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자릿값만 인당 10만원"…부산불꽃축제 바가지 몸살 [르포]
지난 15일 오후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제17회 부산불꽃축제를 이틀 앞둔 이날 해변을 따라 늘어선 가게들엔 ‘부산불꽃축제 자리 예약 가능’ 등 문구가 새겨진 현수막이 바람에 나부꼈다. 이번 불꽃축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 만에 열린다. 이에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자 숙박업소와 음식점 등을 중심으로 평소보다 비싼 가격을 매기는 ‘한탕 상혼’이 기승이다.
“예약 가능” 연락하니 ‘자릿세’ 등 7배 폭리도
이날 자리 예약이 가능하다고 안내한 식당·카페 등에 전화를 걸자 대부분 “예약이 찼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직 자리가 남았다는 베이커피 카페에서는 “요금은 1인당 10만원으로 생각하시면 된다”고 안내했다. 야외 테라스 2명이 앉을 수 있는 곳 가격은 20만원. 불꽃축제가 진행되는 동안 이 자리를 이용할 수 있으며, 1인당 음료 1잔과 디저트 베이커리가 각각 제공된다고 안내했다.
또 다른 식당과 카페에선 불꽃축제 당일 저녁 식사 등 자리 이용 시간을 1시간으로 제한하거나, ‘자릿세’가 없는 대신 1인당 텀블러 등 굿즈가 포함된 5만원 상당 패키지 상품을 구매해야 매장 좌석을 이용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바가지 신고 10명 중 6명 “웃돈 요구, 예약 취소당해”
해변가 인근 바다 전망이 좋은 호텔에서는 ‘1박 90만원’ 숙소도 등장했다. 연말은 광안리해수욕장 일대 숙박업소가 ‘준성수기’에 해당하는 데다, 지난달 28일 부산시가 부산불꽃축제 개최 일자를 17일로 확정하면서 가격이 평소의 4, 5배 수준까지 치솟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관할 수영구엔 이날까지 일대 상권 바가지 행위에 당했다고 호소하는 신고가 41건 접수됐다. 이 가운데 “예약한 상태에서 업소 측이 추가 요금을 요구했다”(15건)거나 “불꽃축제 일자 확정 전후로 기존 예약을 취소당했다”(11건)는 신고가 63.4%(21건)로 가장 많았다.
수영구에 따르면 통상 20만원 안팎이던 1박 숙박 요금에 대해 15만~20만원가량 추가로 요구하거나, 예약이 일시에 몰리면서 같은 객실에 대한 ‘예약 겹침’ 등 문제가 발생했다. 수영구 관계자는 “신고 내용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해 업주를 계도하거나, ‘오피스텔 불법 숙박 운영’ 등 문제는 고발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요 따른 가격 책정 당연” 의견도
불꽃축제 때마다 반복되는 ‘바가지 낙인’이 억울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광안리해수욕장 인근에 있는 소규모 A호텔은 불꽃축제가 있는 이번 주말(토·일) 숙박비를 1박 44만원으로 책정했다. 크리스마스인 다음 주말 같은 객실 숙박비는 36만원, 2주 뒤 ‘해맞이 특수’ 주말 때는 44만원 수준이다. A호텔 관계자는 “수요에 따라 숙박요금 등을 조정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크리스마스·해맞이 때와는 다르게 유독 불꽃축제 때만 이 같은 요금 조정이 ‘바가지’라고 지탄받는 듯하다”고 말했다.
100만 인파 예상에 경찰 초긴장
부산시와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불꽃축제 당일인 17일 광안리해수욕장 일대에는 약 100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 2달 전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지나치게 많은 인원이 밀집해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만큼 행사 당일에는 경찰과 소방관·공무원 등 관리 인력 4100명이 투입된다. 2019년 축제 때보다 1.5배 많은 숫자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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