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황태자' 황인범 "벤투 감독님과 재회? 또 믿어주시면 감사하죠"
[풋볼리스트=인천] 허인회 기자= "벤투 감독님이 국가대표팀과 연결된다는 기사를 봤다. 클럽팀을 갈 수도 있다. 4년간 나를 믿어주신 분이었다. 불러주신다면 그 믿음 때문이라도 더욱 감사할 것 같다. 사람의 앞날은 모른다. 지금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감독님을 응원하고 싶다."
황인범에게는 '황태자' 수식어가 늘 따라다녔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황인범의 이름을 호명한 뒤 꾸준히 신뢰하며 기용했기 때문이다. 황인범이 대표팀에 처음 들어왔을 당시 실력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끝까지 믿었고 결국 월드컵 본선에서 이유를 증명했다. 황인범은 16강을 마친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나 벤투 감독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하다가 눈물을 왈칵 흘리기도 했다.
황인범은 소속팀인 올림피아코스(그리스)에 합류하기 위해 1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황인범은 팬들과 인사를 나누고 팬서비스를 열심히 진행한 뒤 15분간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졌다. 이번에도 벤투 감독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앞날을 응원했다. 대한축구협회와 계약기간이 끝난 벤투 감독의 행선지는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다. 황인범에게 재회를 상상해봤냐고 묻자 "4년간 나를 믿어주신 분이었다. 불러주신다면 그 믿음 때문이라도 더욱 감사할 것 같다. 사람의 앞날은 모른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하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황인범 인터뷰 전문.
-휴가가 짧았는데
정신없이 보냈다. 여기저기 인사드릴 가족, 지인 친구들이 많았다. 감사하게도 불러주는 곳도 많았다. 한국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서 힘을 얻고 그리스로 돌아간다.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소중했다.
-몸상태는?
21일부터 리그가 재개된다. 푹 쉬었지만 마냥 쉴 수는 없어 가벼운 훈련은 했다. 돌아가서 월드컵에서 모든 것을 쏟아냈던 것처럼 리그에서도 매경기 최선을 다하겠다.
-체력 보충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 보양식은?
한국에는 맛있는 게 정말 많다. 많이 먹고 기본적인 근력 운동을 하며 회복도 잘했다. 한국 음식을 먹은 힘으로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동갑내기 김민재, 황희찬과 대화 많이 나눴을 것 같은데
연락은 지금도 계속 주고받고 있다. 희찬이는 벌써 연습경기 뛴 것 같다. 민재는 조금 쉴 시간이 있는 것 같다. 다들 나와 똑같은 상황이다. 꿈 같은 3주를 보내고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다. 월드컵에서 느낀 감사한 시간, 과분한 사랑을 소속팀에 돌아가서 좋은 모습으로 보답드려야 한다. A대표팀 소집이 또 언제인지 모르지만 발탁이 된다면 월드컵 때 보여드렸던 축구를 다시 보여드리겠다.
-현실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것 같은데
정말 꿈 같았다. 소속팀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고, 한국을 떠나기 아쉽다. 그래서 이게 내 일, 직업이다.
-16강이라는 성과가 동기부여가 됐나
월드컵 기간 동안 4경기를 치렀다. 정말 많은 자신감을 찾고, 부족한 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런 부분들을 잘 생각하며 자신감을 내 것으로 만들고, 부족하다고 느낀 것은 잘 채워나가도록 하겠다.
-세계적인 선수들을 상대로 경쟁력을 증명했는데
월드컵이라는 소중한 대회, 추억을 터닝포인트로 만들어야 한다. 취해있고, 깨지 못하고, 헤매기만 한다면 도태될 수 있는 세계다.
-벤투 감독과 따로 대화한 게 있다면
개인적으로 대화를 나눈 건 없다. 전체적으로 이야기할 때 같이 있었다. 문자로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는데 감독님께서 고마워 할 사람은 오히려 본인이라고 하시더라. 감독님 커리어에 있어 좋은 일만 가득했으면 한다. 나 역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16강이 끝난 뒤 믹스트존에서 눈물을 쏟다가 벤투 감독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을 다 못 전했다. 못다 한 말이 있다면?
어린 아이처럼 울었다. 울음에 대한 창피함은 전혀 없다. 감사한 마음과 아쉬운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4년간 누구보다 나를 신뢰했던 분이 감독님이셨다. 이제 그런 감독님과 같이 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너무 컸다. 그래서 눈물이 났다. 이제 덤덤하게 말할 수 있어 다행이다.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앞으로는 우리와 가진 추억보다 더 좋은 추억을 쌓으시길 바란다.
-벤투 감독이 우는 황인범을 보고 해준 말이 있나
라커룸 들어가기 전 눈물을 다 정리했다. 우는 모습은 직접 못 보셨다. 보셨다면 왜 우냐고 하셨을 것 같다.
-벤투 감독과 다시 만날 날을 상상해봤나
벤투 감독님이 국가대표팀과 연결된다는 기사를 봤다. 클럽팀을 갈 수도 있다. 4년간 나를 믿어주신 분이었다. 불러주신다면 그 믿음 때문이라도 더욱 감사할 것 같다. 사람의 앞날은 모른다. 지금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감독님을 응원하고 싶다.
-선수들이 바라는 차기 대표팀 감독은?
선수로서 생각은 할 수 있지만 언론, 미디어를 통해 표현한다는 것은 조심스럽다.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벤투 감독님이 보여주신 것처럼 4년을 길게 끌고 갈 수 있는 분이 오셨으면 한다. 우리 대표팀이 월드컵 원정 16강까지 올라간 것은 역사상 딱 두 번이다. 벤투 감독님이 해내셨다. 다음 월드컵에 대한 기준, 눈높이는 더 높아질 것이다. 흔들리는 감독님이 오신다면 선수들도 흔들릴 수 있다. 감독님도 우리를 신뢰하고, 우리도 신뢰할 수 있는 멋진 감독님이 오셨으면 한다.
-월드컵 기간 내내 자신감을 많이 내비쳤는데 되돌아봤을 때 무엇 때문이었나
16강에 간다는 확신은 없었다. 다만 조별리그 3경기를 허무하게 끝내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우리가 했던 축구가 강팀을 상대로도 통할 것이라는 자신이 있었다. 결과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은 감히 못 했다. 상대가 너무 강했다. 3경기를 치르면서 굉장히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결과까지 얻게 됐다. 다 지나고 나서 이렇게 또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어 다행이다.
-소속팀 돌아갔을 때 각오
컵대회까지 30경기 정도는 더 치러야 한다. 빨리 소속팀 모드로 돌아가야 한다. 대표팀과 소속팀이 많은 차이가 있다. 내가 중앙에서 뛰는 선수다보니 여러 가지 조율을 해줘야 한다. 몸상태부터 100%로 만들 수 있게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렇게 많이 찾아와주셨다. 오래 된 팬이 있다. 아까 내게 '월클이 됐다. 사람이 너무 많아졌다'고 그러더라. 없어야 좋냐고 물어보니 '많아서 좋다'고 해주더라.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시고 사인도 받아주시고 사진 요청도 해주신다. 출국할 때마다 매번 늘어난다. 배웅해주시는 분들이 늘어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와주셨던 분들이 앞으로도 늘 응원할 수 있도록 선수 생활하는 동안 좋은 모습 보여드려야 한다. 기자님들께도 감사하다. 인천까지 멀리 오시는게 쉽지 않다. 내게 관심을 주신 분들이 내게 더 빠질 수 있게 선수로서, 사람으로서 노력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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