 정도를 입금했다며, 이게 어떻게 계산됐는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법정에서 다툴 것이며 미정산금은 소송 경비를 제외하고 모두 사회 환원하겠다고 했다.


애초에 이승기가 요구한 것은 수익 내역 공개와 그에 따른 음원료 정산이었다. 즉, 돈을 주기 이전에 수익 내역부터 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후크 측이 과연 내역 공개를 투명하게 했는지 이 부분이 확인돼야 한다. 모든 공개가 이루어졌는데 이승기가 거짓말을 하면서 과도한 돈을 요구하는 것인가? 54억원 줬다고 끝날 일이 아니라 어느 쪽이 거짓을 말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 문제를 보도한 디스패치는, 확인된 자료만을 근거로 했을 때 이승기에게 돌아갈 몫이 58억원 가량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가수 이승기의 전성기 5년간의 자료를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기간까지 더하면 이 액수는 훨씬 늘어날 수 있다. 그 액수와 이번에 후크가 이승기에게 줬다는 액수 사이엔 상당한 차이가 있다. 54억원 중에 지연이자가 12억원이니 원금은 42억원으로 58억원과 큰 차이가 난다. 이 부분에 대한 확인도 필요해 보인다.


지난번에 이승기가 투자한 돈에 대한 수익금을 후크 측이 주지 않았다는 주장도 보도됐었다. 투자를 대여로 바꿨다는 주장이었다. 이 의혹에 대해서도 많은 이들이 궁금증을 가질 것이다. 그러니 좀 더 투명하게 소명할 필요가 있다. 지금 후크의 태도를 보면 억울한 사람치곤 지나치게 저자세고, 잘못한 사람치곤 명확한 사죄가 느껴지지 않아서 혼란스럽기만 하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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