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자릿값만 인당 10만원"…부산불꽃축제 바가지 몸살 [르포]

김민주 2022. 12. 17. 07: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년 만에 개최되는 부산불꽃축제 앞둔 15일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호안도로 주변에 카페와 식당의 자리 예약을 알리는 현수막과 안내문이 내걸려 눈길을 끌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 15일 오후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제17회 부산불꽃축제를 이틀 앞둔 이날 해변을 따라 늘어선 가게들엔 ‘부산불꽃축제 자리 예약 가능’ 등 문구가 새겨진 현수막이 바람에 나부꼈다. 이번 불꽃축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 만에 열린다. 이에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자 숙박업소와 음식점 등을 중심으로 평소보다 비싼 가격을 매기는 ‘한탕 상혼’이 기승이다.


“예약 가능” 연락하니 ‘자릿세’ 등 7배 폭리도


이날 자리 예약이 가능하다고 안내한 식당·카페 등에 전화를 걸자 대부분 “예약이 찼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직 자리가 남았다는 베이커피 카페에서는 “요금은 1인당 10만원으로 생각하시면 된다”고 안내했다. 야외 테라스 2명이 앉을 수 있는 곳 가격은 20만원. 불꽃축제가 진행되는 동안 이 자리를 이용할 수 있으며, 1인당 음료 1잔과 디저트 베이커리가 각각 제공된다고 안내했다.
부산불꽃축제를 이틀 앞둔 지난 15일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카페에 2명 자리 예약을 문의하자 20만원을 입금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김민주 기자
이 카페에는 평소엔 ‘자릿세’가 없고, 음료 2잔과 디저트 2개를 주문해도 가격은 3만원 안팎이다. 20만원이면 이 가격의 7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다소 비싼 것 같다”며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자 카페 측에선 “생각해보시고 예약할 때 입금하시라”며 계좌번호가 찍힌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또 다른 식당과 카페에선 불꽃축제 당일 저녁 식사 등 자리 이용 시간을 1시간으로 제한하거나, ‘자릿세’가 없는 대신 1인당 텀블러 등 굿즈가 포함된 5만원 상당 패키지 상품을 구매해야 매장 좌석을 이용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바가지 신고 10명 중 6명 “웃돈 요구, 예약 취소당해”


해변가 인근 바다 전망이 좋은 호텔에서는 ‘1박 90만원’ 숙소도 등장했다. 연말은 광안리해수욕장 일대 숙박업소가 ‘준성수기’에 해당하는 데다, 지난달 28일 부산시가 부산불꽃축제 개최 일자를 17일로 확정하면서 가격이 평소의 4, 5배 수준까지 치솟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관할 수영구엔 이날까지 일대 상권 바가지 행위에 당했다고 호소하는 신고가 41건 접수됐다. 이 가운데 “예약한 상태에서 업소 측이 추가 요금을 요구했다”(15건)거나 “불꽃축제 일자 확정 전후로 기존 예약을 취소당했다”(11건)는 신고가 63.4%(21건)로 가장 많았다.

부산불꽃축제를 이틀 앞둔 지난 15일 부산경찰청 소속 경찰관들이 광안리해수욕장에서 혼잡관리차량 운영을 시험해보고 있다. 사진 부산경찰청

수영구에 따르면 통상 20만원 안팎이던 1박 숙박 요금에 대해 15만~20만원가량 추가로 요구하거나, 예약이 일시에 몰리면서 같은 객실에 대한 ‘예약 겹침’ 등 문제가 발생했다. 수영구 관계자는 “신고 내용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해 업주를 계도하거나, ‘오피스텔 불법 숙박 운영’ 등 문제는 고발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요 따른 가격 책정 당연” 의견도


불꽃축제 때마다 반복되는 ‘바가지 낙인’이 억울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광안리해수욕장 인근에 있는 소규모 A호텔은 불꽃축제가 있는 이번 주말(토·일) 숙박비를 1박 44만원으로 책정했다. 크리스마스인 다음 주말 같은 객실 숙박비는 36만원, 2주 뒤 ‘해맞이 특수’ 주말 때는 44만원 수준이다. A호텔 관계자는 “수요에 따라 숙박요금 등을 조정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크리스마스·해맞이 때와는 다르게 유독 불꽃축제 때만 이 같은 요금 조정이 ‘바가지’라고 지탄받는 듯하다”고 말했다.

100만 인파 예상에 경찰 초긴장


부산시와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불꽃축제 당일인 17일 광안리해수욕장 일대에는 약 100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 2달 전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지나치게 많은 인원이 밀집해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만큼 행사 당일에는 경찰과 소방관·공무원 등 관리 인력 4100명이 투입된다. 2019년 축제 때보다 1.5배 많은 숫자다.
제17회 부산불꽃축제 개최 준비 막바지 현장 점검 및 회의가 지난 14일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불꽃축제 종합상황실에서 열려 박형준 시장 등 유관기관 담당자들이 회의 후 현장을 돌아보고 있다. 송봉근 기자
광안리해수욕장에는 인파가 과도하게 몰리면 출입을 통제하는 ‘인원 총량제’도 시행된다. 이를 위해 병목 지점 폐쇄회로(CC)TV를 16대에서 64대로 늘려 방문객 밀집도를 실시간 파악할 예정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밀집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도시철도가 해수욕장 인근 역사를 무정차 통과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축제가 끝난 이후에도 방송시스템이 장착된 LED 차량과 인력을 병목 지점 등에 배치해 안전한 귀가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